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박탈감 비판에 ‘아무튼 출근’이 내린 긴급 처방전

아무튼, 출근의 재미는 무엇일까?

2021-05-19     김교석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에는 교양과 예능의 경계를 종종 나누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예능 선수들이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꼬꼬무2>)도 잦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능 선수로 들어오는 경우(<알쓸범잡>)도 흔해졌다. 특히 화요일에 편성된 KBS2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웃집찰스>와 MBC의 예능 <아무튼 출근!>을 비교해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일반인의 일상을 관찰한 영상을 아나운서를 포함한 방송인들과 일반인 게스트들이 함께 보면 이야기를 나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통해 공감대를 나눈다는 점에서 접근법과 제작방식이 유사한 콘텐츠다.

타회사(대기업)에 대한 MBC의 관심은 2018년 <구내식당 - 남의 회사 유랑기>에서부터 본격화됐다. 그리고 지난해, <아무튼 출근!>은 이 시대의 진정한 의미의 ‘연반인’인 <하트시그널> 출연자들을 내세운 파일럿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올해 3월 본격 런칭했다. 다양한 간접경험의 기회, 직장인의 공감대, 삶에 대한 진정성을 내세운 기획의도부터 예능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아무튼 출근!>이 예능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은 김구라의 존재와 방송사 최초로 유튜브에서 ‘직장인 브이로그’를 차용해 관찰예능에 접목한 부분이다. 출연자들이 소니 ZV-1을 직접 들고 다니며 본인의 일상을 담아오면 제작진은 한발 뒤에서 촬영하고, 관찰예능 문법으로 편집하는 마술을 선보인다.

그러면서 일반인 관찰 예능이란 점을 모험 요소이자 특이점으로 내세우지만 앞서 언급한 <이웃집찰스>만 봐도 그리 새로운 시선은 아니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데 있어 브이로그의 형식상 갖는 장점이나 색다른 면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목수, 소방공무원, 기관사 등 다양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밥벌이’라는 표현을 통해 공감대와 일상성을 부여하고자 하지만 기억에 남고 회자되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좋은 회사, 두드러지는 외모와 부러운 스펙을 가진 인물들이 자기 일을 멋지게 하는 모습들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동경이 꼭 나쁜 것 아니지만, 직장인의 고달픔이나 밥벌이의 어려움보다는 <구내식당>때 받았던 비판이 다시 한 번 재연된다는 점이 문제다. 촬영협조를 해준 기업체와 자영업자들의 홍보 수단처럼 느껴지는 경우, 부러운 직장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면서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와 공감대는 줄어들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비판이 커질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허나 지난 8회를 기점으로 다시 다양한 직업의 세계 소개가 본격화되고 있다. 양양의 국가대표 서퍼, 지리산의 야생동물 수의사, 1994년생 젊은 집배원을 시작으로 이번 주 방송된 초등학교 남자 선생님부터 남극기지 연구원까지 이 세상에 펼쳐진 여러 직업의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탐방의 기회를 다시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극기지 연구원의 대략적인 연봉부터, 근무 환경과 시스템, 하는 일에 대한 소개를 이어간다. 또는 게스트 중 한 명이 고백했듯, 그전까지 마냥 편하고 안정적인 직업이란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있는 초등교사의 세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할 시간이 되기도 했다.

모인 여러 게스트들이 각자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나누는 가운데 교집합으로 묶이는 공통분모는 자기 일에 애정을 품고 신념을 갖고 열심히 매진하는 삶의 태도다. <아무튼 출근!>은 간접 경험의 기회와 함께 바로 이 에너지만으로도 특별할 수 있는 콘텐츠다. 그 자체로 자극을 받으며 응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록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공감할 수 있고 일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가는 이유다.

사실 유튜브에서도 다양한 직군들의 브이로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행승무원부터 원양어선까지 웬만한 직업들은 다 나온다. EBS에는 <극한직업>이란 인기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 와중에 <아무튼 출근!>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와 함께 MZ세대가 처한 현실과 품은 동경을 그들의 화법을 빌려와 기존 방송의 형태로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예능인지 교양인지 겪게 되는 한계와 시대성이라는 장점을 동시에 갖게 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