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군바리라 하는가, ‘진짜 사나이’다

2013-05-21     정덕현


- 군대 이미지까지 바꿔놓은 군 소재 예능의 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마더, 파더, 젠틀병- 전역하면 젠틀맨.” 최근 싸이의 신곡 <젠틀맨>을 패러디한 이른바 <젠틀병>에는 <푸른거탑>의 출연자들이 우정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그렇듯이 <젠틀병>은 군대라는 계급 체계 속에서 하고는 싶지만 하지 못하는 일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선임이 머리 감을 때 샴푸를 계속 붓는다거나, 군대 축구에서 위에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져주려 하는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죽자 사자 골을 잡는 골키퍼 장면 같은 것들이다.

<푸른거탑>이 군 소재 이야기를 가져와 특유의 시트콤식 콩트로 풀어내며 화제가 되고, 마침 <레미제라블> 열풍에 맞춰 패러디된 <레밀리터리블>은 외신에서도 관심을 갖는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이 열풍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건 <일밤>의 새 강자로 떠오른 <진짜 사나이>다. 연예인들의 재입대를 예능화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14일 첫 방영된 지 단 6회만에 11.4%(agb닐슨)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거머쥐었다.

물론 MBC의 군 소재 콘텐츠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 이미 MBC는 <우정의 무대>를 통해 남자들만이 아니라 여자들은 물론이고 부모 세대에서 젊은 층까지 군 소재가 가진 그 폭넓은 지지층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군대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군대리아에서부터 전투식량, 바나나라떼, 군대짜장 등등 군 음식문화가 화제가 되었고, ‘요’자를 쓰지 않는 군대 언어문화는 샘 해밍턴의 고충(?)을 통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푸른거탑>이나 <진짜 사나이> 같은 군 소재 예능 프로그램들이 만들어내는 군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다. 사실 몇 달 전만 해도 군대 하면 ‘군 기피’나 ‘병역 비리’ 같은 부정적인 것들을 떠올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변화는 말 그대로 상전벽해인 셈이다. 과거 이른바 ‘군바리’라고 비하하며 부르던 군인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롭게 의미 부여되고 있다. 가장 한창인 나이에 청춘을 국가를 위해 불사르는 그들의 모습은 때론 예능의 차원을 넘어서 뭉클한 감동까지 주니 말이다.



이렇게 되니 군대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방송 콘텐츠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진짜 사나이> 같은 경우에는 육군을 넘어서 해군, 공군까지 자기 부대를 다뤄달라고 서로 아우성인 모양이다. 실제로 첫 번째로 다뤄진 백마부대나 이번에 다뤄지고 있는 강원도 인제의 화룡대대는 <진짜 사나이>를 통해 그 이미지가 급상승했다. 이제 우리는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병들의 이름과 캐릭터까지 알게 되었다. 그러니 이들 부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나아가 군인들을 시쳇말로 ‘삽질하는’ 존재들로 비아냥대던 대중들의 시선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뭐든 틀리는 것을 용납지 않는 FM병사의 모습은 우리를 마음 든든하게 하고, 말은 청산유수지만 몸이 안 따르는 구멍 병사의 모습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게 만든다. 한때 구타와 가혹한 얼차려의 이미지로 얼룩졌던 군대를 생각해보면 이들 방송 콘텐츠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군인 이미지는 이토록 다르다.

물론 이미지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겉으로는 ‘젠틀병(?)’의 모습을 보이면서 실제 시스템이 그것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이러한 군 소재 콘텐츠는 그 자체로 군인들마저 허탈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군 소재 콘텐츠들로 대중들과 군대가 소통하기 시작한 지금 그런 일은 벌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대중들이 콘텐츠를 통해서라도 군대와 군인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 군대 역시 그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귀하신 몸이 된 ‘군 소재 콘텐츠’는 그래서 군대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김성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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