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가 한물갔다는 분들, ‘달리와 감자탕’ 김민재·박규영을 보시라

‘달리와 감자탕’, 로맨스도 진솔하면 성공할 수 있다

2021-11-11     박생강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수목드라마 <달리와 감자탕>은 사실 귀에 잘 들어오는 제목은 아니다. 혹은 흔한 일일드라마나 주말연속극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곧 종영을 앞둔 <달리와 감자탕>의 꾸준한 시청자라면 이 제목이 달리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달리와 감자탕>이란 제목이 ‘달리와 솜사탕’처럼 굉장히 사랑스럽게 달콤하게 읽힐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와 감자탕>은 미술관 관장 김달리(박규영)와 돈돈 F&B의 진무학(김민재) 상무의 로맨스를 그린다. 모든 로코가 그렇듯 두 사람은 굉장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다. 달리는 이성적이고 차분하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예술을 사랑하는 고상한 인격자다. 반면 진무학은 배운 것 없고 일자무식이자만 ‘돈 귀신’답게 돈 냄새는 확실하게 맡는 남자다.

이 전혀 다른 세계의 두 남녀가 함께 만나 사랑의 불꽃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는 김달리와 진무학에게 여백의 공간을 둔다. 둘 모두 각자의 세계에는 고집이 있지만, 아직 사랑에 대해서는 백지처럼 하얀 남녀인 것이다. 각기 다른 세계의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쌓아가는 이야기는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이다. 그리고 <달리와 감자탕>은 이에 충실한 이야기를 그려간다.

당연히 로맨틱코미디의 경로에서 이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빤하지는 않다. 일단 주인공 김달리의 성격이 밝고 순수한 캔디형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녀는 굉장히 영리하면서도 오히려 감정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동시에 냉철한 부분도 있다. 이랬던 그녀는 직진 로맨티스트 진무학과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져간다. 머리로 하는 사랑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사랑의 따뜻함을 느껴간다.

그리고 <달리와 감자탕>은 주인공들이 느끼는 사랑의 유쾌한 온기를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키스신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베드신도 있지만, 섹슈얼하다기보다 굉장히 풋풋하고 사랑스럽게 뽑아내는 감각을 지녔다. 생각보다 그런 능력, 쉽지 않다.

한편 <달리와 감자탕>은 드라마 주인공 김달리가 속한 미술 세계 또한 꽤 충실하게 다룬다. 이 미술계의 작가들은 때론 빌런으로, 때론 사랑의 큐피드 비슷하게 등장하며 이야기에 잔재미를 준다.

또 <달리와 감자탕>은 미술관이 배경이라 감각적인 영상에도 공을 들인다. 특히 14회에 빛이 중심이 된 설치예술 작품 사이를 걸어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달리와 무학이 예술작품 사이로 걸어가며 추억을 떠올리는 이 장면은 독특하면서도 두 사람의 긴 로맨스 여정을 떠올리기에 좋은 장면이었다.

그렇다고 <달리와 감자탕>이 예술을 하느라 이야기를 멀리 제쳐두는 것도 아니다. 일단은 로맨스와 코미디를 배합하면서 매번 잔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미스터리한 사건을 처음부터 깔아가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달리와 감자탕>의 매력은 김민재와 박규영 두 배우의 신선함도 한몫한다. 박규영은 기존의 로코 여주인공과는 다른 달리의 매력에 어울리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김민재는 JTBC <꽃파당>과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이어 또 다른 로맨틱코미디 캐릭터에 도전했다. 그리고 이번 진무학 역시 성공적이어서, MZ세대의 로맨틱코미디 남자주인공에 어울리는 남자주인공이란 걸 한 번 더 보여줬다.

결국 <달리와 감자탕>은 대스타나 복잡한 플롯, 자극적인 영상은 없어도 특유의 잔잔하고 유쾌한 재미가 좋은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한때 로맨틱코미디는 한국에서 한물간 드라마로 취급받았다. 혹은 드라마의 중심에 있다가 웹드에 어울리는 가벼운 스타일로 밀려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달리와 감자탕>은 트렌디한 척은 하지 않지만, 촌스럽지 않고 유쾌한 로맨틱코디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마도 <달리와 감자탕>의 제작진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낸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사랑에 대한 진솔함 이 느껴진 덕인 듯.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