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꿈’, 삼성전자에 묵음 처리하면서 꿈도 야무지다

‘개미의 꿈’이 ‘개미는 뚠뚠’에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 ‘개미의 꿈’으로 바라본 지상파 예능의 꿈

2021-03-12     김교석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상파 첫 주식 예능 MBC <개미의 꿈>이 방송됐다. 2부작 파일럿으로 초저금리 시대 코로나19가 만든 협곡에서 투자의 붐을 일으킨 동학개미를 옆에서 지켜보고 참전한 주린이를 위한 방송이다. 한때 유행했던 인포테인먼트 토크쇼 형식으로 주식 투자와 경제 현안에 해박한 김구라를 중심으로 붐이 진행을 돕고, 장동민, 신아영, 도경완 아나운서가 여러 성향의 개미, 주린이를 대표해 가르침을 구한다. 그들의 맞은편에 앉는 주식 전문가로는 활발한 저술 및 방송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튜브채널 <삼프로TV>, 카카오TV <개미는 뚠뚠>의 김동환 프로, <삼프로TV><한국경제 TV> 등에서 활약하는 교보증권 박병창 부장이 출연해 주린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식의 기본 정보를 가르쳐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가 투자인 것은 여러 지표나 주변 대화나 관심사만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만든 혼란스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투자는 경제적 관심사를 넘어 사회적 희망을 이야기하는 문화적 코드이기도 하다. 그런데 프로그램으로 돌아와 봤을 때 문제는,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주식 투자가 2030세대의 핵심 키워드가 된 지도 벌써 1년은 지났다는 데 있다. 매체로 따져보면 유튜브에서는 2년 전부터 붐이 일었던 주제고, 카카오TV의 최대 히트 프로그램 <개미는 뚠뚠>도 벌써 사계절을 거쳤다. 심지어 올드 매체의 대명사인 출판에서도 투자 관련 장르는 지난 2년간 굉장히 핫한 분야다.

그러다보니 이제야 첫 발을 내딛은 지상파의 본격 주식 관련 콘텐츠 <개미의 꿈>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주식 투자에 대한 혜안이나 원칙이 아니라 원론적인 이야기만 에둘러 할 수밖에 없는 지상파 예능의 현주소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트렌드, 관심사를 쫓기에 지상파 방송사의 의사결정 구조나 조직문화의 관성과 제약 혹은 기획의 풀이나 능력 등등의 문제로 공룡의 전철을 밟고 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아쉬운 마음이 크다.

뒤처진 기획은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지상파에 비하면 소규모 플랫폼인 카카오TV에서 방송되고 있음에도 입소문이 붙어서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평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개미는 뚠뚠>은 출연료 중 일부로 직접 주식투자를 해서 그 수익금을 가져가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매입금액, 손실률, 잔고 등 소위 말해 계좌를 깐다. 잔고의 실시간 변화와 투자의 리얼리티가 재미와 공감의 요소다.

실제 주린이의 모습을 대리체험하면서 공감대를 쌓고 전문가들을 통해 각자의 투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식, 원칙, 멘탈, 시황 분석 등을 듣는 직접적인 효용에서 재미가 파생된다. 주식계좌를 열고 어플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방법부터 재무제표 보는 법, 언택트, 바이오, 자동차 등 특정 테마를 정해서 섹터 별로 심층적 분석과 뉴스 해석, 투자 공략, 기업 탐방 등 실전을 통해 주린이들의 공감대로 연대 의식을 쌓고, 직접적인 지식 제공과 공감을 통해 재미를 만들어내는 게 포인트다. 출연진의 실제 출연료 이외에 방송에서 가려지는 현실은 거의 없다.

그런데 <개미의 꿈>은 본격 주식 예능을 표방하면서 종목조차 밝힐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언급되는 종목은 모두 묵음 처리다. 염려되는 마음과 방송법과 관련된 조치겠지만, 이 시대를 버텨내기에 벅찬 방송의 한계다. 지금까지 유일한 주식 예능인 <개미는 뚠뚠>을 분명히 벤치마킹했겠지만 지상파의 도도함을 유지하다보니 재미와 동의어인 효용이 깃들 틈이 없다.

도경완, 신아영 등 전형적인 주린이들이 다짜고짜 던지는 그래서 뭐 사면 돼?’라는 질문에서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전개는 와 닿지만, 뉴스 행간을 읽으라는 원론에 가까운 이야기와 함께 개미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서 바로바로 비판적 해석이 따라 붙은 짐 로저스의 화상 인터뷰, 내부자 정보 거래와 같은 일반 투자자의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이슈 등등 투자 전략이 아니라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넓혀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예능이든 경제뉴스든 투자 콘텐츠의 핵심은 직접 효용이란 것을 감안했을 때, 관련 유튜브 채널이나 <개미는 뚠뚠>에 비해 <개미의 꿈>은 그 어떤 부분에서도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형편이다.

예능을 통해 쉽게 투자 배움의 기회를 갖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 <개미의 꿈>은 투자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기초적인 내용이라 흥미가 떨어지고, 당장의 지식과 혜안을 갈구하는 주린이들에게는 직접적인 효용이 너무나 적은 콘텐츠다. 예능적 장치로 활용되는 장윤정의 수입과 관련한 자조적 농담, 붐을 타박하는 김구라식 진행은 포트폴리오로 비유하자면 비중을 높여가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도 최근 MBC 예능국은 파일럿 시도도 활발히 하고, 런칭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많은 변화와 노력을 보이고 있다. 방송이 결국 레드오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수십 년 간 스스로 만든 혜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스타트업 문화처럼 빠른 실패와 작은 성공을 반복 실행해 점점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체제와 분위기도 물론이거니와 다른 매체와 경쟁력을 위해서 공정성 자체를 재고해 콘텐츠 제작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개미의 꿈>은 이런 의미에서 주식 투자 이전에 지상파 방송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카카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