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마’, 진이 빠지도록 쏟아낸 김태희 눈물만 아깝게 됐다

2020-04-20     정덕현


‘하바마’, 망자와 유족 위로했지만 엔딩 설득엔 실패한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가 종영했다. 제목에서 일찌감치 예감했던 것처럼, 차유리(김태희)는 부활해 딸 조서우(서우진)에게 “하이”라고 인사했지만, “바이”하며 환생을 포기했다. 남편 조강화(이규형)와 오민정(고보결)은 이혼하지 않고 잘 살았고, 서우도 건강하게 자랐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이바이 마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것은 졸지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괴로워하며 자책하는 유족들에게 “그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차유리의 부활은 그 메시지를 여전히 그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편과 유족, 친구들에게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후반부로 가면서 차유리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고 나아가 그가 49일 후 돌아가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막으려는 남편과 친구, 가족들과 그들 앞에서 갈등하며 눈물 흘리는 차유리의 모습에 너무 깊게 빠져들었다. 이야기가 진전되지 못하고 도돌이표 돌 듯 반복되었고,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눈물의 연속은 시청자들에게도 피로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후반부에 이르러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차유리가 환생을 거부하는 이유가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신이 환생하게 되면 딸 서우가 평생 귀신을 보며 살아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지만, 그것이 삶을 포기할 정도의 이유인가에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무엇보다 귀신을 보며 살아가는 삶이 그렇게 비극적인 일일까 싶을 정도로 이 드라마에서 귀신들은 따뜻한 존재들로 그려진 바 있다. 그러니 이런 삶을 위기의 요소로 삼은 건 드라마가 내적 통일성을 갖지 못하게 된 이유가 된다. 어차피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심지어 망자들이 산 자들 주변을 맴돌면서 그들을 걱정하는 그런 세계라면, 어째서 귀신을 보는 삶이 천벌이 될 수 있을까.



거의 모든 인물들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착한 면모’만을 드러낸 건 이 드라마의 미덕일 수 있었지만, 그 희생의 이유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인물들이 쏟아내는 눈물은 뒤로 갈수록 공감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희비극을 그려내려던 드라마가 후반부에 이르러 내내 눈물로 채워졌지만 그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 이유가 그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렇게 차유리와 남편, 가족, 친구들의 아픈 이야기에 너무 깊게 빠져들다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제대로 펼쳐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차유리와 함께 지냈던 귀신들의 사연은 뒤로 갈수록 힘을 잃었고 갑자기 등장했던 퇴마사도 너무 느슨해진 긴장감을 만드는 정도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다.



이럴 거면 애초에 부활을 하면서 굳이 본래 자리를 찾으면 살 수 있다는 그런 조건을 왜 붙였을까 싶다. 차라리 49일만 허락된 부활이라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그 틀 안에서 차유리가 졸지에 망자가 되어 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하는 모습들과, 이를 통해 잠시나마 위로받는 유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후반부에 사느냐 죽느냐를 두고 그토록 진을 뺄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하이바이 마마>는 그 기획 취지는 충분히 시도할 만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한 시청자 설득에 실패한 면이 있다. 아마도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이 울었을 성 싶은 김태희의 눈물이 후반부에 와서 공감을 얻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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