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들 면면 자체가 충격, ‘싱어게인2’ 기다린 보람 충분했다

시간순삭 ‘싱어게인2’, 재야의 날것부터 프로의 무게감 슈가맨의 추억까지

2021-12-07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 1시간 50분이 말 그대로 ‘시간순삭’된 느낌이다. ‘재야의 고수’부터 ‘슈가맨’ 그리고 ‘오디션 최강자’들까지. 첫 방송된 JTBC <싱어게인2>는 무대 하나하나가 저마다 색다른 특색과 관전 포인트로 시선을 잡아끌었다.

본선에 진출한 총 73개 팀의 첫 번째 미션은 ‘조별대항전’.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에서만 볼 수 있는 미션이다. ‘다시 부른다’는 기치를 내건 이 색다른 오디션은 찐무명에서부터 재야의 고수, 슈가맨, 오디션 최강자 등등 다양한 부류의 인물군들이 대거 참여했다. 색깔도 다르고 공력도 다른 이러한 다양한 참가자들이 묶여질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진짜 무명이거나 혹은 이름이 덜 알려졌거나 딴은 잊혀져가고 있는 ‘무명가수’라는 하나의 특징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싱어게인>은 마치 오디션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2의 첫 방송만 봐도, 첫 번째 조로 등장한 ‘재야의 고수’조의 27호 가수는 만만찮은 기타 실력에 자신만의 허스키한 감성을 얹은 목소리로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불렀고, 스스로를 재즈가수로 소개한 38호 가수는 독특한 보이스로 재즈 감성 가득한 ‘님은 먼 곳에’를 불렀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42호 가수는 그루브감 넘치는 목소리로 ‘달의 몰락’을 무심하게 불러 이선희 심사위원을 반하게 만들었고, 평온한 목소리로 ‘잊혀진 계절’을 부른 7호 가수는 포크 감성 짙은 목소리로 모두를 빠져들게 만들어 최초 올어게인을 받았다.

‘재야의 고수’조가 트렌디하면서도 독특한 음색을 가진 개성 강한 출연자들을 선보였다면, 이어진 ‘슈가맨’조는 옛 추억을 순식간에 현재로 소환해내는 출연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컬러링 차트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한 때 화제가 됐던 24호 가수는 ‘사랑인걸’을 불러 그가 모세로 활동했던 가수라는 걸 단박에 알게 만들었다. 또 너무나 밝은 에너지를 보여줘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든 4호 가수는 ‘오빠야’를 불러 그가 신현희와 김루트의 신현희라는 걸 알게 해줬고, 괌에서 온 3호가수는 록발라드 ‘하늘 끝에서 흘린 눈물’을 부른 주니퍼라는 게 드러났다.

이들 ‘슈가맨’조는 노래가 소환해내는 추억도 추억이지만 저마다 갖고 있는 사연과 스토리가 시청자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면이 있었다. 모세는 팬클럽인 ‘기적이’들을 위해 오디션에 참가한 사연을 들려줬고, 신현희는 과거 유희열이 자신의 프로그램 무대에 올랐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여러 차례 해줬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를 표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또 주니퍼는 아내가 셋째 임신 중 눈 뒤에 큰 종양을 발견했는데 괌에 갔다가 종양 크기가 줄어든 걸 알게 되어 그 곳에 정착하게 됐다는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그 반전으로 야성적인 록 보컬을 들려줘 보는 이들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오디션 최강자조는 출연자들의 면면 자체가 충격이었다. <슈퍼스타K> 우승자였던 울랄라세션, <탑밴드2>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로맨틱 펀치의 배인혁, <프로듀스101>의 보컬 선생이었던 신유미 등등. 첫 회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오디션 최강자조에는 <슈퍼밴드>에서 루시의 보컬로 활동했던 기프트의 이주혁도 보였고, <위대한 탄생> 우승자였던 한동근도 눈에 띄었다. 이미 오디션 프로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인 만큼 무대 역시 역대급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싱어게인2>는 그 첫 방에서부터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채로운 음악의 맛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인가를 기대케 만들었다. ‘재야의 고수’조가 들려주는 다소 거칠어도 날 것의 매력이 담긴 음악이 있다면, ‘슈가맨’조가 만들어내는 추억을 소환해내는 기적 같은 음악이 있고, ‘오디션’조의 프로페셔널한 음악의 맛이 더해진다. 그 어디서 이런 음악의 향연이 가능할까. <싱어게인2>만이 가능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오디션의 시간이 시작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