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은행 직원 모십니다”...특별퇴직금 받고 은행 뜨는 직원들
시중은행 희망퇴직 규모 2000명 넘어설 전망 카카오뱅크, 토스 등 은행 직원 모시기 적극 나서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시중은행들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희망퇴직 규모가 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카카오뱅크, 토스 등의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 출신 직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희망퇴직 규모는 총 17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노사 협의 중인 KB국민은행까지 희망퇴직자가 확정되면 이번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인력은 2000명이 넘을 전망이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은 220여명이 신청서를 내 이달 26일 정기인사에 맞춰 희망퇴직자를 확정하고, 퇴직 처리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에서 출생년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임금과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진행한 하나은행은 무려 511명의 직원이 떠났다. 우선 1965년생과 1966년생 직원 226명이 각각 25개월치, 31개월치 평균임금과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전직지원금을 받고 특별퇴직했다. 또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 285명도 최대 36개월치 임금을 받고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를 통해 회사를 나갔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 인원을 468명으로 확정하고 이달 안에 퇴직 처리할 예정이다. 1965년생에게는 24개월치 급여를 지급하고, 올해 희망퇴직 주요 대상으로 신청자가 가장 많은 1966년생부터는 36개월치 급여와 함께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800만원), 건강검진권, 재취업지원금, 여행상품권 등을 지원한다. 여기에 올해는 1974년생 책임자급까지로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해 퇴직자 규모를 늘렸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말 희망퇴직으로 496명이 은행을 떠났다. 농협은행은 올해 희망퇴직 연령을 1980년생으로까지 확대했고, 특별퇴직금도 최대 월평균 임금의 39개월치까지 늘렸다.
한편,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은 은행 출신 직원들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거센 가운데 디지털 전문 이력으로 구성된 ICT 기업들은 은행 등 금융사 경력을 쌓은 인력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각 분야에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출 상담 및 심사, QA담당자, 감사역, 가계여신 신용리스크관리 등 부문에서는 은행 등 금융사 업무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
올해 7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 토스도 올해 1분기에만 300명이 넘는 대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토스는 이번 대규모 채용기간에 개발 직군 120명, 비개발 직군 210명을 뽑을 예정이어서 은행 등 금융권 경력자들의 이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케이뱅크는 아직 대규모 채용은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이달 7일부터 24일까지 접수를 받고 있는 회계 담당자 채용에서도 금융권 경력자를 찾고 있다.
시중은행의 30대 후반에서 40대 직원들은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창의적인 근무환경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빅테크 또는 핀테크로의 이직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다.
또 최근에는 은행 출신 직원을 영입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연봉도 보장하고 있다. 실제 일부 빅테크는 은행 출신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기존 연봉의 1.5배나 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중에서는 오히려 인터넷 전문 은행이나 빅테크의 이직을 바라는 이들도 있다”며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지면서 특별퇴직금을 받고 핀테크로 이직을 노리는 직원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