몰랐든, 방치했든 선배가수로서 이선희 책임론 대두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이선희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이승기는 그에게 그저 후배가수가 아니다. 늘 ‘평생의 스승’으로 그를 부르는 이승기는 그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로 형성된 제자다. 그가 18년 간 음원 정산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스승이라면 제자가 당한(그것도 가수 활동 내내) 이 일에 분개하고 나서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또한 이승기가 소속된 후크엔터테인먼트는 그와 결코 무관한 회사가 아니다. 그 회사의 권진영 대표는 이선희의 매니저로 시작했고, 후크엔터테인먼트도 그 관계에서 비롯된 기획사다. 밴드공연하고 싶다고 찾아온 고등학생 이승기를 영입하면서 회사가 차려졌다. 그리고 이선희는 2004년까지 이곳의 대표였고 그 후에도 2018년까지 어쨌든 이 회사의 등기된 임원이었다. 물론 아티스트로서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해도, 임원은 이런 사태에 대해 어쨌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다.

항간에는 이선희도 피해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 역시 을로써 권진영 대표에게 휘둘리는 소속사의 가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선배 가수로서 이선희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순 없다. 만일 이런 대표의 아티스트에 대한 횡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선배이자 동료 가수로서 이를 바로잡으려 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는 무엇보다 가수 아닌가.

가수가 18년 동안 137곡, 27장의 앨범을 내고, 단 한 푼도 수익 정산을 못 받았다는 건 동료이자 선배 나아가 스승으로 칭송되던 가수로서 애통해야 할 일이다. 너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일에 분노해야 할 일이다. 가수에게 음원 수익은 그저 돈이 아니다. 그건 자기의 음악이 대중들의 마음에 다가간다는 뜻이고, 가수로서의 자기 존재가 누군가에게 분명히 있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해 음원 수익 0원은 한 가수의 존재 자체를 싸그리 뭉개버린 잔인하고 가혹한 짓이다.

“너는 마이너스 가수야”라고 했다는 그 가스라이팅은 가수의 영혼을 짓밟는 짓이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 권진영 대표는 분노해 “내 이름 걸고 죽이겠다”고 했지만 이미 이승기는 가스라이팅으로 여러 차례 상처를 입었다. 그의 폭언에 아티스트만 상처를 입었을까. 아티스트에 대한 대우가 저러한데, 매니저들, 동료 이사들은 오죽했을까.

그런 대표의 모습과 이선희가 무관할 수 없다. 그는 어쨌든 이선희의 매니저로 시작한 인물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기획사를 이끌어온 인물이었으며 거기에는 음으로든 양으로든 이선희라는 존재가 영향력을 발휘했을 테니 말이다. 그 역시 이런 사태를 몰랐고 그래서 이런 구설에까지 오르게 된 피해자라면 더더욱 이선희는 나서야 한다.

최근 JTBC <싱어게인>을 통해 이선희와 이승기는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거기서도 애틋한 사제지간의 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 프로그램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수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승기는 그 어떤 MC들과도 달리 출연자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공감해주는 진행자로 주목받았다. 그 열심히 하는 모습이 이번 사태와 겹쳐지면서 어딘가 쓸쓸한 느낌을 준다.

혹 이승기는 음원으로는 돈을 못 버는 가수라는 가스라이팅 때문에 그토록 더 열심히 예능과 드라마를 했던 건 아닐까 싶어서다. 음악과 예능, 연기까지 섭렵한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지칭은 그래서 이 즈음에서는 아프게도 느껴진다. 선배 그리고 스승이라면 그 아픔을 보듬어줘야 한다. 누군가 “죽이겠다”고 하면 나서서 막아줘야 한다. 그게 도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SBS]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