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탄’ 조형우·박원미 당락, 누구의 손 끝에서 갈렸나

2011-04-02     최명희


- '위탄' 평가방식,‘情’을 어찌할꼬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 무대에서 자웅을 겨룰 최종 합격자 12인이 결정됐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에서는 멘토 스쿨에서 탈락했던 10명의 멘티들이 패자부활전을 진행했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손진영과 공동 2위에 오른 조형우가 생방송행 마지막 티켓을 확보했다.

1,2위만이 본선 티켓을 차지할 수 있는 녹화방송의 마지막 무대. 공정성 확보를 위해 멘토들은 소수점 한 자리까지 구체적인 ‘숫자’로 평가했고, 자신의 멘티에게는 점수를 주지 않는 채점방식이 도입됐다. 멘토 스쿨 과정에서 나타난 사전 합의 의혹, 공정성 논란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태원의 멘티 손진영의 생방송 진출이 확정된 가운데 신승훈의 멘티 조형우와 이은미의 멘티 박원미가 각각 33.6점으로 동점을 기록, 결국 점수가 아닌 멘토들의 ‘정성적’인 판단으로 조형우가 막차에 승선했다.

이날 손진영이 화려하게 ‘부활’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멘토는 과연 누구일까. 조형우와 박원미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에 가장 만족감을 드러낸 멘토는 누구였을까. 채점방식, 결과발표 순서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방시혁, 이은미, 신승훈, 김태원, 김윤아 등 모두 5명이 멘토들의 채점표를 다시 세밀하게 들여다보기로 한다.

패자부활전에서 가장 넉넉하게 인심을 쓴 멘토는 의외로 ‘독설가’ 이은미로 나타났다. 이은미는 이날 자신이 평가한 8명의 참가자에게 모두 65.6점을 선사했다. 예선에서 그토록 깐깐하던 이은미가 의외로 “노래를 듣는 재미가 좋다”며 평균 8.2점을 안겨준 것. 특히 같은 ‘독설라인’인 방시혁이 62.1점(평균 7.8점)의 짠물 평가를 내린 점을 고려하면 멘토스쿨에서부터 어느 정도 나타나기 시작한 이은미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은미는 손진영의 부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은미는 손진영에게 자신의 최고점이자 이날 전체 점수에서 2위에 해당하는 무려 9.0점을 주며 손진영 1위의 결정적 공로자가 됐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0.2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손진영은 스승 김태원에게 뿐 아니라 이은미에게도 “사랑합니다”라고 감사할 필요가 있겠다. 이은미는 한편 안아리에게 자신의 최저점인 7.5점의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근성을 중시하는 이은미의 눈에 베짱이중 베짱이인 안아리가 좋게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런 행운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힌 ‘교회 오빠’ 조형우와 트위터에 “다시 노래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한 박원미의 당락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멘토는 누구일까.

먼저 ‘가시나무’를 열창한 조형우는 비교적 고른 득점을 했다. 김태원이 8.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이은미가 7.9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지만 본선 경쟁력이 높음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편차가 1에 불과하다. 예상치 못한 눈물을 흘리며 감성적으로 접근한 박원미는 방시혁에게 이날의 최고점인 9.5점을 획득한 대신, 김윤아에게는 7.2점 밖에 받지 못했다. 최고와 최저의 편차가 무려 2.3으로, 조형우의 두 배가 넘는 것은 물론이고 이날 참가자중 가장 진폭이 컸다. 방시혁에게 고마워 해야 할 일이지만 김윤아의 평균점이 멘토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8.1점이었던 걸 감안하면 본인은 아쉬움도 클 것이다.

만약 체조경기 처럼 최고점이나 최저점을 배제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최고점수를 빼고 계산하면 승자는 조형우다.(조형우 24.6, 박원미 24.1) 하지만 최저점수를 제외하는 방식에서는 승자가 박원미로 뒤바뀐다.(박원미 26.4, 조형우 25.7) 최고와 최저 점수를 모두 빼면 박원미가 16.9점으로, 조형우 16.8점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지만 모수가 너무 적다는 문제가 생긴다.



재미있는 건 조형우와 박원미 모두 방시혁에게는 고마워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박원미야 당연히 최고점을 받았고 “오늘만큼은 팬”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니 그렇다치지만 조형우는 왜? 조형우의 열창이 끝나고 방시혁이 한 말에서 유추할 수 있다. 방시혁은 조형우의 노래가 끝난 뒤 굉장히 야박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신승훈의 옹호 발언 이후 방시혁은 “원래 더 낮은 점수를 주려고 했는데 승훈이형의 말에 공감해 점수를 좀 더 줬다”고 말했다. 최소 0.1점은 더 영향을 줬을 것이고 그 점수가 공동 2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론이다. 숫자로 분석하는 게 원래 그렇다.

전반적인 결과에 대해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싶지는 않지만 ‘위대한 탄생-시즌2’도 준비중이라고 하니 향후 패자부활전의 채점방식 변화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몇 가지 진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겠다.

먼저 멘토들이 한 명 한 명 순서대로 점수를 공개하는 방식은 상호간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신이 아닌 이상 이전 평가자의 점수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방식이 훨씬 긴장감을 조성하고 시청률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역시 오디션은 공정성이 생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패자부활전이라면 더욱 더. 처음부터 끝까지 김윤아부터 점수를 공개한 방법도 좋지 않았다. 김윤아의 멘티를 평가할 때는 김태원이 먼저 점수를 공개했고, 우연이겠지만 김한준, 안아리 등 김윤아 멘티들이 받은 최고점은 모두 김태원의 그것이다.

또 노래를 듣고 동시에 전광판에 점수를 공개한 뒤 칭찬이던 독설이던 평가를 했어야 했다. 사전 평가 후 채점 뒤 다시 평가발언을 듣는 방식은 개입의 여지가 증명됐다. 조형우의 사례에서 보듯. 물론 신승훈과 방시혁의 친분이 개입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해의 소지를 둘 필요도 없다.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멘토제의 도입인데, 이 제도는 아무래도 멘토와 멘티의 ‘정’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동점자가 나왔을 때의 결정방식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미리 준비한 방식인지 알 수는 없으나 소수점 한 자리까지 ‘숫자’로 평가하기로 한 마당에 동점자가 나온 상황에서 굳이 멘토들의 간택 방식을 적용하기 보다는 한 번씩 더 노래할 기회를 주고 다시 점수를 매기는 게 좋지 않았을까. 역시 간택도 순서의 문제를 수반한다. 박원미에게 9.5점을 선물한 방시혁이 제일 먼저 판단을 내렸다면 혹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동시에, 숫자로 평가하는 게 논란의 여지는 가장 적다. 그러자고 국민투표도 도입한 거 아닌가.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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