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이성민·송중기 엔진 달고 쭉쭉 달린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앉아있는 진도준(송중기)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있는 진양철(이성민) 회장.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포스터에 들어 있는 이 포즈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지만 마치 뭐든 씹어먹을 것 같은 강렬한 인상의 진양철 회장이 위압적으로 진도준을 짓누르는 느낌이 묻어난다. 하지만 진도준의 표정도 만만찮다.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언가 단호한 표정이다.

이 포즈는 이 드라마 속 진양철과 진도준의 미묘한 관계를 잘 드러낸다. 이미 누군가의 사주에 의해 살해된 후 1987년으로 회귀해 진양철의 손자의 삶을 살게 된 진도준. 그래서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모두 꿰고 있다. 게다가 순양그룹 미래자산관리팀장으로 일해 왔던 그 경험은 순양그룹 일가의 후계 구도나 그들 사이의 갈등 같은 것도 다 알고 있다. 미래를 알고 있고 또 순양그룹 내부사정도 꿰고 있으니 진도준은 못할 일이 없다. 그는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들을 찾아내 복수하려 한다. 그는 순양그룹 일가의 막내손자지만, 순양그룹과 싸우는 위치에 서 있다.

이 드라마의 힘은 진양철이라는 인물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욕망과 위기를 기반으로 생겨난다. 이를테면 한도제철 인수가 그토록 중요해지는 건 진양철이라는 인물이 여기 부여한 남다른 의미가 거대한 야망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작은 정미소에서 시작했지만 사업 확장이 될 수 있었던 동력이 바로 용달차였기 때문이다. 진양철 회장은 자동차 사업이 순양그룹의 ‘엔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를 본격화하기 위해 한도제철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수하려 한 것.

이러한 밑바탕이 되는 서사를 진양철이라는 인물이 강력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 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인수전의 서사가 흥미로워진다. 같은 가족끼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신을 하기도 하는 그 인수전에서 장남인 진영기(윤제문)와 둘째 진동기(조한철)가 맞붙는다.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후계구도에 불만을 가진 진동기는 인수전 상대인 대영그룹과 손을 잡는데 이 사실이 진도준의 동업자인 오세현(박혁권)을 통해 진양철에게 알려진다. 결국 이 사실을 접하게 된 진영기는 이 인수전에 총력을 다하게 되고 과감한 입찰금을 제시해 결국 한도제철 인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 인수전의 진짜 승리자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진도준이다. 그는 이미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순양그룹이 한도제철 인수에 무리한 투자를 하게 진영기를 격동시켜서 유도한 것이었다. 그 무리한 투자는 결국 곧 일어날 IMF 사태에서 순양그룹을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었다. 진도준은 동업자인 오세현과 함께 마치 한도제철 인수에 나서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서점에 투자를 했다. 아마도 ‘아마존’을 모델로 한 그 인터넷 서점은 상장과 함께 수익률 900%라는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됐다. IMF에 자금난으로 휘청할 순양그룹과 상반되게 수익률 900%의 달러를 갖게 된 진도준의 희비쌍곡선이 그려지는 상황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이처럼 저 포스터 속에 등장하는 진양철과 진도준이라는 두 인물이 밀고 당기는 힘으로 엄청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드라마 속에서 진양철 회장이 자동차사업을 순양그룹의 ‘엔진’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이 드라마의 엔진은 진양철과 진도준이라는 두 인물이다. 진양철이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여주는 어떤 상황의 밑그림을 그려 놓는다면, 진도준은 그 위에서 거침없이 달려 나간다. 이러니 시청률도 거침이 없다. 3회에 1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넘어서더니 4회에는 11.8%로 치솟았다.

이 둘을 연기하는 이성민과 송중기가 보여주는 연기 합도 흥미진진하다. 때로는 더할 나위 없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처럼 보이다가, 순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면 치열한 수 싸움을 하고 그 속내를 읽어내려 승부를 하는 대결구도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니 시청자들은 이 두 사람의 변화무쌍한 관계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단단한 진양철이라는 인물이 세워지고 있기 때문에, 진도준이 그를 어떤 방식으로 무너뜨릴 것인가가 더욱 궁금해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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