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이러니 강호동이라고 뾰족한 수 있나
2013-08-07 김교석
강호동 진가 발휘할 절호의 기회 놓친 ‘예체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우리동네 예체능>은 평일 심야보다는 주말 저녁에 훨씬 더 어울리는 예능이다. 스튜디오가 아닌 체육관에서 멤버들은 우정을 나누고 땀을 흘리며 성장한다. 특히 도심을 벗어나 강원도 인제로 MT겸 전지훈련을 떠난 이번 주 방송에서는 강호동이 전성기를 누렸던 <1박2일>의 옛 영화가 언뜻언뜻 엿보였다. 물이 있고, 밥 먹는 것을 놓고 펼칠 대결이 있었다. 각종 실랑이가 난무하고 별것 아닌데도 긴장감이 서리는 ‘딱밤 맞기’로 웃음을 때려냈다. 강호동과 이수근이 한 화면에 함께 잡히니 그때 그 시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어쩌다 화요일 밤에 펼쳐지는 주말예능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기존 주말예능을 책임졌던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과 <1박2일>의 스타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연예인들이 전혀 해본 적 없는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이야기로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와 같은 성장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다. 또한 종목에 따라 멤버교체가 자유로워서 기존 멤버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과 함께 새로운 인물의 유입도 자유롭다. 강호동을 중심으로 이수근, 최강창민, 조달환 등의 고정 멤버에다가 ‘X맨’시절의 이종수, 바보 캐릭터로 주가를 날리는 존박 등의 신선한 캐릭터의 수혈을 이루어진다. 캐릭터가 스토리를 만든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식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강호동 입장에서는 편성표만 빼고는 모든 게 익숙한 환경이다.
그 속에서 <우리동네 예체능>은 크게 시합과 그 외 예능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각본 없는 승부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탁구, 볼링, 배드민턴 등 소개되는 스포츠 종목에 대한 흥미가 커지면서 성장 스토리에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 즉, 웃음과 예능적 장치들의 빈약함은 여전히 보완해야 할 약점이다.
다시 말해 강호동으로부터 모든 것을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가장 보이지 않을 때 좋은 평가를 받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잘나가는 시합만을 집중 부각할지, 강호동으로 상징되는 웃음을 키울지는 딜레마이자 숙제다. 프로그램이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웃음이 스포츠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강호동이 책임지는 웃음의 재미가 시합의 재미만큼 올라와야 <우리동네 예체능>은 화요일 밤에 그나마 볼만한 프로그램에서 주말예능처럼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다. 강호동의 자리도 원래 그곳이었다.
아쉬운 것은 스포츠에만 집중할 것이냐, 예능 감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냐는 강약 조절을 매번 실패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강호동의 역할도 애매해진다. 새로운 종목에 도전할 때와 첫 시합에서 처참하게 깨지고 본격적으로 훈련을 할 때가 바로 예능적 코드를 한껏 발휘할 때다. 그런데, 이때 양쪽을 다 취하려고 하니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1박 2일>식 게임이나 말도 안 되는 훈련 등으로 확실하게 웃기는 콘셉트로 갈지, 아니면 기술 습득을 목표로 땀방울 속에서 잔재미를 줄지 선택해야 한다.
복불복 게임과 야외에서 에너지 넘치게 뛰어노는 것은 강호동의 전매특허다. 그러나 <1박2일>스러운 MT를 떠나서까지 레프팅과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한 수 배우며 미니 게임한 것이 전부였다. 강호동이 날아다닐 수 있는 야외로 나와서 단 두 장면만 선보인 것이다. 그나마 강호동이 상황을 장악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스포츠 만화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성장’은 전지훈련에서의 고생으로 상징된다. 이는 몸개그와도 연결할 수 있다. 이번 MT는 실력향상, 체력향상을 빙자하든 실제로 도모하든 특이하고 다양한 장치와 게임들을 배치해서 출연진의 캐릭터를 이끌어낼 강호동이 진가를 발휘할 기회였다. 배드민턴 팀이 한창 커가는 중이라 기대도 컸지만 이번 전지훈련 편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만 확인시켰다.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좋은 기회와 환경을 두고 너무 배드민턴에만 집중해 소극적으로 바라본 결과다. 여러 캐릭터가 화합하고 성장하는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1박2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취해야 할 유산이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웃음이 필요한 예능이다. 이번 전지훈련은 캐릭터의 매력도를 높이고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찾을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부침을 겪고 있지만 강호동은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호불호를 떠나서 그 스타일을 벗어나면 살 수가 없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김구라가 솟아오르고, 신동엽이 시간을 버텨내자 다시 기회가 오는 것처럼 흐름은 계속 변화하고 달라진다.
강호동은 변신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 속에서 변주를 해야 한다. <맨발의 친구들>이나 폐지가 확정된 <무릎팍 도사>와 달리 <우리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이 잘 할 수 있는 익숙한 환경에다가 그가 활용할 소재가 가득하다. 기술 향상도 중요하지만 예체능 군단 전체의 화합과 캐릭터를 갖출 예능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스포츠 종목을 넘어서서 강호동을 활용하는 법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이 바로 예체능 군단의 성장기를 이끌어줄 키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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