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중요성 커졌지만 예타가 걸림돌
지역 간 의료 불균형도 해소 필요
[엔터미디어 이진성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를 위한 필수조건인 공공의료기관 확대 추진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 측면을 고려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지역의 공공의료기관 설치를 가로막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등을 고려해서라도 이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은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의 5.5%, 공공병상 수는 9.6%에 그친다. 같은 사회보험 방식의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다른 국가의 의료기관 대비 공공병원 비율을 보면 미국 23.0%, 일본 18.3%, 독일 25.5%, 프랑스는 44.7%에 달한다. 공공병상 비율은 미국 21.5%, 일본 27.2%, 독일 40.7%, 프랑스 61.5% 등이다.
공공의료가 부족하면 의료기관 간 기능 중복, 지역 간 격차(필수의료서비스 제공 및 의료의 질)가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환자의 80% 가까이를 전체 의료기관의 10%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하는 등 공공의료는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면서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와 건강 증진을 위한 병원, 환자에게 적합한 표준 진료 도입 등 전체 보건의료 체계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필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의료 격차 또한 공공병원의 설립 근거로 꼽힌다. 우리나라 병상수는 인구 10만명당 12.4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번째로 높지만, 주로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 분포돼 있다. 민간에서 의료공급을 주도하다보니, 지역간 건강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건보공단의 지역별 암 산정특례 환자 현황을 보면 비수도권 지역의 암 환자 29.3%는 본인 지역을 떠나 수도권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 공공의료 확충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속도를 내진 못하는 모습이다. 국가와 지자체, 건보공단 직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2025년까지 20개 내외 지방의료원 등을 확충하는 계획이 담겼지만,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는데, 경제적 측면을 공공병원에 도입할 경우 사실상 수도권 외 지역들은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지방의료원 신‧증축 시, 시도 지역은 3년 간 국고보조율 10%포인트 인상하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다만, 여전히 일부 의료계 반대 등 이해관계에 막혀 논의만 반복되는 실정이다.
건보 한 관계자는 "공공병원은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추진중인데, 의료 확충이 필요한 지역 대부분이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운 곳들"이라며 "경제성 보다는 공공 취지에 맞게 복지 차원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공의료 확충은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인구구조 등 미래 환경변화 대응과 민간 주도의 의료공급체계 개선 관점에서도 시급한 과제"라며 "현 민간 주도의 의료 서비스 공급구조는 지역별 의료 격차를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는 진료, 감염병 대응 등 기존 역할뿐 아니라 현행 민간의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고 건강보험을 정상화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목적으로 운영된다. 주요 모델은 ▲표준 진료 및 모델병원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 ▲건강증진을 위한 병원 ▲전염병 및 재난 대응 의료기관 ▲정책집행 수단 및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