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2021’, 박은수 껴안은 일용이네 가족들의 각별한 의미

‘전원일기2021’, 드라마 속 가족이 현실처럼 보였던 이유

2021-07-03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플렉스-전원일기 2021>에 일용이(박은수)가 등장했다. 박은수는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두 차례 구속되기도 했고, 최근에는 돼지농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세상 일이 한치 앞을 모른다지만, 이런 일들을 겪은 것에 대해 박은수는 자신의 ‘오만’ 때문이라고 했다.

그 오만의 대가는 생각보다 커보였다. 한때 <전원일기>의 일용이로 그 긴 세월을 사랑받던 배우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돈 백만 원도 안되는 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는 것. 그의 아내는 그 지원금 타는 시간을 기다렸고, 돈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시장에 가곤 했다고 한다.

‘전원일기 2021’이 <전원일기>를 회고하며 과거의 인물들을 다시 현재로 소환해내는데 있어서 일용이 박은수는 아픈 손가락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일용이 처 역할을 연기했던 김혜정이나 일용이 엄마를 연기한 김수미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김혜정은 사실 박은수와의 재회를 피하려 했다고도 했다. 화가 나기도 했다고 했다. 잘 살아주는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김혜정의 이야기에서 자신 또한 겪었을 심적 아픔을 가늠할 수 있었다.

박은수가 그 일들을 겪은 후, ‘전원일기 2021’에 모습을 드러내 김혜정과 다시 만나는 그 광경은 <전원일기> 속 일용이와 그 처가 보여주곤 했던 그 관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드라마 속에서 일용이는 사고를 자주 쳐서 일용이 엄마는 물론이고 처에게도 상처를 주곤하던 인물이었다. 농촌에서 살면서도 계속 무언가 허황된 꿈을 꾸고 결국 돌아오는 일용이를 그래도 다독이며 안아준 건 일용이네 가족들이었다.

김혜정이 박은수가 <전원일기>가 종영하고 겪은 일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모습은 드라마 속 일용이 처의 모습 그대로였다. 박은수보다 후배지만 엄마 역할을 했던 김수미는 그가 자존심이 센 사람이라며, 그 어려웠던 상황에 한 가족으로 몇 십 년을 함께 한 자신이 찾아보지 않은 일이 참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김혜정과 박은수가 재회하는 그 곳으로 복길이 역할을 했던 노영숙이 어린 딸과 함께 등장하자 옛 <전원일기>의 그 일용이네 가족이 다시금 그려졌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복길이는 이제 복길이만한 딸을 가진 엄마가 되어 있었고, 그런 복길이를 박은수는 놀랍고 뿌듯하게 바라봤다.

무려 23년 간 한 드라마에 출연했고, 거기서 가족으로 살았던 배우들이 실제 가족 같은 마음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일 테다. 실제로 <전원일기>에서 만나 현실 부부가 된 김지영과 남성진 부부를 보면 드라마가 이어진 인연이 얼마나 각별한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참회하는 박은수를 일용이네 가족들이 다시금 만나는 광경은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방황했던 가족이 집으로 돌아온 것 같은 훈훈함이 거기에 묻어나고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