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탄’, 국민투표 결과 비공개 이유 사라졌다
2011-04-09 최명희
-‘위대한 탄생’, 대국민투표 결과 국민에게 알려야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예전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루 걸러 한 건씩 특종을 내는 신문사가 있었다. ‘물먹은’ 경쟁 신문사들은 낙종을 쫓아가기에 바빴다. 특종 신문사의 매체영향력은 쑥쑥 올라갔고 그와 더불어 판매부수 및 광고수입이 급증한 건 당연한 보너스였다. 하지만 수많은 특종의 대부분은 취재기자들이 일선을 누비며 따낸 자랑스러운 성과가 아니라 정권 및 재벌과 유착하면서 얻어낸 전리품이었다. 부정하게 얻은 ‘비대칭 정보’를 활용해 한껏 주가를 올렸고 온갖 호사를 누렸지만 일반 대중들이 이 같은 '장난질'을 알아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옛날 얘기다.
MBC ‘위대한 탄생’이 생방송에 돌입하면서 본격 서바이벌에 돌입했다. 125분의 파격 편성으로 시작한 ‘위대한 탄생’ 첫 날 방송은 자체 최고시청률을 가볍게 경신한 것은 물론 160만건 이상의 참여를 끌어내는 등 소기의 목적을 추가 달성한 분위기다. ‘저질’ 음향설비에 대한 지적, MC의 실수에 대한 논란 등 뒷말도 무성하지만 이 역시 깊은 관심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흥행에 성공했다. MBC로서는 장안에 화제였던 ‘나는 가수다’가 일단 좌초된 상황에서 예능 효자로 떠오른 ‘위대한 탄생’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을 게 분명하다.
12명의 생방송 무대 진출자 중 황지환과 권리세가 탈락하고 살아남은 참가자만 다음 무대를 기약하게 됐다. 그런데 권리세의 탈락을 두고 말들이 많다. 논란이 논란을 낳는다고, 엊그제까지는 ‘좀비’로 불리우며 생방송 무대에 진출한 권리세에 대한 특혜시비가 거세게 일었는데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는 오히려 권리세 탈락을 놓고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12명에서 2명이 탈락하는 구조에서는 탈락자에게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고 출연 순서에서 손해를 본 ‘순번의 저주’라느니, ‘왕따 투표’의 피해자라느니, ‘슈퍼스타K' 따라하기라느니, 하는 말들도 나올만 하다. 대부분 일리가 있는 지적들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미스 재팬출신으로 첫 방송부터 외모로 화제를 모으며 ‘위대한 탄생’ 시청률에 지대한 공헌을 한 권리세다보니 더욱 더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위대한 탄생’ 제작진은 케이블만도 못하다는 비난을 자초한 음향시설도 가능한다면 ‘나는 가수다’ 수준으로 보강하고, 출연순서를 정하는 데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설득력 강한 수단을 받아들이는 등 첫 생방송 이후 나타난 대중들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정확한 대국민투표 수치와 순위를 공개하기를 바란다. 사실 방송 말미에라도 생존한 참가자들의 순위가 공개될 줄 알았는데 그냥 끝나 버렸다. 방송 이후라도 공개될 줄 알았던 순위는 그러나 끝내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았다.
‘위탄’ 제작진은 순위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오늘의 평가는 오늘 끝내고, 다음 평가는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순위가 공개되면 다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같이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앞으로도 탈락자 이외에 순위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순위와 문자투표 결과가 다음 무대에 영향을 미쳤던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슈퍼스타K'와의 차별점을 이런 식으로 도출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설득력도 약하다.
‘위대한 탄생’은 예선전과 멘토스쿨 등에서 드러낸 공정성 문제에 심각성을 느끼며 국민투표 비율을 무려 70%로 높여 잡았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큰 편차 없이 점수를 매기던 멘토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물론 멘토들의 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범위까지 축소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 투표권자에게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칫 오만으로 비춰지기가 쉽다. 벌써부터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 장난을 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는 판이다.
‘순위가 다음 번 순위에 영향을 준다’는 말도 타당하기는 하지만 고압적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대중들의 수준을 그 정도로 파악하면서 어떻게 70%나 비율을 할당했는지도 의심스럽다. 따지고 보면 예선전, 멘토스쿨 과정, 멘토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 영향 또한 오디션의 일환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반영된 투표결과가 다음번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역시 과정으로 삼으면 될 일이라는 지적이다.
‘위대한 탄생’ 제작진이 순위를 공개해야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사실 이미 멘토들의 평가 순위가 최종순위인 양 떠돌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멘토들이 합산한 점수로 순위를 매겨 ‘김혜리가 1등’, ‘김혜리, 백청강, 이태권이 BIG3', ‘이태권 음이탈에도 3위’ 등등 온갖 기사와 네티즌 글들이 난무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칫 국민투표를 합산한 총점에서 김혜리가 1등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다음주 방송에 영향을 미칠 판이다. ‘위대한 탄생’측이 순위 비공개를 결정한 취지가 사실상 무색해 진 것. 정확한 정보전달이 오히려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제작진은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
‘위대한 탄생’은 다음 주부터라도 생존자의 순위를 공개하길 바란다. 같은 MBC의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보여줬던 신속성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나가수’가 부정적인 의미의 신속성이었다면 이번에는 긍정적인 의미의 그것을 희망한다. 시행착오는 한 번이면 족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에는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은 기본 요건이다. 위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한 사람에게 당연히 위대한 결과를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이면 최종 투표 수치와 멘토점수의 합산과정도 깔끔하게 내놓고 첫 방송에서만 1억6천만원 이상 거둬들인 정보제공료는 어떻게 배분되고 쓰이는 지도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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