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최저 시청률 굴욕 ‘나혼산’, 터닝 포인트는 어디에?
‘나 혼자 산다’가 진정성을 갖추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전현무의 복귀 이후 별다른 반등을 보이지 못한 <나 혼자 산다>가 결국 5%대 시청률(5.6%)을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 2% 하락한 수치이며, 박나래, 기안84 관련 논란으로 위기설이 거셌던 시기에도, JTBC <부부의 세계>, SBS <펜트하우스>의 광풍에 맞서면서도 받아본 적 없는 성적표다. 전현무 체제로 자리 잡고 캐릭터쇼를 본격 가동한 2017년 여름 이후 기록한 최저 시청률이다. 아무리 대세 하락중인 좋지 못한 상황이고, 도쿄 올림픽 중계의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관찰예능의 상징과도 같은 프로그램의 무게와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보유했던 영광을 고려한다면 충격적인 스코어다.
지난 4월부터 <나혼산>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하고 있었다. 제작진도 교체했고, 2015년부터 녹화장으로 쓰던 송출실에서 소편집실로 다시 송출실로 장소를 옮겨도 봤다. 여로 모로 부담이 컸을 박나래를 대신해 영광의 시절을 함께한 전현무가 두 달 전 400회 특집을 기점으로 2년 여 만에 복귀했다. 박나래 체제의 출구전략이자 전임 제작진의 회심의 카드였던 여은파 프로젝트는 멈추고, 여성 출연자들 위주의 멤버들도 전격 개편했다. 그럼에도 5년 여 만에 기록한 최저 시청률 기록은 <나혼산>에 내려진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 발령이자 길고 긴 전성시대를 이어간 관찰예능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나혼산>은 일상에 카메라를 갖고 들어간 관찰예능의 상징이다. 예능이, 연예인이, 사는 풍경이 다소 다르더라도 우리네 삶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교감을 통해 큰 친근감을 발휘했다. 당시로서는 꾸며진 환경이 아닌 일상이란 무대는 무척이나 새로운 볼거리였다. 김광규와 육중완이 활약한 시절, ‘보통사람’ ‘보통의 삶’과 같은 일상성을 추구하며 관찰예능의 영역을 개척했지만 지속가능성이란 새로운 숙제에 부딪혔다.
폐지 이야기까지 나오던 <나혼산>이 2010년대 중후반 최고의 인기 예능으로 반등한 이유는 일상 보여주기에서 리얼버라이어티로 돌아간 유연함에 있다. 전성기를 함께했던 황지영 PD는 “출연자끼리 원래 정모를 해왔음에도 안 친하고 어색했다”라면서 “그런 어색함이 시청자들 눈에도 보이는 만큼 일단 친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출연자들이 함께 벌이는 이벤트를 적극 밀어붙이면서 반복되는 일상 보여주기의 단조로움과 이를 타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되는 악순환을 벗어났다. 어차피 한계가 있는 일상성에 대한 천착에서, 관계의 진정성으로 초점을 옮기자 리얼리티가 살아나며 드라마는 시작됐다. 호감이 생기자 그들의 일상이 다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때부터 이미 관찰예능은 임계점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발 제작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여행,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접목 등으로 소재의 다양화를 추구하던 방식에도 제동이 걸렸다. 2010년대 예능을 정의할 수 있는 대세 중의 대세 장르지만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예능이자 사실상은 가족 시트콤으로 ‘옆그레이드’ 하며 버티는 중이다. 요즘은 가족예능도 육아, 이혼 등 콘셉트를 명확히 밝힌다. 즉, 관찰예능이란 장르가 일상성에 천착하던 시기는 지났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하루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건 <나혼산>의 전성기 때는 생소했던 브이로그가 훨씬 효과적이다.
관찰예능이 아무리 리얼함을 강조하고 최대한 일상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제작환경과 효율을 고려했을 때 정교한 설계와 리허설 하에 촬영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 또한 관찰예능이라고 하더라도 순도 100%의 리얼리티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관찰예능은 점점 장르적 특성이 희미해지고 스튜디오 토크쇼를 가미한 제작방식의 한 가지로 재정의 되는 추세다. 최근 진정성을 담은 스포츠예능 등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 또한 리얼리티가 점점 사라지는 관찰예능에 대한 반작용이다.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관찰예능은 시트콤처럼 전개 중인 가족예능 이외에 갈 길이 없다.
일상 관찰예능의 상징이지만, <나혼산>은 초심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 화사가 그랬듯, 누군가 신선한 인물이 나타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공식에는 변함이 없다. 김경남, 표예진, 박재정, 허훈 등 반갑거나 새로운 얼굴들을 소개를 하고, 키, 김지훈 등등 2017년 멤버들과 다른 이들로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한편에서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함께 도모하는 설정이 중요하다. 무언 갈 함께하고 같이 만들어가는 분위기와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다. 관찰예능 자체에 높아진 피로도, 보여주기식 일상 예능에 대한 기대 감소는 대중이 원하는 리얼리티의 성격을 바꿨다. 짜여질 수밖에 없는 일상 노출 관찰예능의 시효는 점점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니,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