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의 무한 확장성, ‘넘사벽’ 소리 듣는 까닭
트로트 예능은 아무나 하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조선 <사랑의 콜센터>의 인기를 트로트 열풍으로 풀어가는 비평은 무의미하다. 트로트가 대세가 된 이유를 언급하는 건 지겹도록 들은 레퍼토리고, 시청률조사회사 TNMS가 이번 주 방송이 20대와 30대 연령대별 시청률 순위에서도 전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 결과처럼 트로트 콘텐츠가 장년층을 넘어선 저변 확대에 이룩한 것도 사실이다. 젊은 세대의 TV이탈보다는 이들에게 트로트나 성인가요의 변두리 정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없다보니 뉴트로의 맥락과 맞아떨어졌다고 보는 편이 보다 타당한 해석이다.
그럼에도 <사랑의 콜센터>가 같은 출연진 중 핵심 멤버가 차출된 <뽕숭아학당>이나 다른 트로트 프로그램들과 달리 유독 안정적이고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이유는 캐릭터쇼의 성장 서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볼거리는 극히 단순해 그 안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에서 시작해 이어져오고 있는 무명 가수가 전 국민적 인기와 지지를 누리는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고생한 동료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은 성장 서사의 핵심이자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대국민 트로트 쇼는 임영웅이 왕관을 쓰는 것으로 끝났지만, <미스터트롯>의 멜로디는 TV조선의 예능을 넘어서 채널 불문, 장르 불문 방송가 전체를 잠식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최고 인기 가수이면서 얌전하고 정중한 임영웅, 가장 시니어급이지만 활발한 에너지와 친화력을 넣어주는 영탁과 장민호, 트로트 영재 정동원, 남자의 매력을 담은 김호중 등등 각기 다른 매력과 개성을 지닌 이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미스터트롯>의 서사를 계속해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이 송가인을 배출한 전작 <미스트롯>과 가장 결정적인 차이이자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진 이유다. 그러고 트로트의 인기와 <미스터트롯>의 후폭풍을 분리해서 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트로트를 기반으로 나타난 새로운 ‘젊은’ 스타들은 한이란 정서, 누구나 바라는 갖은 어려움과 시련을 딛고 성공을 이뤄낸 드라마틱한 해피엔딩, 뉴트로의 폭넓은 포용력, 문화 자부심 상승 등이 트로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탈색시킨 것을 넘어 이른바 <미스터트롯>만의 인기를 창출해냈다. 실제로 2년째 트로트라는 음악 장르가 방송가를 뒤덮고 있지만 유산슬의 곡을 제외하곤 히트한 트로트 신곡은 단 한곡도 없다. 송가인, 임영웅, 영탁 등 새로운 스타 가수가 등장했는데, 방송을 통해 재조명된 나름의 최신곡이 2012년 발표한 진성의 ‘안동역에서’ 일 정도니 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방송가는 올 하반기 방송가는 트로트로 도배될 예정이다. 예능의 한 축인 여행 예능과 해외 촬영이 불가하게 되면서 그 경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트로트를 소재로 삼거나 <미스터트롯> 스타들을 모신 예능은 TV조선 프로그램을 빼더라도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KBS2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 <악인전> SBS <트롯신이 떴다>, <동상이몽>, <미운 우리 새끼> JTBC <아는 형님>, <유랑 마켓>, <77억의 사랑>, MBN <전국민 드루와>, Olive <밥블레스 유2>,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 채널불문이다. 그뿐 아니라 EBS <극한직업>, SBS <SBS 스페셜 - 송가인의 2020 젊은 트롯> 등 장르도 불문이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아예 트로트를 내세워 새롭게 준비되는 쇼들도 쏟아진다. SBS플러스의 가요 레전드들의 트로트 도전기 <내게 ON트롯>도 이달 16일 방송을 앞두고 있다. MBC는 트로트 오디션 <트로트의 민족>을 준비중이고, 장윤정이 프로듀서가 되어 ‘남자 트로트 그룹’ 제작을 첫 프로젝트로 내세운 <최애엔터테인먼트>를 7월에 론칭할 예정이다. KBS2는 송가인과 그의 소속사와 손잡고 <트롯전국체전>이라 하여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며 트로트 유망주를 찾고 지역 특산물 소개와 판매도 돕는 이른바 <전국 노래자랑>과 <맛남의 광장>을 결합한 트로트 예능도 기획 중이다.
<보이스퀸>으로 중장년 콘텐츠의 수혜를 봤던 MBN은 판을 키워서 MBN 200억 규모의 <보이스트롯>를 7월에 선보인다고 한다.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과 셀럽을 참가 대상으로 삼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점이 특징이다. 이런 제작 열기 덕분에 <미스터트롯>의 스타들만큼이나, 진행자인 붐과 김성주 그리고 남진, 주현미, 설운도, 김연자, 장윤정, 홍진영, 박현빈 등 방송친화적인 기성 트로트 가수들도 무진장 바빠지게 됐다.
이쯤에서 잠시 시간을 올해 초로 되돌려보자. <미스터트롯>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MBN <트로트퀸>,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가수다> 등의 트로트 콘텐츠가 바로 나왔다. 하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특히 <미스터트롯>에 참여한 가수들보다 중량감이 훨씬 높은 현역 트로트 스타들이 참여한 <나는 트로트가수다>의 성적과 화제성은 극히 떨어졌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트로트 자체에 열광하기보다는 현재 인물 중심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단계기 때문이다.
실제로 SBS의 <트롯신이 떴다>의 시청률은 16%대까지 치솟다가 <뽕숭아학당>과 맞붙은 지금 반 토막 났다. 바로 이 갭만큼이 <미스터트롯>의 힘이다. 결코 트로트 열풍에 기대는 것만으로 트로트 예능이 성공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미스터트롯>은 트로트를 내세우긴 했지만, <무한도전> 전성기의 캐릭터쇼와 (지금은 제작진 구속으로 마무리된) 아이돌 팬덤 문화 기반 서바이벌쇼의 만남이 인기의 근원이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조선, KBS, 포켓돌스튜디오,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