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새’의 돌싱 놀리기, 마냥 함께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미우새’의 새 관전 포인트로 자리한 돌싱트리오의 명과 암

2020-08-24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엄마한테 혼나는 결혼 못하는 불행한 자식들..” 손님으로 찾아온 강남은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의 고정을 언급하자 펄쩍 뛰며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이들을 그렇게 정리했다. 자신은 이제 결혼한 지 1년도 안된 신혼이고 무엇보다 아내 이상화와 알콩달콩 살아가고 있다며 그를 초대한 돌싱트리오탁재훈, 이상민, 임원희와 선을 그었다.

강남이 말하는 신혼의 달달함은 돌싱트리오가 보여주는 궁상과 대비효과를 이뤘다. 그래서 돌싱으로서의 삶과 이제 신혼의 삶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 어떻게든 강남의 신혼생활이 환상일 뿐이라며 깎아내리려는 돌싱트리오의 유치한 말들과, 이에 반박하며 사랑꾼의 면모를 과시하는 강남의 대결은 빵빵 터트리는 웃음을 만들었다.

한 번도 싸운 적 없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이상민에게 직접 전화해서 확인시켜주겠다며 이상화에게 전화를 건 것처럼 꾸민 거짓 상황극에 이상민이 긴장하는 모습이나, 이상화의 다리 마사지를 평생 해주기 위해 마사지 자격증까지 땄다는 강남의 이야기에 졌다는 표정을 짓는 세 사람의 모습은 그 상황 자체가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와중에 강남에게 은근히 유치한 도전의식을 갖는 탁재훈은 역시 토크의 달인다운 재치 있는 멘트들을 던졌다. “자주 싸우지 않냐고 묻고, 강남의 행복담에 할 말을 잃는 모습에 얘를 왜 불렀냐고 투덜대는 모습까지 그의 궁상은 웃음을 유발했다. 결혼이 좋냐 혼자 사는 게 좋냐는 논쟁(?)에서 엉뚱하게도 옷을 벗고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강남이 자신도 팬티만 입고 지내기도 한다고 하자 우린 팬티도 안 입어라고 말하는 대목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결국 드러나는 건 자신들의 치부였다. 괜히 결혼생활의 안 좋은 점을 찾아내려는 못난 형들의 유치한 멘트들. 이건 한 편의 콩트 코미디를 실화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른바 돌싱트리오나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중년들 놀리기는 점점 <미운 우리 새끼>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주 홍진영이 연애능력고사라는 명목으로 곤란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 리액션을 보는 대목 역시 마찬가지의 큰 웃음을 준 바 있다. 그 속에서도 탁재훈과 이상민, 임원희는 김종국을 편애(?)하는 홍진영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부터 돌싱트리오 놀리기가 이 프로그램의 재미포인트가 되었던 것.

그 상황 자체가 우스운 데다 이를 받아주는 탁재훈과 이상민, 임원희의 재치 있는 멘트들이 빵빵 터지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남는 아쉬움은 있었다. 그것은 예전부터 <미운 우리 새끼>가 어머니들의 시선으로 담아냈던 것처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고 하지 못했거나 돌싱이 된 이들은 어딘지 결격사유가 있는 존재들로 은연중에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어쩌면 <미운 우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일 수 있고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한 상황일 수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싱글이나 돌싱의 삶 역시 궁상맞기만 한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가끔씩 일회성으로 출연하는 게스트들의 싱글 라이프에서 그런 면모들이 보이긴 하지만, 고정으로 들어온 이들은 대부분 궁상을 웃음의 주요소재로 삼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당장은 재밌지만 반복되면 자칫 결혼과 이혼에 대한 엉뚱한 선입견이나 편견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