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극이 정답인가, ‘연모’·‘옷소매’에 ‘이방원’까지 펄펄 난다

지상파 드라마의 구세주로 등장한 사극, 그 힘의 원천은?

2021-12-13     정덕현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역시 사극은 강했다. 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은 2회 만에 9.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첫 회 8.7%에서 상승세다.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적어도 KBS 대하드라마에 대한 고정적인 시청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갈증 또한 여전하다는 걸 이 수치는 보여준다.

정통사극에 대한 요구가 커진데다, 소재 자체가 KBS 대하사극에서 몇 차례 반복될 정도로 시청자들을 잡아끄는 조선 건국 시기의 이야기다. 특히 권력을 잡기 위해 혈육들까지 피를 보는 형제의 난을 거쳐 왕위에 오른 이방원의 스토리는 지금 같은 대선 정국에 더더욱 시선을 잡아끄는 면이 있다. KBS 대하사극과 대선은 과거에도 시너지를 내는 궁합이었던 게 사실이다.

<태종 이방원>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 그간 위기설이 솔솔 피어났던 지상파 드라마들의 해법으로서 사극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MBC 드라마를 부활시켰다는 이야기를 듣는 <옷소매 붉은 끝동>은 물론이고, 국내는 물론이고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KBS 사극 <연모> 모두 두 자릿 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화제성 또한 뜨겁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영정조 시대의 이산과 의빈 성씨에 대한 이야기로 이미 <이산>에서도 다뤄진 소재지만, 성덕임(이세영)이라는 궁녀 캐릭터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멜로와 미션 서사가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현대적으로 보면 일과 사랑에 있어 모든 걸 주도적으로 해결해가는 이 인물에 열광하게 된 것.

<연모>는 남장여자 콘셉트를 가져온 사극으로 쌍둥이 여아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버려졌던 아이가 세손인 오라비의 죽음을 대신해 남장세자가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진짜 성을 숨긴 채 만들어지는 로맨스가 주는 달달함과 애틋함은 물론이고, 정체가 탄로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유발한다.

세 작품들에는 모두 해당 방송사들이 과거 거뒀던 사극의 성공사례들이 존재한다. <태종 이방원>은 과거 KBS 대하사극 <용의 눈물>이 떠오르고,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산>이 그리고 <연모>는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오른다. 유사한 소재와 설정을 다시 재현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하지만 차별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차별점은 여성의 관점을 좀더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 이산보다 성덕임의 활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연모> 역시 남장여자 이휘(박은빈)의 카리스마와 달달함을 넘나들며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심지어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도 이방원이나 이성계가 전면에 나와 있지만 이방원의 아내 민씨(박진희)와 계모 강씨(예지원)의 막후 활약도 만만찮다. 강씨는 타고난 정치 감각과 결단력으로 조선의 초대 왕비가 되는 인물이고, 민씨는 이방원을 왕으로 만드는 여장부다.

이미 성공사례가 있을 정도로 익숙한 소재를 가져왔지만 현재적 관점에 따라 새로움을 더하는 것으로 사극은 위기에 빠진 지상파 드라마들의 구원자로 서고 있다. 장르물은 OTT들이 더 잘 할지 몰라도 사극의 전통만은 훨씬 더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지상파가 아닌가. 무엇보다 적어도 사극만은 지상파가 익숙한 시청자들이다. 사극 열풍을 타고 지상파 드라마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