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수업’, 하마터면 박주현·김동희 연기력을 폄하할 뻔했다

‘인간수업’, 김동희와 박주현이 감탄할 만큼 빛난 이유

2020-05-15     박생강 칼럼니스트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이 아니었다면 김동희와 박주현은 많이 속상했을 것 같다. 그들의 전작 JTBC <이태원 클라쓰>tvN <반의반>에서 그들의 연기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두 작품에서 본인의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신인배우 정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인간수업>에서 지수와 규리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그들의 실패작과는 전혀 다른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더구나 <인간수업>의 지수와 규리는 20대의 배우들이 생활연기로 커버할 수 있는 뻔한 캐릭터가 아니다. 둘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조건만남 관리 사업을 하는 10대 청소년을 연기한다. 하지만 흔히 이런 경우에 상상하는 못돼먹은 양아치들은 아니다.

지수와 규리 모두 학교에서는 소위 우등생에 속한다. 하지만 지수와 규리는 캐릭터가 갈린다. 지수는 공부 밖에 모르는 소위 찐따군에 속한다. 반면 규리는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핵인싸에 부모님은 잘나가는 엔터테인먼트사의 대표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굉장히 복잡한 층을 갖춘 인물들이지만 막상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면 상당히 자연스럽다. 아마도 그 또래의 감성이나 세계를 이미 두 배우가 이미 이해하고 있어서일 것 같다. 청소년이지만 물질의 중요함을 어른보다 더 잘 아는 세대.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르게 사는 게 훨씬 유리한 것을 아는 세대.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보다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에 더 익숙한 세대.

그렇기에 김동희가 연기하는 <인간수업>의 지수는 오프라인에서 친구들과 소통할 수 없는 인물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그가 보여주는 억울하면서도 세상 모두를 경멸하는 듯한 표정은 지금껏 보지 못한 하지만 어딘가 학교 주변에 있을 법한 남학생의 표정을 보여준다.

또 신인배우 박주현이 아니었다면 <인간수업>의 규리는 지금 같은 존재감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규리는 누구보다 자존감이 강하지만 부모의 인형으로 살아가는 삶에 자괴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규리의 일탈은 그래서 지수처럼 가난이라는 이유가 아닌 일탈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

박주현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캐릭터를 굉장히 잘 이해하고 영리하게 연기하는 느낌이다. 특히 <인간수업>에는 굉장히 많은 축약된 은어와 욕설이 등장한다. 박주현은 대사의 감정을 살리기 어려울 이 대사들을 입말에 맞게 살려내면서 거기에 감정까지 담아낸다. 또 안정적인 저음의 목소리와 강한 표정의 이 배우는 파트너 지수만이 아니라 드라마 자체를 가지고 노는 듯한 여유와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인간수업>에서 두 사람 모두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이쯤 되면 <이태원 클라쓰><반의반>의 캐릭터가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두 드라마의 장근수와 김지수 모두 기성세대의 입김으로 만들어진 상투적인 캐릭터였다. 장근수는 소심한 알바생에서 갑자기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의 빌런으로 변신하는 캐릭터다. 낡은 소년만화의 악당 같은 이 인물을 위한 개연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반의반>의 주인공의 첫사랑 김지수 역시 상투적이고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입에 붙지도 않는 문어체의 감상적인 대사들을 독백으로 읊어대는 인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란 쉽지 않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위)와 tvN 드라마 '반의반'(아래)

반면 <인간수업>의 대사는 욕설에 은어가 난무하지만 그 또래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또한 캐릭터들은 현실에서 만나면 극혐이지만 충분히 존재할 법한 개연성을 확보한다. 그렇기에 <인간수업>20대의 젊은 두 배우에게 엔진을 달아주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김동희와 박주현을 다시 한 번 눈여겨보고 젊은 그들의 연기에 감탄할 수 있을 만큼.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JTBC,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