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9’ 현장에서 발견한 유재석·강호동의 미래
2013-10-11 정덕현
‘댄싱9’, 몸과 땀 그리고 눈물이 말해주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지난 주 <댄싱9> 파이널이 있었던 상암동 DMC는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이들로 왁자지껄했다. 그 날 우승팀이 된 레드윙즈팀과 MVP로 뽑힌 리더 하휘동은 물론이고 블루아이팀의 기분 좋은 리더 음문석을 포함한 팀원들까지 밤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댄싱9!”을 외쳐댔다. 누가 우승하고 누가 우승하지 못하고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춤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온전한 하나처럼 보였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경쟁에 의해 합격과 탈락의 기로에 서게 됨으로써 때로는 민감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요즘, <댄싱9>의 분위기는 이례적이었다. 그 이유는 이들이 <댄싱9>을 통해 보여준 진정성에서 비롯된다. 워낙 춤이라는 장르가 소외되다 보니 경쟁의 의미보다는 전체적으로 다양한 춤 장르들을 대중들에게 소개하고픈 마음이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었던 것.
이렇게 된 것은 춤이 가진 독특한 특징 때문이기도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몸과 땀 그리고 눈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 신뢰를 점점 잃어가는 시대에 몸이 주는 솔직함은 <댄싱9>의 댄서들에게서 그대로 묻어나왔다. 이들의 깎은 듯한 몸에서 느껴지는 노력의 절절함은 그 어떤 무수한 수식어보다 더 많은 말을 해주었다. 제작진 중 한 사람은 그저 그 몸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울컥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 몸과 몸이 서로 부딪치고 서로를 어루만지며 보듬는 모습들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무대 위에서 훅 느껴지는 열기와 몸에 점점 배어나는 땀은 그들의 춤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전해주고, 우승자든 아니면 탈락자든 흘리는 눈물에는 아쉬움보다는 무대를 마련해준 그 기회 자체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실로 이처럼 온전히 진정성으로 다가오는 오디션이니 프로그램을 보며 같이 눈물을 흘린다는 팬들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 가는 것일 게다.
물론 <댄싱9>은 끝났지만 그대로 이 프로그램이 시사하는 바는 꽤 크다고 여겨진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 소통이다. 그러다보니 이 소통의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 것이 진정성이 되었다. 흔히들 진정성이니 진심이니 표현하지만 이것은 말로는 좀체 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토크쇼들이 일제히 추락하고 있는 것은 대중들의 말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최근 강호동과 유재석에게서 느껴지는 변화가 주목된다. 이들은 알다시피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양강체제를 유지했던 예능인들이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가 한 풀 꺾인 현재,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을 또 말보다는 몸이 주는 진정성을 더욱 욕망하게 된 작금의 달라진 트렌드 속에서 이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물론 유재석은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이 몸과 땀과 눈물의 진정성을 <무한도전>을 통해 보여준 바 있다. 최근 응원 미션에서 보여준 유재석의 모습은 그가 왜 여전히 예능 최고의 리더인가를 설명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늘 묵묵히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전해지고 있기에 그는 트렌드 변화와 무관하게 지금도 최고의 위치에 서 있게 된 것이다.
한편 강호동은 과거에 비교해 한 풀 꺾인 모습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동안의 휴지기 사이에 변화된 트렌드에 일정한 적응시기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은 몸으로 보여주는 예능을 되살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인과 어울려 한 판 부딪치는 몸과 몸의 대결은 씨름 선수 출신의 강호동으로서는 거의 초심에 가까운 것이 될 것이다.
<댄싱9>이라는 색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여준 것은 어찌 보면 작은 몸짓일 수 있지만, 그것이 현재의 예능 트렌드에 시사하는 바는 그만큼 크다 여겨진다. 바로 이 <댄싱9>이 집약해서 보여주었던 몸의 진정성이야말로 지금의 대중들에게 소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재석과 강호동의 변화도 이러한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 여겨진다. 그들의 미래 역시 바로 이 몸과 땀 그리고 눈물에 달려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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