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압박에 속타는 은행...‘건전성 훼손 우려’
여당, 다음달 임시국회서 서민금융법 개정안 준비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 은행 건전성 훼손시킬 수 있어”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정치권에서 은행 등 금융사에 대한 ‘이익공유제’ 추진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은행 돈이 주주와 예금주의 것인 만큼 정치권의 요구대로만 휘둘리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어 은행업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양극화를 완화하고자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서민금융기금에 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매년 약 1100억원을 신규 출연하는 내용의 서민금융법(서민의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를 준비 중이다.
만약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올해부터 은행, 저축은행 등은 매년 5000억원 규모의 서민금융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폭등한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등 플랫폼 기업을 이익공유제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과 함께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익공유제의 핵심으로 금융권이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 의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은 금융업으로 임대료만 줄이고 멈추자가 아니라 은행권의 이자도 멈추거나 제한을 해야 하고, 필요하면 한시적 특별법을 통해서라도 이자멈춤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2019년 대비 7%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은행들은 주식 투자 호황과 전세난 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출 수요가 급증했다.
또 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수혜를 입었고,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증권사들도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내려가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들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이미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원리금과 이자 상환 유예 등 정부 조치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은행권의 이자 유예 규모는 950억원 수준으로, 이자 유예 혜택을 받는 차주들의 대출 원금은 3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은행들은 매분기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대손충당금은 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금으로 쌓아놓는 금액이다.
여기에 금융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 녹색 금융, 뉴딜 펀드 등에 계속 동원됐다.
금융권에서는 당국과 정치권의 잇따른 규제 압박이 은행 등 금융사의 건전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고, 이미 지난해부터 금융사들이 다양한 정책에 강제적으로 동원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친 간섭이라며 불만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은행 돈은 주주와 예금주의 것인데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마음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정치 논리에만 휘둘리면 자칫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업종은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