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스테이’ 우려먹기 한국 최고인 나영석도 힘에 부친 모양이다
‘윤스테이’, 숙박업이라더니 실은 한식당 이야기였다는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영업 종료를 앞두고 있는 tvN 예능 <윤스테이>는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식당> 기존 멤버들은 물론, 일상을 벗어난 호적한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며 단순한 삶의 위안과 따스함을 이어갔다. 그 위에 <스페인하숙>의 콘셉트를 더했고, <여름방학>에서 정유미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최우식이 합류했다. 그야말로 한 차원 더 넓어진 유니버스였다. 동시간대 <팬트하우스2>의 역습이 시작되고도 최저 7%의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그 이전엔 두 자릿수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록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다.
나영석 사단 최대 히트 시리즈인 <윤식당>을 국내로 옮겨온 것까지도 흥미로웠다. 손님 자격을 한국 체류 1년 미만의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로 한정하면서 비록 국내에서 촬영했지만 탈국적화된 시공간을 마련했고, <윤식당>의 매력 포인트인 한식을 매개로 출연자와 외국인 손님간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이서진과 윤여정, 그리고 유쾌한 최우식이 가세해 풀어나갔다. 특히 국내 배우 최초 아카데미 수상을 노리고 있는 70대의 윤여정은 쉽고 센스 넘치는 화법으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윤스테이>는 그렇게 숱한 한옥 스테이, 템플 스테이를 소재로 삼은 예능들과는 다른 <윤식당> 시리즈만의 설렘과 로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우려먹는 데는 대한민국 최고라는 나영석 PD 사단도 제약을 안고 시작한 핸디캡 매치에서는 힘에 부친 모양이다. 처음에는 저수지와 넓은 잔디밭, 대나무 숲을 갖춘 구례 한옥 스테이의 환경,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보여준 웃음이 절로 피어나는 팀워크,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태도와 접객 매너 등이 이런저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로망을 지폈다. 한국을 사랑하는 다국적 사람들이 유창한 영어로 어울리는 이태원의 어느 파티 같은 광경도 지켜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21개 팀을 맞는 동안 음식을 장만하는 과정, 음미하는 반응이 주된 볼거리로 반복되면서 일상을 벗어난 어딘가를 제안하면서 피워 올렸던 로망은 시들해졌다.
국내에서 진행한 <윤스테이>는 이국적인 촬영지가 주는 설렘과 로망을 상쇄하는 장치로 숙박업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윤식당>에 없던 숙박업의 묘미나 차이를 만들지는 못했다. 점심 장사가 아침 식사로 대체된 것 이외에 달라진 점은 크게 없다. 최선을 다해 완성도를 높이고, 음식 메뉴 고민하는 모습들은 여전히 매력적인 볼거리였지만 한식을 음미하는 외국인의 반응에 초점을 맞춘 상황에서 같은 손님에게 연이어 두 끼 식사를 대접하는 설정은 다채로운 반응이나 볼거리를 감소시켰다.
식당보다는 소통의 기회가 더 많을 거라 기대되었던 숙박이지만, 윤여정의 오프라 윈프리식 토크를 곁들인 친절한 음식 설명, 거의 프리롤을 수행하며 손님들과 가장 많은 접점을 이루며 종횡무진 뛰어다닌 최우식, 중심을 잡아주면서 적재적소에서 사업수완과 세련된 매너를 발휘하는 이서진, 주방에서 묵묵히 캐주얼 파인다이닝 수준의 음식을 내놓은 정유미와 박서준의 활약은 입고 있는 옷과 머리스타일만 조금 바뀌었을 뿐 회차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반복됐다. 매뉴얼대로 응대하는 호텔리어라면 칭찬을 받을 일이지만, <윤스테이>는 스토리라인이 있는 예능이다.
특정한 울타리 안의 세계에서 모든 걸 출연진 스스로 해내는 것 같았던 기존 나영석 사단의 팝업스토어 예능과 달리, <윤스테이>에서 출연자들이 맡은 역할은 숙박업 중에서도 식사에 한정되었다. 숙박업을 내세웠으니 기존 식당 운영 범위를 넘어서는 산적한 업무를 힘을 합쳐 해결해나가는 걸 기대했지만 실은 한식당 이야기였다. 픽업 서비스 이외에 청소, 관리, 컨시어지 관련한 업무들은 10회에 전문 스텝이 청소 및 정돈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카메라 안에 잡히지 않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출연자들이 하는 것처럼 보였던 기존 세계관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설정상의 틈새는 몰입감을 예전보다 낮추는 데 일조했다.
그래서일까. 출연자들 입으로 고생을 말하는 게 공감이 가면서도, 앞선 시리즈들과 다르게 이들이 실제로 가게를 운영한다는 리얼리티가 잘 살지 않는다. <윤스테이>만의 매력은 분명 있지만 반복해서 볼 정도는 아니다. 숙박업 중 일부 업무만 가져오면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 정서적 울타리를 갖춘 공간을 만들어냈던 앞선 시리즈들과 달리 <윤스테이>는 촬영을 위해 기획된 방송임을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톱스타들이 주방에 들어가고 서빙을 하는 리셋 모드와 모르는 세계에 훅 들어선 손님의 만남이란 빅뱅이 <윤식당> 시리즈의 리액션과 재미를 책임졌다. 그렇기에 찬사 일변도인 손님들의 반응은 볼거리를 단조롭게 만든 대표적 이유다.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 맡은 일을 열심히 쳐내면서 보람을 느끼는 소소한 행복은 여전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을 극복할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좋은 말도 계속 들으면 감흥이 줄어든다. <윤스테이>는 다른 보조 설정 없이 음식에 대한 리액션에 너무나 치중하면서 뒤로 갈수록 밋밋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