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배당 축소 요구...또 등장한 '관치'에 뿔난 주주들

당국, 건전성 제고 위해 은행권 배당성향 20% 수준 권고 “금융당국 배당 개입...주주가치 훼손하는 관치” 반발

2020-12-23     박재찬 기자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제고를 위해 은행에 배당을 축소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관치’"라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권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권 배당성향을 20% 수준으로 제안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배당은 기업이 일정기간 동안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것이고,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많이 돌려줬다는 의미고, 배당성향이 높은 회사가 투자가치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은 우리금융그룹이 27%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이 각각 26%, 신한금융그룹이 25% 등을 기록했다. 금감원의 권고안은 배당성향을 지난해보다 5~7%포인트 낮추라는 의미다.

올해 금융그룹들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며 연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배당 축소 권고가 나오면서 금융지주들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KRX은행업 지수는 640.21로 올해 초 708.33보다 10.6% 낮아졌다. 또 이달 상승률은 2.8%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에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달 4대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률은 하나금융 6.5%, 신한금융 4%, 우리금융 1.7%, KB금융 0.4%로 코스피 상승률 7.2%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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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배당 축소 권고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지나친 개입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올해 금융지주들은 건전성 제고를 위해 충당금 적립을 대폭 확대했고, 이에 따라 배당금은 이미 축소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나서서 기업의 고유 권한인 배당정책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지나친 관치라는 것이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감독당국의 권한인 건전성 제고를 위한 충당금 상향 조정 요구와 달리, 은행 배당정책의 개입은 기업 고유의 권한으로 이사회, 주주 등의 반발을 살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배당 축소가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배당 규모를 전년 수준으로 동결했고, 영국, 스웨덴, 호주 등도 당국이 금융사들에게 배당을 줄이라고 요구한 만큼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면서도 “당국이 배당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만, 직접 배당성향 자체를 구체적으로 지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