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과거는 묻어라, 참견의 손길이 시급한 ‘전참시’

2020-04-27     김교석


100회 넘긴 ‘전참시’, 지금은 자축할 때가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18년 MBC 예능국에 해성처럼 등장한 <전지적 참견시점>은 시청자들을 유혹할 만한 무기가 많았다. 익숙한 관찰예능으로 연예인의 인간미와 연예계의 일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새내기 매니저들의 풋풋한 분투기는 이제 막 시작하는 청춘을 응원하는 맛이 있었으며, 이영자를 다시금 건져 올린 먹방까지 터졌다. 직무의 차이임에도 갑을관계라는 ‘신분’으로 굳어진 매니저와 연예인의 관계를 당연시 하는 ‘세팅값’이 씁쓸하긴 했으나 지금까지 50여 명의 매니저가 보여준 다채로운 캐릭터와 자신이 맡은 연예인과 한 팀으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양한 재미와 희망 덕분에 프로그램이 한창 자리잡아가던 초반, 기둥 중 하나인 김생민이 하차하고, 전성기를 견인한 박성광, 이승윤 등이 매니저의 개인적 문제로 이탈하는 등 나름의 부침을 끊임없이 겪으면서도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하고 연말 시상식 주요부문과 백상 연예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100회를 갓 넘긴 지금 <전참시>는 축하보다는 재정비의 손길이 시급해 보인다. 100회를 맞이해 제작진은 자축의 인터뷰를 하고, 박성광, 송이 매니저, 봉태규 등 반가운 얼굴이 인사를 하고,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이영자가 전현무의 일일 매니저가 되어 매니저들의 소중함을 느끼는 기회를 다시 한 번 가졌다. <전참시>가 견지해온 따뜻함은 이처럼 여전하지만 문제는 지난 1년 간 관찰예능의 기본인 리얼리티와 드라마가 사라져버렸다.

스튜디오 MC와 매니저들의 에피소드는 이제 명을 다했다. 시간이 쌓이면서 연예인과 매니저 사이에 나올 수 있는 캐릭터 플레이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이 맥락에서 비춰볼 때 최근 MC 중 비교적 에피소드 생산량이 많은 송은이와 김신영이 참가한 사내 ‘워크숍’은 다분히 자연스럽다기보다 노력이 필요한 방송을 위한 기획이었다. 참가자의 면면부터, 장기자랑, 분장쇼, 아이디어 대결, 롤링페이퍼 등의 볼거리까지 준비된 에피소드였다. 매니저들이 끼를 발산하기 좋은 무대고, 함께 일하는 연기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지만, 분량이나 웃음 포인트 측면에서 중심은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등의 연기자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이처럼 기존 멤버들과 매니저의 스토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나타난 빈자리들은 프로모션 차원에서 출연하는 단발성 게스트들이 차지했다. 언뜻 떠올려 봐도 지난, 2월 4인조로 앨범을 내고 컴백 비하인드를 보여준 젝스키스도 그렇고, 지난주 MBC 드라마에 20여 년 만에 출연하게 된 조한선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전참시>는 기존 기획의도에서 여러 발 후퇴해 에피소드에 따라 <아내의 맛>, <나 혼자 산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과 큰 차이점을 느끼기도 어려운 무색무취한 관찰예능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주꾸미 홈쇼핑 촬영에 나서기 전 만반의 준비과정을 담은 홍현희-제이쓴 부부의 에피소드 경우 <아내의 맛>이나 <살림남>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고, 지난해 여름 회사 사장인 송은이가 신봉선의 1일 매니저로서 활약했던 에피소드나, 이번 워크숍은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와 기획의도와 볼거리가 겹친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로 모처럼의 역전 안타를 친 조한선의 관찰예능 첫 도전기가 반갑긴 하지만, 매니저는 그저 맥거핀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정작 콘텐츠는 결혼하게 된 러브스토리와 편의점 도시락을 좋아하는 조한선의 식성을 부각하는 <전참시>스타일의 먹방에 맞춰져 있었다.



<전참시>가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누린 까닭은 연예인과 매니저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그림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조각의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쾌감이 있었다. <전참시>가 후발주자로 시작해 예능 특유의 성장 스토리를 그리지만 남달랐던 이유다. 하지만 오늘날 <전참시>가 매니저를 다루는 방식은 기획과 출연의 이유일 뿐 콘텐츠 자체가 아닌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프로모션에 치중한 캐스팅과 기존 멤버들의 스토리가 소진되면서 이른바 함께 나란히 가는 모습을 지켜볼 만한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는다.

이쯤에서 MBC 예능국의 찬란한 브랜드였던 <우결>의 그림자가 살포시 다가온다.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일대 혁명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판타지가 뚫리고, 설정이 깨지고, 로망이 사라지고 나서도, 과거의 영광에 대한 미련과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고 안일하게 기존 콘셉트를 이어가다 큰 나락을 맛본 바 있다. 100회를 맞이한 <전참시>에게도 지금은 자축할 때가 아니라 방향키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 시점이다. 뭐든 할 수 있는 관찰예능으로 넓혀가는 편이 가능성이 있을지, 혹은 확실한 콘셉트와 누렸던 공감을 내세우는 편이 이로울까. 지난 100회의 역사를 스스로 돌아보면 답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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