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테스트해? ‘뭉찬2’, 기존 멤버들 철밥통 깨부숴야
‘뭉찬2’, 이제 기존 어쩌다FC 멤버들은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도대체 누가 누굴 테스트한단 말인가. JTBC <뭉쳐야 찬다2>의 축구 오디션이 끝을 맺었지만, 이번 오디션 형식을 취한 테스트 입단은 그 성과와 더불어 만만찮은 후유증 또한 남겼다. 그건 오디션을 치른 새로운 예비 선수들이 기존 시즌1에서 살아남은 어쩌다FC 멤버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최종 합격자를 선별하는 마지막 테스트로서 어쩌다FC와 치른 경기에서 오디션 지원자팀은 압도적인 경기로 3:0의 압승을 거뒀다. 결과만이 아니라 경기 내용만 봐도 테스트를 받을 이들은 오히려 어쩌다FC의 기존 멤버들이라는 사실이 분명했다.
최종 테스트 경기에서 어쩌다FC 선수들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체력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또 팀의 협업이나 정신력에 있어서도 뭐 하나 오디션 지원자팀보다 나은 게 없었다. 지난 회에도 구멍(?)이라는 게 드러났던 윤동식은 전술 설명은 물론이고 오프사이드도 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축구에 문외한이었다. 체력적으로도 한계를 보여 모두가 공격이나 수비를 할 때 합류하지 못하고 따로 도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이동국 코치는 “더 뛰어야 된다”고 강조했지만 몸이 따라주지는 않아 보였다.
김용만은 조기축구 경력이 꽤 된다고 해도 기량을 말할 만큼 실력이나 체력이 되지 않았고, 김요한, 모태범, 박태환도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공수에 모두 열심히 뛰어다니고 선수들을 독려하며 열정까지 보이는 인물은 이형택 하나였다. 하지만 축구는 한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되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3대0으로 전후반을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다가 끝난 경기를 어쩌다FC 팀원들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중요한 건 새로운 멤버를 뽑기 위해 여러 미션을 치르며 혼신의 힘을 다한 오디션 지원자들과 고정 멤버들이라 이를 즐기듯 관망하기만 했던 어쩌다FC 팀원들의 기량 차가 분명하게 보이면서 생겨난 역차별이다. 결국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선수들이 생겼지만, 과연 기존 어쩌다FC 팀원들보다 그들이 못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만들어져서다. 전국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오디션 선발 과정을 예능이 아닌 다큐로 치러온 안정환 감독으로서는 고민스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오디션을 통해 최종 어쩌다FC에 합류한 합격자가 카바디의 이장군, 스키점프의 강칠구, 스켈레톤의 김준현, 트라이애슬론의 허민호 네 명이라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것은 애초 이 오디션의 취지 중 하나인 이른바 ‘비인기 종목’ 선수들로 모두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로 올라왔던 농구의 김태술, 야구의 이대형, 윤석민은 탈락처리 됐고, 그 중에서 김태술은 수비에 남다른 능력을 보여 탈락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들이 발 담았던 종목들이 ‘인기 스포츠’였다는 사실은 그런 아쉬움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준다. 아마도 안정환 감독의 최종 선발 과정에서도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있지 않았을까 싶다. 씨름의 박정우 선수가 부상으로 테스트에 참여하지 못해 향후 추가 테스트의 기회를 부여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것은 이번 <뭉쳐야 찬다2>가 굳이 축구 오디션을 치른 중요한 명분이고 성과이기도 하다. 즉 이 오디션을 통해 시청자들은 이미 이장군이라는 선수와 카바디라는 낯선 스포츠를 좀더 익숙하게 알게 됐다. 또 트라이애슬론이의 허민호 선수나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모델이었던 강칠구 그리고 스켈레톤만이 아닌 축구에도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김준현의 존재감을 확실히 인지하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애초 오디션의 취지는 충분한 성과를 만든 셈이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너무 ‘전국대회 우승’ 같은 목표를 통해 다큐처럼 오디션 지원자 선수들을 합격, 탈락시키는 부분은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마지막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에 앞서 안정환 감독이 이에 대해 “각 분야의 레전드를 평가한다는 게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라고 말한 건 그냥 한 말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은 심지어 오디션 지원자팀 전원을 합격시키고 기존 어쩌다FC 팀원들을 대체하는 시즌2 멤버로 세우라는 요구까지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예능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진짜 축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사이에서 <뭉쳐야 찬다2>는 좀 더 축구 쪽에 방점을 찍은 게 사실이다. 물론 예능적 요소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게다. 하지만 지금의 스포츠 예능들은 예능적 요소보다는 스포츠 자체의 매력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좀 더 엄밀한 오디션 과정을 치른 것인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건 오디션 없이 합류한 기존 어쩌다FC 멤버들의 초라한 기량이다.
애초 오디션도 예능적 차원에서 치렀다면 이런 문제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게다. 하지만 다큐로 오디션을 치른 지금 상황에, 좀 더 스포츠에 맞춰진 향후 행보를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어쩌다FC 팀원들이 스스로 노력해 기량을 높이거나(여자축구를 소재로 하는 <골 때리는 그녀들>의 출연자들을 보라), 합류한 팀원들과 맞춰진 새로운 진용 구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제 기존 어쩌다FC 멤버들은 모두가 철밥통을 깨고 그 자리에 왜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가를 증명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