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니 노출해도 안 되지
2012-08-16 조원희
- <골든>에는 있고 <해운대>에는 없는 네 가지
[엔터미디어=조원희의 로스트 하이웨이] 부산을 배경으로 한 미니시리즈 두 편이 같은 시간대 편성돼 경쟁을 하고 있다. <골든 타임>과 <해운대 연인들> 이야기다. 지난 14일 <골든 타임>은 TNmS 시청률을 기준으로 14.2%, <해운대 연인들>은 9.9%를 차지했다. 어느 드라마가 성공했고, 또 실패했는지를 측정하기엔 큰 의미 없는 시청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드라마의 퀄리티 차이는 너무나 극렬하게 드러나고 있다.
첫째, 스토리라인의 차이다. <골든 타임>이 종합병원의 응급실로부터 중증외상센터로 진화해 가며 병원 내의 권력과 인간 생명의 존엄, 그리고 의사의 직업 윤리와 그 속에 살짝 숨어 있는 멜로 라인을 지니고 있는 드라마라면 <해운대 연인들>은 이제 영화계에서도 천대와 멸시를 받고 있는 '조폭 코미디'다. 기억을 잃은 검사와 전직 조폭 보스의 딸의 로맨스, <가문의 영광>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연출의 차이다. <골든 타임>의 연출에 대해서는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긴박감 넘치는 수술 장면에서도 오버 액팅하지 않게 하는 연출자의 지배력은 이미 이전 칼럼에서 다룬 바 있다. <해운대 연인들>은 연출자가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 정도다. 개성 강하고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을 모아 놨지만 정돈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가고만 있다.
셋째, 사투리의 차이다. <골든 타임>은 사투리 네이티브 스피커들을 주요 배역에 배치했다. 송선미는 그동안 여성 연기자들이 보여줬던 부산 사투리 연기 중 가장 자연스러운 억양을 들려주고 있다. 부산 사람들에게는 거의 '옆에서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이다. 송경화 역의 홍지민 역시 네이티브다. 극중 경북 사람으로 설정 돼 있는 이성민의 경북 사투리는 물론 잠깐 나오는 단역들의 사투리 역시 놀라운 퀄리티다. 응급실 간호사로 출연하는 작은 역할의 배우 강선미까지도 부산 출신으로 현장감을 높여주고 있다. 주요 배역 중 매우 어색한 사투리는 김기방 한 명 정도에서 발견된다.
<해운대 연인들>은 일단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조여정에게 부산 사투리 연기를 요구하는 무리수를 뒀다. 부산 권 출신인데다 그동안 뛰어난 사투리 연기를 보여줬던 이재용조차 이 드라마에서는 어색한 억양을 구사한다. 전직 조폭이라는 설정+오버액팅이 낳은 결과다. 임하룡의 사투리 퀄리티는 가장 처참하다. 도대체 왜 저 노장 배우에게 사투리를 시켰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로지 고향이 부산인 김혜은 혼자 걸쭉하고 퀄리티 높은 네이티브 스피킹을 구사하고 있다.
어차피 부산 사람들 외에는 그 차이를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 퀄리티가 왜 중요한가. 그것은 얼마나 이 드라마들이 극중 배경을 소중하게 취급하는가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드에서 어색한 한국어나 어색한 한국 배경이 등장할 때 얼마나 크게 비웃었던가.
넷째, 마케팅 이슈의 차이다. 드라마가 방송된 직후, 혹은 방송되기 전 방송사의 홍보실에서는 '기사거리가 될만한 보도자료'를 각 언론 매체에 발송한다. 극중에서 누군가 사랑을 고백한다거나 중요한 스토리의 변화가 있을 경우, 혹은 누군가 촬영 중 부상을 당해 '부상 투혼'을 선보였다거나 하는 것이 주요 이슈가 된다.
<골든 타임>의 이슈는 주로 스토리의 전개에 관한 것들이다. 최인혁 교수 역의 이성민이 '생명의 가치를 의사가 판단해선 안 된다'는 명대사를 날렸다거나 이선균과 황정음이 두 명의 환자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뉴스 검색에서 발견된다. <해운대 연인들>로 뉴스 검색을 해 보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은 '해운대 연인들의 노출신이 야하다'는 것이다. 정석원이 상반신 탈의를 해서 시청률이 올랐다는 뉴스라던가, 김강우와 조여정이 '민망한 밀착자세'를 선보였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해운대 연인들>은 최근 웰메이드 드라마들이 점령하고 있던 미니시리즈 띠 편성에 오랜만에 등장하는 낮은 퀄리티의 드라마다. 주연 라인의 김강우와 조여정은 물론 이재용, 박상면, 김영옥 등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이 포진해 있지만 쓰러져가는 드라마를 살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최근 좋지 않은 이슈로 화제가 된 걸 그룹의 멤버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악플이 쏟아지고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그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다른 아쉬움이 훨씬 더 많은 작품이다.
칼럼니스트 조원희 owen_joe@entermedia.co.kr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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