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만든 진짜 우정, 생얼·몸빼바지로 뭉친 ‘스우파’ 언니들
‘해치지 않아 X 스우파’, 소문난 잔칫집 풍경 어떠셨나요?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다매체 시대, 속도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재활용’은 예능 기획에 있어 유용한 코드다. 예전의 관행과 금기도 딱히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tvN <해치지 않아>다. 자사의 <삼시세끼>에 원형을 둔 이 예능은, 타사인 SBS의 메가히트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종영하자마자 출연 배우들을 모아 드라마의 여운에 올라탔다. <해치지 않아> 시리즈의 기본 설정인 ‘폐가’가 바로 <펜트하우스>의 세계관을 비틀어 나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타사 드라마의 세계관과 화제성을 노골적으로 활용한 스핀오프다.
그리고 tvN은 알뜰살뜰 살림9단 주부처럼 <펜트하우스>의 스핀오프인 <해치지 않아>를 다시 한번 스핀오프했다. <해치지 않아>의 세계관을 빌려와 엠넷 <스우파> ‘리더즈’들이 <해치지 않아>의 촬영지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해치지 않아 X 스우파>에는 <스우파>의 리더들이 출연한다는 것 이외에 새로움은 특별히 찾을 수 없다. 드라마의 세계관을 가져온 <해치지 않아>보다는 친구와 같은 동료들끼리 시골마을 어느 집에 방문해 하룻밤 같이 밥을 해먹고 게임을 하는 SBS <불타는 청춘>과 유사하다.
각자 바쁘게 활동하던 가운데 잡힌 마지막 공식 일정이기에 준비된 설정과 기획이 어떠하든, 이들이 다시 함께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포인트니 특별히 새로울 필요도 없긴 하다. 2박3일의 여정 내내 밥을 하든, 패션쇼를 하든, 장을 보러가든, 농사일을 체험하든, 여전히 돈독한 동지애를 드러내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목할 부분은 2010년대 중반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 셰프들이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발판삼아 각자 다양한 방송 활동과 요리 경력을 쌓아갔다면, 이들은 각자 활동하면서도 보다 더 유연하면서도 훨씬 더 끈끈한 결속력을 가지고 <스우파> 세계관을 이어가는 부분이다. 모니카의 말대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진짜 우정’이다. 밥상에 둘러앉아 서로 먹을 것을 건네주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은 실제로 발을 딛고 있던 세계와 관계를 바탕으로 하기에 느껴지는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능 콘텐츠 차원에서, 혹은 장르적인 차원에서 급조된 기획인 만큼,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장면이 딱히 있던 것은 아니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의 캐릭터쇼처럼 자리 잡은 관계망이 해를 넘겨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어서까지 후일담을 나눌 만큼 영향력을 가졌던 적은 없었기에 현상 자체가 흥미롭다.
특히나 모니카, 가비, 리헤이 등 그간 자신들의 전매특허에 가까운 메이크업이나 복장 등의 아웃핏을 벗어던지고도 ‘생얼’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당찬 자기애는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기존 연예계, 예능인들과는 다른 ‘에고’다. 나이를 떠나 ‘멋진 언니’다운 자신감, 자기다움, 자연스러움을 미덕으로 삼고 서로를 챙기는 배려와 애정과 신뢰가 만드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스우파> 멤버들에 대한 열광이 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이들이 왜 이 시대의 스타가 됐는지 잘 보여준다.
물론, 이 예능을 보면서 그 다음에 대한 고민도 품게 된다. 마지막 회차의 낮아진 시청률이나 화제성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다시 이들을 만나서 반갑긴 하나, 이것만으로 관심을 오래도록 붙잡아두기는 힘들다.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스우파>의 기억을 반복할 순 없다. 수많은 오디션쇼, 힙합, 트로트가 반복했듯, 유한한 관심은 늘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생얼에 몸빼바지를 입고, 수수한 옷차림으로 주방에서 전을 부치는 등 시골집에서 밥을 해먹고 편하게 어우러지는 팬서비스 차원의 색다른 모습이 연출되긴 했지만, 캐스팅에 모든 걸 불사른 듯, 소문난 잔치에 차려진 것이 드러난 것이 전부였던 점은 아쉽다.
이제는 다음으로 나아갈 때다. 이들이 길어 올린 댄스씬에 대한 관심은 이제 메인스트림의 그 무엇 못지 않다. 모니카는 <스우파> 출연을 망설일 때 후배들이 나아갈 길에 기여할 수 있을 거란 말에 설득됐다고 한다. 실제로 스타 셰프 시대를 거치며 요식업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듯 댄서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쇼미더머니>때와 마찬가지로 출연진 대부분 전속계약을 맺는 등 다른 차원으로 성장했다.
다음 달에는 박재범을 중심으로 국내 최정상급 비보이들이 참가하는 JTBC 댄스 서바이벌 <쇼다운>이 준비 중이고 엠넷은 <스우파>, <스걸파>에 이어 <스맨파>를 선보일 예정이다. 마침, 브레이크댄스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붐을 지속할 연료도 충분하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앞으로도 방송에 이용되기보다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멤버들의 활약이 계속 지속될 수 있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