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 천정명·한지혜 연기력 논란, 이유 있다
2011-03-22 정덕현
- 천정명·한지혜, 하고 있는 연기와 해야될 연기
- ‘짝패’ 과거 퓨전사극 주인공들 연기에 머물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드라마 공감] '짝패'는 기존 퓨전사극들과는 약간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 '대장금'에서부터 '선덕여왕'에서 정점을 찍고 '추노'로 이어지는 퓨전사극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극적 상황과 국면전환으로 긴장감과 속도감이 특징이었다. 이들 사극들은 그래서 심지어 '미션사극'이라고까지 불렸다. 하지만 '짝패'는 다르다. '짝패' 역시 물론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지만 그 사건들이 기존 퓨전사극들처럼 계속해서 긴장국면을 만들지는 않는다. 미션도 눈에 띌 정도로 부각되지 않는다.
스토리도 확실히 기존 퓨전사극들과 비교된다. 즉 서로 운명이 뒤바뀐 천둥(천정명)과 귀동(이상윤)이 그 신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정을 이어가는 과정이 '짝패'의 스토리. 따라서 천둥과 귀동은 팽팽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귀동의 아버지인 김진사(최종환)가 겉으로 보기엔 탐관오리의 대표격으로 내세워지지만, 그 역시 천둥의 스승이자 동녀(한지혜)의 아버지인 성초시(강신일)와 동문수학한 동무로서 그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세상의 불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갖고 있기도 하다.
현감(김명수)이 확실한 탐관오리의 표상으로 악역을 자처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밀려나 한량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현재 '짝패'의 인물표를 바라보면 확실한 악역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각자 자신들이 태어난 신분이라는 족쇄를 단 운명 속에서 살아가며 부딪칠 뿐이다. 하지만 이 같은 명확한 악역의 부재와 그로 인한 대결구도의 희미함은 이 작품의 의도이기도 하다. 인물들에게 똑같은 애정어린 시선을 던짐으로써 오히려 이 사회적 신분 시스템의 모순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다. 어찌 보면 바로 이 신분사회 자체가 이 사극이 내세우는 유일한 악역처럼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따라서 '짝패'가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팽팽하게 이어지는 끝없는 대결구도가 아니라, 그 신분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인간적인 면면들이다. 거지움막에서부터 늘 막순(윤유선)을 연모하지만 바라만보고 살아가는 순박하기 짝이 없는 쇠돌(정인기)이나, 갖바치의 딸로 태어났지만 늘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달이(서현진), 늘 운명을 받아들이며 사람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만 살아가는 그녀의 할아버지 황노인(임현식), 미워할 수 없는 거지 왕초 장꼭지(이문식)와 그 식구들, 세상을 확 뒤집어보고 싶은 강포수(권오중)... 이들이 서로 엮어가는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짝패'의 진가다.
이처럼 '짝패'가 그리는 새로운 사극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왜 정작 주인공인 천둥(천정명)과 동녀(한지혜)의 연기력 논란이 자꾸 나오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민중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짝패'에서 아직까지 이들의 연기는 과거 퓨전사극의 주인공들 같은 연기에 머물러 있다. 천둥과 동녀는 모두 성인역으로 넘어오면서 캐릭터가 너무 딱딱해졌다. 그들은 상단을 꾸려 성공했지만, 천둥은 과거 거지패와 함께 살아왔었고, 동녀는 한때 기생으로 팔아넘겨질 위기까지 몰렸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성장했다면, 좀 더 민중에 가까운 정감 있는 캐릭터가 세워졌어야 한다. 어떤 고압적인 자세보다는 좀 더 망가지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물론 초반에 비해서 천정명의 연기는 확실히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한지혜의 연기는 여전히 '아씨 마님'의 꽂꽂함에 머물러 있다. 대결구도로 흘러가는 사극이 아니라, 인물들을 바라보는 사극이라면 그 인물들이 가진 매력이 드러나야 한다. 천정명과 한지혜는 좀 더 어깨에 힘을 뺄 필요가 있다. '짝패'라는 민중사극은 인물들이 신분이라는 틀 속에서도 서로 인간적으로 허물어지고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미소를 짓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물론 앞으로 어떤 극적인 전개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캐릭터들의 매력이 이 사극의 얼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중심에 천정명과 한지혜가 서 있다.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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