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남녀’ 양대혁, 젊은 꼰대가 더 무섭다
‘야식남녀’, 비정규직과 성 소수자 현실을 끄집어내는 악역
[엔터미디어=정덕현] 때론 악역이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보여줄 때가 있다. JTBC 월화드라마 <야식남녀>의 남규장(양대혁)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정확히 나눠 차별하는 이 인물은 성 소수자에 대한 시선 또한 비뚤어져 있다. 비정규직으로 ‘게이 셰프가 만들어주는 야식남녀’라는 기획안을 내고 그 파일럿을 보란 듯이 성공시킨 김아진(강지영)이 힘겨워지는 건 바로 그런 차별과 비뚤어진 시선을 가진 남규장이 선배로 앉아 있어서다.
비정규직은 아예 기회조차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커피 심부름 같은 허드렛일만 대놓고 시키는 이 젊은 꼰대는 꼰대라는 지칭이 나이와는 무관하다는 걸 현신해 보여주는 인물이다. 결국 그 난관을 딛고 박진성(정일우) 셰프와 강태완(이학주) 디자이너를 합류하게 해 프로그램을 김아진이 성공적으로 만들어내자 남규장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밥상을 빼앗으려 든다.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남규장이 메인 PD가 되면서 세컨드 PD가 된 김아진은 졸지에 자신의 첫 작품을 빼앗겼다는 절망감에 빠진다. 하지만 박진성 셰프의 위로에 힘을 얻고 잘 해보려 하지만 남규장의 그 차별적 시선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애초부터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남규장이 ‘게이 셰프가 만들어주는 야식남녀’라는 프로그램의 메인 PD가 된다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박진성이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에는 나가지 않겠다 선을 긋고, 그가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에 강태완 또한 빠지겠다고 나오자 남규장은 이것이 김아진이 꾸민 일이라며 대놓고 그를 치졸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메인 PD가 되지 못하자 일부러 프로그램을 망치려 하고 있다고 김아진을 추궁한 것.
사실 <야식남녀>에서 남규장이라는 악역은 전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그 악역으로 인해 김아진이라는 인물이 힘을 얻는 건 사실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아진이 만든 프로그램이 잘 된 건 그 스스로도 토로하듯이 박진성이라는 셰프가 가진 매력 덕분이었다. 방송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가 던진 진심어린 위로가 힘을 발휘했던 것. 또한 강태완이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것도 따지고 보면 박진성의 매력 때문이다. 결국 김아진이라는 캐릭터가 스스로 해낸 부분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그렇지만 김아진이 비정규직으로서의 어려움을 겪는 그 과정을 통해 그 캐릭터가 힘을 얻게 되는 건 다름 아닌 악역인 남규장이 있어서다. 그는 심지어 이 성 소수자를 출연시켰다는 것 때문에 시위를 벌이는 이들 앞으로 김아진을 세워놓는 비겁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감 테러를 당할 때 박진성이 온 몸으로 그걸 막아주는 그런 장면이 가능한 것 역시 남규장 같은 악역이 있어서다.
<야식남녀>는 시청률이 겨우 1%대(닐슨 코리아)를 간신히 유지할 정도로 그다지 화력이 좋은 드라마는 아니다. 확실한 캐스팅 파워를 가진 프로그램도 아닌데다, 이야기가 독창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음식이라는 트렌디한 소재를 가져왔고, 비정규직과 성 소수라라는 약자의 현실이 주는 시대적 정서에 음식을 통한 위로와 멜로를 더했다. 특별한 구석을 찾기가 어려운 드라마다. 그나마 비정규직과 성 소수자에 대한 약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는 젊은 꼰대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건 그래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