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시점으로 본 ‘마우스’, 이 정도는 돼야 진짜 스페셜이지
‘마우스’의 슬기로운 스페셜 방송, 이해도 높이고 색다른 관전 포인트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 스페셜이 진짜 스페셜하다.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가 스핀오프로 재편집해 만든 <마우스:더프레데터>는 사실상 스페셜 방송에 가깝다. 그런데 <마우스>는 일반적으로 휴방을 채우는 스페셜 방송과는 사뭇 다른 선택을 보여줬다. 그건 이 범죄스릴러의 진짜 사이코패스로 드러난 정바름(이승기)의 시점으로 재편집한 것이다.
물론 이 <마우스:더프레데터>는 스핀오프라고 한 것처럼,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기획제작된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에서 파생되어 또 다른 콘텐츠로 만들어진 것이란 점에서 스핀오프라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방식은 특이하다. <마우스>에서 파생된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시점만 범죄자로 바꾸어 재편집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마우스:더프레데터>는 정바름의 관점으로 풀어감으로써 두 가지 이점을 만들었다. 하나는 다소 복잡하게 전개됐던 <마우스>의 사건들을 범죄자의 관점에서 봄으로써 보다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마우스>는 도대체 범인(사이코패스)이 누구인가에 따라 벌어진 사건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로 성요한(권화운)이 사이코패스처럼 묘사됐던 초반부에 정바름(이승기)은 이름처럼 바른 인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가 뇌수술 후 살인 욕구를 갖기 시작하면서 그 스토리는 사이코패스였던 성요한의 뇌가 정바름의 뇌에 이식되면서 생겨난 변화라고 이해됐다. 하지만 중반을 넘기면서 진짜 사이코패스가 정바름이었다는 게 밝혀지면서 사건들은 다시금 재해석된다. 살인욕구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본래 그가 갖고 있던 것이고, 거꾸로 살인을 주저하고 후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을 갖게 된 게 오히려 성요한의 뇌가 이식되어 생겨난 변화라는 것이다.
<마우스:더프레데터>는 범인이 뒤바뀌는 반전 서사를 바로 그 진범인 정바름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하나씩 정리해준다. 앞에서는 세상 착한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했던 정바름이 홀로 살벌한 미소를 드러내거나, 혼잣말로 “심심해서” 누군가를 죽였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이 이 스핀오프에 들어감으로써 두 얼굴의 실체가 명확하게 보여진 것.
정바름의 관점으로 풀어낸 스핀오프의 또 하나의 이점은 <마우스>에 몰입해서 봤던 시청자들이 이 스핀오프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줬다는 점이다. 휴방과 함께 방영되는 재편집 본들은 사실상 시청자들에게는 재방송의 의미일 수밖에 없다. 굳이 봐야할 이유가 없는 것. 하지만 관점이 달리해 편집하자 <마우스:더프레데터>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콘텐츠가 되었다.
최근 들어 드라마들이 중간에 한 주 정도 휴방을 하는 건 점점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휴방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내는 스페셜 방송은 대부분 재편집해 그간 방영됐던 내용을 압축 정리하는 게 대부분이다. 때때로 출연자들이 나와 토크쇼 방식으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런 형식에서도 주는 드라마 내용 압축 정리다.
이런 상황에서 <마우스:더프레데터> 같은 스핀오프는 시청자들로서는 참신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휴방을 하는 그 시간동안, 시청자들이 계속 그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면서, 색다른 관전 포인트까지 제공해주고 있어서다. 이 방식은 향후 드라마들이 휴방과 스페셜 방송을 준비할 때 충분히 참고할만한 선례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