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백종원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이렇게 불편하긴 처음이다

출연자 상도덕 없다? ‘골목식당’의 잘못된 미션, 공정성 문제는?

2021-09-02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롭게 시작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지역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는 과연 그만한 효과를 내고 있을까. 그간 전국의 골목상권을 찾아다니며 어려운 현실에 봉착한 식당들에 솔루션을 제공해 상권까지 바꿔놓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며 주목받았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최근 들어 위기의 징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제약이 많아진 것도 그렇지만, 너무 스토리가 패턴화되면서 시청률도 화제성도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획으로 가져온 것이 지역 경제 살리기 프로젝트다. 골목상권 대신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겨 어려워진 지역을 찾아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음식점을 만들어 상권을 살려보겠다 나선 것. 그 기획은 제주 양돈농가의 40%가 밀집해 있어 악취와 소음문제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버린 제주 금악마을 주민들이 백종원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위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취한 건 서바이벌 오디션이었다. 사전 심사를 통해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별된 8팀이 여러 미션을 치러 절반인 4팀만 살아남아 그 지역에서 가게를 오픈해 먹거리 상권 조성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첫 번째 미션은 각자 준비해온 재료들로 주어진 30분 제한시간 동안 음식을 만들어 대결을 벌이는 것이었다. 이 대결을 통해 8팀의 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만한 경력을 통해 남다른 요리 실력을 가진 출연자들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실력도 또 요리를 하는 기본적인 태도도 미흡한 출연자들도 있었다. 문제는 미션 과정에서의 공정성이다. 8팀이 모두 한 사람씩 출연한 게 아니라, 2팀은 두 사람이 한 팀으로 출연했다. 그래서 30분 요리 대결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한 고려는 별로 이뤄지지 않았고 심사도 전적으로 백종원 1인에게만 맡겨져 과연 공정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을 남겼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두 번째 이른바 ‘판매미션’에서 불거졌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판매하고 손님을 상대하느냐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 제시된 미션이었다. 기획의도는 납득되는 미션이었지만, 이를 위해 제시된 구체적인 과정들은 과연 그 기획의도에 충족되는지 의아해지는 면이 적지 않았다.

일단 미션으로 판매할 물건들이 이 ‘지역 경제 살리기’라는 프로젝트와 부합하지 않았다. 치킨(모양) 방향제, 닭 장난감, 기생충 안경(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눈가리개 모양), LED 마우스피스, 니플패치(꼭지 가리개), 잔디 슬리퍼, 모자 우산, 핫팩 10개, 짚신, 뱃살(모양이 인쇄된) 가방이 그것이었다. 물론 팔기 어려운 물건을 팔아야 진짜 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명분이 내세워졌지만, 그래도 진지함이 별로 없고 대신 예능적인 장난스러움이 더 드러나는 미션이었다.

출연자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손님을 불러 모으고 심지어 찾아가 물건을 파는 모습을 보였다. 진지함이 사라진 미션에서 어떻게든 경쟁을 뚫고 살아남으려는 출연자들의 안간힘을 모니터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백종원, 김성주, 금새록의 모습은 보기 불편한 지점들이 존재했다.

특히 지나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지역주민들이 대부분이 그 미션 장소에서의 판매는 어찌 보면 민폐가 될 수 있었다. 인근에 있던 이장이나 부녀회장이 전혀 쓸모가 있어 보이지 않는 물건들을 사주는 건, 마을을 위해서일 터였다. 그러니 그 미션의 판매 실적이 그 사람의 판매 능력을 평가하는 올바른 지표가 되기도 어려웠다. 대신 마을 사람들이 어쩌다 끌려와 물건을 사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미션을 수행하는 출연자들 중에는 백종원 대표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하고, 나아가 <백종원의 골목식당> 촬영 중 미션이라는 걸 내세워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어떤 출연자는 촬영 중인 카메라 감독을 타깃으로 물건을 강매하듯 파는 이들도 있었다. 과연 이런 쓸모가 별로 없어 보이는 물건을 호객행위에 가까운 방식으로 파는 미션이 이 프로그램의 의도와 맞는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출연자 중 한 사람은 1:1 대결 방식으로 되어 있는 이 판매 미션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상대팀에게 온 손님을 가로채기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은 그 장면을 부각시키고, 그걸 불편해하는 백종원과 김성주의 얼굴을 보여줬다. 상도덕이 아니라는 걸 내세웠던 것. 결국 빌런화되어 버린 그 출연자는 이 미션의 꼴찌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출연자의 상도덕 없음을 비난하기 전에 과연 이 미션이 온전했는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잡동사니’를 파는 것도 그렇고, 지역주민이 억지로 물건을 사는 과정도 그렇다. 또 그 물건을 판 대금으로 기부를 한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잡동사니를 팔아 기부금이 얼마나 될까 싶다. 결과를 발표하며 애써 향후 장사에 도움이 되는 미션이었다고 자평하며 포장했지만, 불편함이 가득했던 미션이 아닐 수 없었다.

시청자들은 차라리 음식을 내놓고 파는 것이었다면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내놓는 물건이 별로여도 팔아야 한다는 미션의 내용은 자칫, 음식이 별로여도 상술만 좋으면 되는가 하는 투로 비춰지는 면까지 있었다. 이 새로운 기획은 어울리지 않는 미션으로 인해 자칫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미지까지 떨어뜨리지 않았을까.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한 이 날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3.1%(닐슨 코리아)까지 뚝 떨어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