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 아이돌 떨게 만든 두 가지 저력

2013-04-08     노준영


- 악동뮤지션, K팝의 보석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여러 가지 논란과 이야기를 낳았던 ‘K팝스타’의 두 번째 시즌이 막을 내렸다. 최종회에서 본선 무대에서 서로 소화한 곡을 바꿔 부르는 미션과 심사위원이 제시한 추천곡을 부르는 미션을 소화한 방예담과 악동뮤지션은 어느 때 보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팽팽한 대결 속에서 최종 우승자로 호명된 참가자는 악동 뮤지션이었다.

마지막 무대에서도 악동 뮤지션은 자신들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노래와 퍼포먼스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아티스트라는 점을 그대로 증명한 것이다. 실제로 악동뮤지션은 ‘MmmBop’에도 편곡적인 요소를 가미했고, ‘뜨거운 안녕’ 에서도 창의적인 가사를 보태며 창조력에 있어서는 당할 자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과시했다. 자신들을 정상까지 올려놓은 강점을 끝까지 유지한 것이다. 새로움이라는 걸 목표로 시작한 악동 뮤지션의 도전은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K팝스타 시즌2의 우승자’ 라는 수식어가 악동 뮤지션을 설명하는 전부는 아니다. 이들의 본모습은 선배 아티스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음원 차트의 강자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다리 꼬지마’ 에서부터 시작된 음원 차트 고공 행진은 ‘매력 있어’, ‘라면인건가’, ‘Crescendo’, ‘외국인의 고백’ 등으로 이어지며 프로그램 관계자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물론 같은 시기 음원을 공개한 아티스트들은 수시로 쏟아지는 멘붕을 끌어 앉아야 했지만 말이다.

정식으로 데뷔 한 아티스트에게도 이렇게 연속으로 히트 싱글을 배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데뷔하기도 전 이렇게 어마어마한 기세로 출발을 알린 악동 뮤지션에게 기대의 시선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부담이 되진 않을 수 없겠지만, 더욱 발전하는 아티스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슬기로운 처신이 필요한 때이다.



대중들이 악동 뮤지션을 선택한 이유는 자명하다. 독창성이다. 잠깐 과거로 시계추를 돌려보자. 1990년대 우리 가요계에는 과거 선배들의 명맥을 이어받은 향기로운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았다. 유희열, 이적, 김동률, 윤상, 김현철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던 아티스트들이었기에 선택의 폭도 넓었다. 각자 좋아하는 장르를 구현하는 아티스트를 따라 음악을 즐길 수 있었고, 싱어송라이터 다운 존재감에 감탄하며 음악이 주는 감동을 느끼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프로듀서들이 앨범을 진두지휘하고 가수는 이 곡을 부르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싱어송라이터들이 자웅을 겨루던 현실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돌 대세가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프로듀서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직접 작사와 작곡을 담당하는 뛰어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있긴 했지만, 예전만큼 파급력을 가지진 못했다.

아티스트가 직접 곡을 쓴다는 건 그 곡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다른 사람의 곡을 부른다는 건 온전히 자기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금의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들었던 음악들이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존재하는 건, 머릿 속에서 약간의 의문이 드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악동 뮤지션은 이런 점에서 볼 때 매우 차별화 된다. 이들은 곡을 직접 쓰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다. 자신이 쓴 곡의 내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편곡 까지 가능한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곡을 쓰고 부른다는 건 완전한 이해를 동반하는 일이다. 대중들에게 보이는 모습이 늘 100% 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악동 뮤지션의 등장은 아이돌 대세에 지친 사람들에게 싱어송라이터가 줄 수 있는 신선함과 독창성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스타일을 통해 기존 K팝에서 볼 수 없었던 음악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앞선 싱어송라이터들이 보여준 음악에 대한 향수가 넘실거렸다. 어쩌면 지금의 K팝을 이끈 본질적 원동력의 재해석을 악동 뮤지션에게서 발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가사다. 사실 음악은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사를 쓰는 사람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곡가 만큼이나 작사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최근에는 평가 절하 되어 온 게 사실이다. 후크송이 대세로 등장하면서 의미 없는 가사들이 난무했다. 아무리 따져 들어보아도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의성어, 의태어, 혹은 정말 단순한 이야기들만 들이대니 생각할 시간마저 사라졌다. 때로는 음악을 왜 듣고 있는 건지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그래서 악동 뮤지션이 더 멋지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다리 꼬지마’ 에서 보여준 화려한 위트와 작사 센스, ‘라면인건가’ 와 ‘Crescendo’에서 드러난 상황 인식과 그들만의 코드는 가사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최종 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사위원들이 칭찬한 건 다름 아닌 직접 만들어 낸 랩 가사였다. 시처럼 다가왔다는 평가,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는 가사가 담아낸 의미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의도 없이, 영혼 없이 내뱉는 가사였다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귓바퀴를 돌아 빠져 나갔을 터, 악동 뮤지션의 고민하는 가사는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무의미한 가사가 난무하는 시대에 유의미한 가사의 의미를 일깨우는 일, 악동 뮤지션이 한 일은 대중음악적 의미로 볼 때도 정말 중요한 역할이었다. 이런 부분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 아닌 가 한다. 앞으로 대중들이 악동 뮤지션에게 기대하는 바도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다.

우승으로 출발하는 악동 뮤지션의 행보를 기대하며 다양성을 확보하고 획일화된 음악 콘텐츠를 바꾸는 데 큰 일조를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들은 이미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쩌면 지금 하던 대로만 해도 다른 아티스트들 보다 훨씬 돋보이는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신선함의 아이콘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에 반가운 아티스트를 만났다. 이젠 숨겨진 보석이 아니라 K팝의 보석이 되어야 할 차례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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