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인상 앞두고 ‘전환영업’ 기승...“갈아타야하나”
보험업계, 내년 실손보험료 25% 인상 추진...금융위 ‘제동’ “실손보험 갈아탈 땐 가입시기, 의료이용 횟수 등 따질 것”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보험사들이 내년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에 나서는 가운데 영업현장에서는 실손보험료 인상 전 보험료가 비싼 ‘구실손보험’, ‘표준화 실손보험’을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저렴한 ‘신실손보험’으로 갈아타게 하는 ‘전환영업’이 한창이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을 갈아 탈때는 보험료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입자의 기존 상품 가입시기, 의료이용 횟수, 질병 유무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2009년 10월 팔리기 시작한 표준화 실손과 2017년 3월 도입된 신실손 가입자 중 내년 1월 갱신을 앞둔 고객들에게 보험료가 2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예고했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하기 전 갱신시기가 임박한 고객에게 미리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안내문을 발송한 것이다.
이번 보험료 인상에 포함되지 않은 2009년 10월 이전 가입한 구실손은 갱신시기인 내년 4월에 보험료를 인상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올해 3분기까지 위험손해율을 고려해 볼 때 법정 인상률 상한선인 25%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험손해율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보험금 지급액 비율이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그만큼 보험사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실손보험 위험손실액은 2조8000억원, 손해율은 133.9%를 기록했고 특히,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의 손해율은 모두 14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에도 보험업계는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의 보험료를 15~20%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의 반대로 9%대 인상에 그쳤다.
올해도 보험료 인상은 한자리 정도에서 그칠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송년 기자 간담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실손보험의 공적인 성격을 고려해 업계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보험료를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위가 실손보험 인상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한편, 실손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영업현장에서는 보험료가 비싼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을 보험료가 저렴한 신실손으로 갈아타게 하는 ‘전환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손보험을 갈아탈 때는 당장의 보험료보다 가입시기, 의료이용 횟수, 질병 유무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40세 남성 기준 올해 평균 실손보험료는 구실손 3만6679원, 표준화 실손 2만710원, 신실손 1만2184원으로 연간 보험료 차이가 구실손과 신실손은 29만3940원, 표준화 실손과 신실손은 10만2312원 발생한다.
하지만 60~70대 고령층 가입자의 경우 여러차례 갱신을 통해 보험료가 크게 불어 월 보험료가 15만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신실손과 보험료 차이도 더 커져, 보험료 부담때문에 신실손으로 갈아타려는 가입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기부담금이다. 신실손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20%인 반면, 구실손은 자기부담금이 없고, 표준화 실손은 10%다.
건강보험이 제공되는 급여진료는 자기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진료비용이 비싼 비급여 진료는 자기부담금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의료 이용이 많은 고령층에게는 자기부담금 부담은 더 크다.
또 만기와 갱신주기도 따져야 한다. 구실손은 만기가 80세 또는 100세이고, 갱신주기도 3년 또는 5년이어서 가입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표준화 실손과 신실손은 15년 만기, 1년 갱신이다.
만기가 짧으면 재가입시 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수 있으며, 갱신기간이 길면 보험료 인상 횟수도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실손보험은 의료이용과 관계 없이 성별과 나이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되는데, 고령층 가입자의 경우에는 실손보험료가 10만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며 “자기부담금이 없고, 만기와 갱신주기가 긴 구실손은 경제적 여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좋고, 표준화 실손의 경우도 의료이용이 많은 가입자에게는 신실손 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