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주3회 편성 전략이 제대로 통한 까닭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미 웹상에서는 크게 유행하는 회귀물 판타지를 본격적으로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회귀물 속에서 주인공들은 과거로 돌아가거나, 소설이나 만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다른 사물로 변신하기도 한다.

더구나 억울하게 재벌가에게 쓰다버려진 인생 오너리스크 비서가 1980년대 재벌가의 진도준(송중기)으로 회귀하는 구조는 시청자에게 쉽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80년대 후반과 90년대로 이어지는 인생 2회차를 다시 살면서 추억 살리기의 맛도 가미된 작품이다.

그럼에도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런 회귀물의 유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구조일 수 있다. 특히 1화와 2화와 3화의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첫 회는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처럼 어두운 블랙코미디로 순양 일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첫 회에서 송중기는 멋짐 그 자체 빈센조가 아닌 갑질 아래 깨질 것 같은 백자의 미남 윤현우로 등장한다. 특히 첫 회에서 송중기 특유의 감정 없는 차가운 분위기로 확실하게 주인공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2화는 윤현우가 회귀해 80년대 순양가의 꼬마 진도준으로 돌아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2화에 드디어 순양의 태양 진양철(이성민)이 등장한다. 2화 꼬마 진도준 역을 한 김강훈이 <동백꽃 필 무렵>보다 더 만개한 연기력으로 이성민과 불꽃 튀는 대립을 보여준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능력 있는 꼬마의 성공기는 굉장히 드라마틱한 재미를 준다.

이후 3화는 2화보다는 좀 더 가벼운 재질이다. 소위 앞으로 이어질 전개의 맥락을 보여주면 여기에 90년대 추억담을 가볍게 섞어놓았다. 약간 유치한 듯하지만 1, 2화와는 다른 종류의 재미가 느껴지긴 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1화부터 3화까지 빠른 진행을 보여주는 동시에 회차마다 각기 다른 성격의 장르가 도드라진다. 아마도 4화부터는 본격적인 진도준의 제2의 인생 성공기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 이어질 것이니 1화부터 3화까지는 이 드라마의 화려한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재벌집 막내아들>은 흥미로운 이야기에 스타 배우들의 호연이 있기에 이미 성공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3회 파격 편성을 한 JTBC 편성팀의 안목도 성공에 한몫 했다.

표면적인 이유야 12월 안에 드라마를 완결시킨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은 1화부터 3화까지 끊김 없이 보아야 각기 다른 성격의 1, 2, 3회를 하나의 직선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였다. 여기에 1화부터 3화까지가 거대한 프롤로그 성격이기 때문에 곧 이어질 다음 본격적인 사건 전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재벌집 막내아들>은 4회부터 월드컵 시즌과 맞물리는데 이에 맞춰 주3회까지 단번에 보여주면서 드라마의 고정 시청자를 재빠르게 잡아둔 감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의 주 3회차 편성은 OTT시대에 전회차가 공개되는 지금의 트렌드와도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숨에 6화 내지 10회에 이르는 콘텐츠를 정주행하는 시대에 일반적인 틀로 굳어진 방송사의 주2회 편성은 뭔가 깨작깨작 보여주는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JTBC 편성팀은 과감하게 주3회를 시도했고 이는 단숨에 10%를 넘어선 시청률로 보답 받았다. 12부작이면 4주 15부작이면(아무래도 기존 16부작 드라마는 주3회 편성이 좀 애매하긴 하다) 5주 안에 마무리되는 이 방식은 아마 다른 방송사에서도 흥미롭게 볼 편성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방송사가 월화, 수목 드라마를 동시에 편성하기 버거운 현실에서 주중 1회 월화수, 수목금 방식으로 묶는 것도 새로운 방법일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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