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주 ‘독설’과 전현무 ‘깝’, 어디서 봤더라?

2011-04-04     정덕현


- 아나운서계의 방시혁·유재석은 어떻게 탄생했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아나테이너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아나운서를 뽑는 오디션을 쇼 프로그램화 하는 시대이고, 그 쇼 무대 위에서 개그맨 뺨치는 만담으로 빵빵 터트린 지원자가 주목받는 시대다. '신입사원'에서 아나운서계의 방시혁으로 불리는 방현주 아나운서는 특유의 독설을 날려 주목받고, 아나운서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전현무 아나운서는 특유의 깝으로 개그맨들마저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뉴스 보도, 사회, 실황 중계의 방송을 맡아 하는 사람. 또는 그런 직책'을 지칭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정의는 이제 변해야 될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재정의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방송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방향적 소통 시대에 방송사가 가진 입은 권위 그 자체였다. 그러니 방송사의 얼굴은 단연 아나운서였다.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세상의 의심할 여지없는 정보들이었고,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매체 시대로 접어들고, 쌍방향 미디어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르는 시대에 방송의 권위는 무너져 내렸다. 대중들 스스로가 미디어라 믿어지는 시대에 방송의 정보들은 때론 대중들과 시각차를 보이고 부딪치기도 하고, 때론 오보에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일단 뉴스나 시사 같은 중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매체가 방송 말고도 너무나 많아졌다. 심지어 이제는 대중들이 포착한 뉴스를 받아서 방송하는 시대가 아닌가. 방송의 가장 큰 힘인 권위가 해체되면서 방송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연성화의 길이다. 이것은 다만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보다 대중의 눈높이로 낮춰진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전반에 깔리게 되고, 이제는 주말 MBC 뉴스데스크를 이끄는 최일구 앵커로 대변되는 것처럼 뉴스에도 스며들기 마련이다.

아나운서가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또박또박 언어를 구사하며 심지어 대외적인 활동까지 반듯해야 했던 것은 그 말의 힘이 권위로 작용하던 시대의 방송의 잔재다. 여전히 아나운서들은 이 틀을 고수하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바뀌었다. 정형돈과 게임을 하며 종이를 놓고 얼굴을 맞대는 민망한 장면을 문지애 아나운서가 연출하고, 그 장면은 '신입사원'의 오디션 후보가 패러디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물론 그 후에 문지애 아나운서가 뉴스나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브리핑을 하는 것에 대해 대중들은 그다지 이물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대중들이 뉴스나 시사 정보 프로그램과 연예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을 그다지 다르게 여기지 않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생생정보통'이다. 이 정보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그램에는 저녁 시간대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전국 먹거리 이야기에서부터 연예 정보, 때론 미니 다큐가 들어가고 심지어 생뚱맞아 보일 수 있는 뉴스가 배치되지만 그것에 어떤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의 얼굴로서 전현무 아나운서가 서 있다는 것은 현 달라져있는 아나운서라는 존재를 가늠하게 한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아나운서들이 방송국을 뛰쳐나와 프리선언을 하는 상황은 당연할 것이다. 즉 과거 아나운서들이 방송의 얼굴이었을 때는 방송사들이 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제 아나운서들은 방송 전부를 대표하는 얼굴은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인이 되어 있고 또 그래야 살아남는다. '신입사원'의 방현주와 '생생정보통'과 각종 예능을 휩쓸고 있는 전현무는 이 달라져 가는 아나운서라는 존재의 정체성을 징후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그것은 지원자뿐만 아니라 심사자도 스타로 만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아나운서 방현주가 앉아있고, 전현무라는 대체 불가능한 깝의 아나운서가 각광받을 수 있는 정보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시대라는 이야기도 되기 때문이다. 아나운서계의 방시혁과 유재석은 어쩌면 앞으로 아나운서들의 새로운 정체성이 될 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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