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한가인 피부 상하게 만든 현실

2012-02-24     정덕현


- '해품달'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가혹한 제작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드라마 공감] '해를 품은 달'이 끝나면 바로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인 한가인이 모델인 화장품 광고가 이어진다. 아무래도 이 절대 동안 미녀의 드라마에 붙여지는 광고효과가 클 터다. 하지만 드라마 속 한가인의 피부와 광고 속 그것은 극과 극이다. 광고에서는 백옥 같지만, 드라마 속 한가인의 피부는 애처로울 정도로 상해가고 있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절대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다가 얼굴도 제대로 씻을 수 없는 상황이니 이럴 밖에. MBC '기분좋은날'에 얼굴을 내민 한가인은 "피부가 썩어가고 있다"고 농담 섞인 푸념을 털어놓으며 "이런 피부로 화면에 나가면 대중분들에게 누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청률이 40%를 넘어섰지만 '해를 품은 달'의 제작진들과 연기자들은 말 그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본래 사극 촬영 자체가 거의 군부대 훈련에 버금갈 정도의 힘겨운 과정이지만 '해를 품은 달'은 여기에 갑작스런 한파까지 겹쳐버렸다. 너무 추운 날씨에 밤샘 촬영, 게다가 세트가 산 속에 위치해 있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출연자들의 병원행이 이어졌다. 대왕대비 역할의 김영애씨가 과로로 며칠 동안 입원을 했고, 대비 역의 김선경씨도 피로와 장염 증세가 겹쳐 병원에 입원했다. 한가인은 맨발에 얇은 한복 한 벌만을 걸치고 무려 반나절 동안이나 고문 장면을 찍으며 몸살을 앓기도 했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수 있지만, 제작 환경이 너무 가혹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사전 제작이 되지 않는 우리네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초인적인 촬영은 이제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되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생방송 촬영'에 들어가는 것은 방송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예고편이 나오지 않거나, 예고편에서 과거의 촬영분이 흘러나오게 된다면 그것은 100%다. 생방송 촬영이 시작된 것이다.

드라마 사전 제작제가 늘 거론되지만 이것이 우리 형편에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전 제작 드라마들의 실패로 드러났다. 우리네 드라마는 언제부터인가 제작진이 찍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드라마가 되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 드라마만의 경쟁력(순발력, 상호소통 등등)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일 때다. 너무 가혹한 환경은 그 자체로 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린다.

'해를 품은 달'이 좀 더 밀도 있고 빠른 전개가 되지 않는 건 여러 모로 이 조악한 제작 현실과 관련이 있다. 마침 파업으로 인해 제작인력이 대거 빠져나간 것도 큰 원인이다. 워낙 드라마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유독 많이 쏟아져 나오는 '옥의 티'도 그저 귀여운 실수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만일 보통 상황이라면 이런 실수는 용납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열악한 제작 환경으로 인해 드라마 몰입이 방해받는 일이다.

너무 추운 날씨에 밤샘 촬영을 하다 보니 집안에서 찍는 장면에서조차 연기자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오죽하면 '드라마 제작 현장에 보일러 놔드려야겠다'는 농담이 나오겠는가. 이 살풍경(?)한 장면들은 달달하고 절절해야 할 이 멜로 사극의 몰입을 가로막는다. 이제 야외 촬영분이 나오면 그 이야기에 몰두하기 보다는 너무나 추워 보이는 연기자들의 상황을 걱정하게 될 지경이다.

만일 겨울이 아닌 봄에 방영되었다면 어땠을까. 좀 더 따뜻한 분위기에서 이 판타지가 뒤섞인 멜로 사극은 더 달달한 느낌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거의 생방송으로 찍어내기 바쁜 우리네 제작현실은 그 작품의 최적화된 계절적 시기마저 무시하는 상황이다. 결국 드라마의 질은 이런 디테일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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