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하우스 된 ‘펜트3’, 욕받이 자처한 김순옥의 막장 폭주

‘펜트하우스3’ 한심하다 자조한 시청자들, 안쓰러운 배우들

2021-06-26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걸 봐 온 내가 한심하다.’ ‘쌍둥이 하우스인가.’ ‘유진은 원더우먼인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에 대한 게시판의 글들은 거의 욕에 가까운 조롱 섞인 비아냥으로 가득하다. 사실 <펜트하우스>는 시즌2를 지나오면서 ‘개연성 따위는 접어 두라’며 ‘여긴 김순옥 월드’라는 이야기가 나오던 드라마였다. 즉 개연성 없는 이 세계에서 생각 따윈 접어둔 채 그저 자극을 즐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즌3로 넘어오면서 갈수록 무개념에 무개연성으로 흘러가는 드라마 앞에 시청자들은 더 이상 자극을 즐기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죽어도 다시 살아 돌아오거나, 쌍둥이가 있었다는 식의 전개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이상 반복될 때 시청자들은 깨닫는다. 이건 김순옥 작가가 마음대로 유린하는 세계이고, 그래서 사실상 시청자들은 거기 휘둘리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하지만 시즌3로 넘어오면서 갈수록 무개념에 무개연성으로 흘러가는 드라마 앞에 시청자들은 더 이상 자극을 즐기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죽어도 다시 살아 돌아오거나, 쌍둥이가 있었다는 식의 전개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 이상 반복될 때 시청자들은 깨닫는다. 이건 김순옥 작가가 마음대로 유린하는 세계이고, 그래서 사실상 시청자들은 거기 휘둘리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이제 시청자들은 그 무엇도 믿지 않게 됐다. 시즌3 첫 회에 로건 리(박은석)가 폭사해버리자 그 비극적 장면은 ‘어차피 다시 살아 돌아온다’는 반응과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고, 2회에 갑자기 로건 리의 형 알렉스(박은석)가 등장하자 ‘역시’라는 반응과 함께 실소가 터졌다. 그러더니 주석경(한지현)이 점점 주단태(엄기준)의 가스라이팅에 놀아나고 심수련(이지아)과 갈등을 일으키는 대목에서는 벌써부터 ‘숨겨진 친딸’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역시나 심수련이 사실 쌍둥이를 낳았고 그 중 한 아이는 바꿔치기 됐다(그 아이가 주석경)는 사실이 드러나자 “또 쌍둥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김순옥 작가는 한 마디로 폭주하고 있다. 천서진(김소연)의 딸 하은별(최예빈)이 진분홍(안연홍)에게 납치되고 이를 우연히 보게 된 오윤희(유진)가 홀로 그를 추격해 주단태와 일당들이 있는 소굴로 뛰어드는 장면은 상식 밖이다. 보통의 경우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하지만 굳이 그렇게 뛰어든 오윤희는 주단태와의 추격전에서 벼랑 끝에 몰리게 되고 하은별이 타고 있는 차가 벼랑으로 밀리는 걸 막기 위해 맨손으로 차를 막아선다. 오윤희가 갑자기 ‘원더우먼’이 됐냐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온 건 이야기의 개연성만이 아니라 상황 자체의 개연성도 사라져버린 이 드라마의 현실을 드러낸다.

드라마가 폭주하니 이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연기도 정상적일 수 없다. 시즌1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한 채 도망친 후 피의 소나타를 연주하던 천서진을 연기한 김소연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지만, 시즌3에서는 김소연 스스로 ‘과장 연기’ 나아가 ‘발연기’를 의도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엄기준은 동에 번쩌 서에 번쩍 나타나 모든 이들의 살생부를 움직이는 절대 악이 된 주단태를 과장되게 연기한다. 연기자들은 애써 과장 연기를 통해 이 드라마가 말도 안되는 개연성 없는 드라마라는 걸 자신들도 알고 있다는 걸 드러낸다.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배우들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 폭주를 ‘허용’할 것인가. ‘순옥적 허용’은 과연 용납될 일인가. 개연성 무시하고 그냥 즐기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게 됐다. 그 무개연성이 시청자들을 자꾸 실소 짓게 만들고 허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기초적인 문법까지 파괴하는 이른바 ‘순옥적 허용’이 위험하다. 특히 개연성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시간을 보내는 무수히 많은 작가들과, 시간을 내서 챙겨 봐온 시청자들에게 줄 박탈감과 실망감이 야기할 파장이 결코 적지 않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