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모든 멤버가 참 예뻐 보인다

2012-03-29     김봉법


- 해외 유명 스타일리스트들이 빅뱅을 원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봉법의 스타일 나우] 빅뱅이 컴백했다. 당연히 그들의 새로운 스타일이 궁금했지만 이번엔 일부러 무관심인척 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보면 너무 좋은 기회였고 심지어 멤버 중 한명은 콘서트까지 갈 정도로 팬인데 이상하게 속마음은 '또 그 브랜드랑 그 브랜드입고 액세서리 주렁 주렁 달고 나왔을꺼야'하고 혼자 결론 지어버렸다. 뮤직비디오도 안봤고 티저 사진도 안 봤다. 공중파 첫 무대를 해외 출장가는 날 공항에 있는 티비로 우연히 봤다. 역시 3곡이나 부를 수 있게 만들어준 기획사의 파워가 여실히 드러난 무대였다.

그땐 그것 뿐이었다. 빅뱅이라는 이 시대 문화 아이콘이 TV에 오랜만에 나왔다는 사실에 노래도 스타일도 그저 무대 장악력에 묻혔다. 도쿄에 있는 동안 일본 음악 프로그램과 TV에서는 빅뱅의 컴백 소식을 앞다퉈 소개했고 이미 열광 그 자체였다. 한국과 다르게 어느 멤버가 뭘입고 나왔고 그 아이템이 어디에서 파는지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물론 그들의 이런 인지도를 모르고 있었거나 인정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해외에서 직접 느끼니까 정말 신기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인터넷으로 첫 방송 무대를 다시 봤다. 뮤직 비디오도 한 장면도 안 놓치고 열심히 봤다. 세 번 정도 보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국에서 이런 비주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또 있을까? 지금 어느 한 기획사와 그 소속 아티스트를 홍보하려고 글을 쓰는 건 절대 아니다. 빅뱅은 전 세계 팝무대에 내놔도 이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패션에 가장 민감한 세대가 20대라고 생각했었는데 10대로 바꾼 것 역시 빅뱅이다.

좀 과장되게 들릴 수 있지만 지드래곤과 탑, 태양이 입고 신고 걸치고 나온 모든 아이템은 노출 즉시 완판이다. 해외 경매 사이트나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되는 것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도쿄의 패션 마케팅도 변했다. 신제품이 나오면 빅뱅이 우선이다. 도쿄 시내 유명 셀렉트숍은 그들만을 위한 방이 따로 마련되어져 있다. 더이상 한국 손님이 문전박대 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빅뱅이 입은 옷을 사러 도쿄로 쇼핑가는 패션 빅팀들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시 이번 앨범의 스타일에 대해 말하고 싶다. 크게 바뀐 건 없다. 놀랄만한 것도 없다. 오히려 뭔가 정돈된 느낌이랄까. 물론 파랗게 염색한 탑의 헤어 컬러나 대성의 탈색한 헤어 컬러가 조금 식상 할 수도 있다. 지 드래곤의 길게 붙인 헤어 피스와 승리의 짧은 머리가 살짝 거부감 들 수도 있지만 5명이 한 무대에 모이니까 나름대로 멋진 조화다.

개인적으로는 'bad boy'를 부를 때 입은 태양의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오리엔탈 스타일의 실크 팬츠가 너무 마음에 든다. 입고 싶거나 입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그건 성공한 거다. 탑과 비슷하게 각이 있는 스타일을 선택한 대성의 룩도 근사하다. 두 번째 방송 무대에선 'boy london'이라는 올드 스쿨 느낌의 의상들을 선보였는데 이미 그 제품을 파는 도쿄의 한 셀렉트숍엔 '품절'사태다. '판타스틱 베이비'의 뮤직 비디오에서 태양이 팔에 찬 스틸로 된 팔 장식과 얼굴에 쓴 캡은 이번 시즌 파리 'MUGLER'의 컬렉션에서 선보인 그것과 똑같다. 이 시대 가장 핫한 스타일리스트이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콜라 포미케티'의 작품이다.

해외 유명 포토그래퍼나 스타일리스트, 뮤지션들 모두 빅뱅과 작업하고 싶어하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작년 이맘때 빅뱅의 잡지 촬영장에 같이 있었다. 패션에 있어서는 도도하고 콧대 높은 잡지였는데 그들도 결국엔 빅뱅의 힘에 꼬리를 내리고 많은 양의 페이지를 할애했다.

이제 곧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는 빅뱅의 무대를 얼마나 더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주말 음악 프로를 기다리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한동안 맘고생을 한 멤버들도 있고 어쩌면 음악적인 부분에서 매너리즘(지난번 발표 했던 '헤븐')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과정을 아주 성공적으로 이겨낸 빅뱅의 모든 멤버가 참 예뻐 보인다. 한국에 이런 패션 아이콘이 있다는 것도 새삼스레 자랑스럽다. 미국에도 없고 유럽에도 없고 일본에도 없다. 오로지 한국에만 있다. 빅뱅.


패션칼럼니스트 김봉법 zencool@hanmail.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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