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3’의 극악한 복수극, 어째서 김소연이 안쓰럽게 느껴질까
‘펜트하우스3’, 작가의 막장 전개에 안쓰럽게 된 배우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최근 복수극을 소재로 삼는 드라마들의 문법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SBS <펜트하우스3>가 담고 있는 복수극은 유독 자극적이고 강도가 높다. 그건 지금껏 이 드라마 속 악당들이 저지른 범죄가 너무나 극악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들은 살인, 시체유기는 물론이고 납치 감금도 너무 자주 벌어져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였다. 타인의 신분을 훔치고, 이름과 재산까지 모두 빼앗았으며, 심지어 자신의 딸을 구해주려 목숨까지 건 인물을 벼랑 끝에서 밀어 살해한 후, 사체까지 유기했다. 가난한 이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개발을 통해 치부하고, 학교재단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이런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이 정상적일 리가 없었다. 왕따는 기본이고 집단 폭행과 심지어 살인 미수에 가까운 짓들도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아이들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인지라 그 범죄행위들에 대한 죄책감에 힘들어하게 되자 엄마라는 작자는 죄에 대한 벌을 받게 하기는커녕, 그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약을 먹였다. <펜트하우스>가 지금껏 그려낸 범죄의 세계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극악하다.
그러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되돌려줘야 할 복수 또한 극악할 수밖에 없다. 주단태(엄기준)는 자신이 이름과 신분과 재산을 온통 빼앗고 정신병원에 넣어버린 백준기(온주완)와 똑같은 복수가 행해졌다. 심수련(이지아)과 부활해 돌아온 로건리(박은석) 그리고 하윤철(윤종훈)까지 가세한 계획에 의해 모든 걸 잃고 백준기가 감금됐던 그 정신병원에 갇히게 됐다. 또 심수련의 친딸이고 자신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도원에 버려진 주석경(한지현)이 그 곳까지 따라와 이제 자신이 그를 버리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주단태의 이런 복수극은 천서진(김소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천서진은 청아재단의 모든 걸 잃게 됐다. 그리고 심수련에게 납치되어 로건리가 감금됐던 곳에 감금되어 그가 로건리에게 했던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그 스스로도 겪게 됐다. 발악하다 테이블이 쓰러지고 산으로 보이는 액이 다리에 끼얹어져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됐다.
그렇지만 그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딸 하은별(최예빈)을 만나기 위해 탈출했지만, 딸이 엄마를 위해서라며 먹인 기억을 지우는 약이 점점 효과를 내면서 기억을 잃은 채 미쳐가기 시작했다. 결국 배로나(김현수)를 하은별로 착각해 실랑이를 벌였고 마침 그 순간에 찾아온 하윤철과 몸싸움을 벌이다 샹들리에 아래로 추락했다. 그리고 결국 샹들리에가 떨어지면서 입으로 피를 토해냈다.
주단태와 천서진이 당하는 복수극은 말 그대로 그들이 했던 대로 돌려받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복수극이 늘 그러하듯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시원함을 안겨줘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들이 당하는 처절한 복수는 시원하기보다는 보기 불편하고 안쓰러운 느낌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그것은 <펜트하우스>가 시즌 전편을 통해 그려온 극악한 빌런들의 행위들이 결코 상식적이지 않은데다 개연성도 별로 없어 작가의 자의적인 발상에 의해 마구 휘둘러진 부분에서 비롯한다. 인물이 살아있고 그래서 어떤 공감대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후반부에 마주하게 되는 복수극의 완성은 어떤 카타르시스를 줘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작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자극적인 상황들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이 심지어 캐릭터에 대한 연민까지 불러일으키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상식적으로 공감가지 않는 인물들을 개연성 없는 상황 속에서 연기해내야 하는 배우들에 대한 연민은 더욱 크다. 물론 그것조차 배우들이 선택한 것이긴 하지만, 시즌3 같은 무개연성의 막장 전개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게다. 그래서 기억을 잃어가고 감금되어 고통을 겪고 결국 추락해 떨어지는 샹들리에에 피를 토하는 천서진을 연기하는 김소연이나, 막판에 이르러 이리저리 조리돌리듯 당하다 정신병동에 감금되는 주단태 역할의 엄기준이나 그 과한 복수극의 상황을 애써 연기해야 한다는 게 딱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눈을 부릅뜨고 온몸으로 저항하며 한 시간 내내 악다구니를 쓰다 추락한 후 결국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천서진이라는 인물이 전혀 시원한 복수극의 카타르시스로 다가오지 않는다. 대신 그걸 어쨌든 연기해야 하는 김소연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커진다. 작가가 만들어낸 무개연성 막장 자극 전개가 불러온 예상 밖의 이상한 감정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