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예수정까지 거짓말? 변주하는 살인사건, 누가 진범일까

‘마인’ 무한변주 카덴차 같은 살인사건의 전말, 모두가 공모자인가

2021-06-21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마치 악장이 끝날 무렵 연주자가 마음껏 독주하는 카덴차를 닮았다. tvN 토일드라마 <마인>이 첫 회에 던져 놓았던 살인사건은 후반부로 가면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변주를 계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누가 추락했고 누가 밀었는가가 전혀 등장하지 않은 채, 이 효원가 사람들의 멘탈 관리를 해줬던 엠마 수녀(예수정)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했다.

그의 내레이션으로 전해진 목격담에는 누군가 추락해 사망했고 그건 스스로 떨어진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밀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리고 그 사망자가 누구일까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생겨난 효원가를 둘러싼 애증과 갈등 속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극 초반 효원가에 빼앗긴 자신의 친아들 하준(정현준)을 되찾으러 튜터로 들어온 이혜진(옥자연)과 그 하준을 친아들 이상으로 키워내며 남다른 모정을 갖고 있는 서희수(이보영)의 대결구도는 그래서 이 살인사건이 두 사람의 갈등으로 비롯됐을 것이고 그 중 한 명이 사망했을 거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추정은 서희수가 유산을 하게 되고, 이로써 이혜진이 그에게 사죄를 하게 되면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결국 서희수와 이혜진은 자신들을 그런 처지에 몰아넣은 한지용(이현욱)을 공동의 적으로 삼았고, 그들은 엄마이자 여자로서 연대했다. 여기에 효원가의 후계를 둘러싼 대결 속에서 정서현(김서형) 역시 한지용과 맞서게 됐고 이로써 여성들의 연대가 만들어졌다.

결국 첫 회에 등장했던 ‘카덴차 살인사건’에서 사망한 이는 다름 아닌 한지용으로 밝혀졌다. 효원가는 그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한 후 서둘러 가족장을 치렀지만, 엠마 수녀가 목격자로 나서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엠마 수녀는 사망한 이와 함께 떨어진 또 한 명이 있었고, 2층 난간에는 서희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지용과 함께 떨어진 인물은 다름 아닌 서희수였고, 그와 병원까지 함께 동행한 인물은 정서현이었다는 게 CCTV를 통해 밝혀졌다. 도대체 왜 엠마 수녀가 그런 거짓 진술을 했는지와, 그렇다면 어떻게 두 사람이 추락하게 됐는가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상황이다.

사건이 벌어진 공간의 이름이 ‘카덴차’라는 사실은 이 드라마가 애초부터 이 살인사건의 진상을 여러 차원에서 변주할 거라는 의도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카덴차 살인사건’은 한 회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물론 그 반복과 변주가 너무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발목을 잡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변주를 통한 궁금증이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이 되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

<마인>은 결국 진정한 ‘자신의 것’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게 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효원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자신의 것’을 되찾으려 한다. 정서현이 그 냉정하고 치밀한 두뇌로 전체 사건의 그림을 그려나간다면, 서희수는 배우라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통해 기억상실을 연기한다. 이혜진은 무엇보다 아들인 하준을 위한 애틋한 마음으로 정서현과 서희수를 돕는다. 그리고 엠마 수녀마저 수녀라는 그 신뢰의 힘을 활용해 저들과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무한 변주하고 있는 카덴차 살인사건의 이야기는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변주의 끝이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의 허구를 발견하고 진정한 ‘자신의 것’을 찾아갈까. 카덴차 변주 같은 살인사건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진행됐는가에 따라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의 진짜 메시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