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2’는 조정석 같은 드라마다, 같이 있으면 그냥 좋은
‘슬의생2’, 어느새 이들의 삶 깊숙이 들어간 듯한 느낌은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랑 친구사이에요. 어머니도 잘 아는. 대학교 때부터 친구. 그 친구가 갑자기 고백을 했어요. 작년에. 좋아한다고. 처음에는 거절했죠. 제일 친한 친군데 어색해지는 건 싫다고. 지금처럼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자고. 근데 그날 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까. 그 친구 질문을 동문서답을 했더라고요. 좋아한다고 했는데 친구 사이에 어색해지는 거 싫다. 제가 이상한 말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그 날 이후로 생각을 다르게 하기 시작했어요. 친구가 아니라 남자 대 여자로. 저는 그 친구가 너무 좋거든요. 같이 있으면 그냥.. 좋아요. 같이 있으면 항상 기분이 좋아요. 교수님도 그런 사람 있으세요?”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환자 엄마의 강권에 같이 커피를 마시게 된 자리에서 송화(전미도)에게 그 남자(이규형)는 자신이 여자친구가 있다며 그런 말을 꺼내 놨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송화에게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절친인 익준(조정석)과 자신이 그 남자의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익준이 고백하려 하자 송화는 하지 말라고 했다. 절친 사이가 어색해질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 남자처럼 자신도 익준이 있으면 항상 기분이 좋다는 걸.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하는 건 굉장한 사건이나, 갈등 같은 것이 아니다. 보통의 의학드라마가 다른 종류의 드라마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그 사건들이 극적이라는 점이다. 병원은 생과 사가 오가는 일들이 매일 벌어진다. 때론 피가 철철 흐르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실려 오는 환자들도 있는데다, 이들을 살려내기 위한 의사들의 고군분투는 마치 전쟁을 치르는 듯한 긴장감마저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는 그런 극적인 장면들이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의사들의 모습과, 수술이 잘 돼서 환자가 살게 됐을 때 가족들과 의사 본인들이 느끼는 기쁨 같은 어찌 보면 소소해보이기까지 하는 일상들이 보여진다. 물론 살려내지 못한 환자 때문에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절망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과장하지는 않는다. 그런 힘겨움 속에서도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을 비춰준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이니 말이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2>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건, 사건, 갈등 같은 것들이 아니라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호감이다. 우리는 어느새 이 율제병원 사람들이 매주 궁금해졌다. 물론 이번 주에는 어떤 일을 겪을 것인가가 궁금하지만,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건 이 사람들을 보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일이 되게 만드는 그 호감이다.
익준과 송화가 절친에서 연인이 되기를 기대하고, 정원(유연석)과 겨울(신현빈)이 예쁜 사랑을 하는 것에 같이 마음이 설렌다. 준완(정경호)과 익순(곽선영)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변치 않은 사랑을 하기를 바라고, 곰 같은 석형(김대명)이 민하(안은진)에게 조금은 마음을 열어주기를 원한다. 또 매일 매일 환자들을 치료하는 그 일상에 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마치 저 남자가 송화에게 말했던 여자친구나, 그 때 송화가 떠올렸던 익준 같은 존재로 시청자들 옆에 자리 잡았다. 같이 있으면 그냥 좋고 항상 기분이 좋은 그런 사람 같은 드라마다. 그 호감 때문에 매주 기다려지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