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은 과연 정지훈 빙의 없이도 ‘황금손’ 될 수 있을까(‘고스트 닥터’)
정지훈과 김범의 빙의 판타지 평행이론에 담긴 메시지(‘고스트 닥터’)
[엔터미디어=정덕현] “의사가 신이야? 신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야. 잃는 환자보다 사는 환자가 더 많기를 바라면서 오직 그 간절한 마음 하나로.” tvN 월화드라마 <고스트 닥터>에서 위급한 수술을 하다 환자가 사망하자 절망한 고승탁(김범)에게 고스트가 되어 그를 따라다니는 차영민(정지훈)은 그런 말로 질책한다. 늘 고승탁의 몸에 차영민이 빙의되어 환자들을 살려내곤 했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 앞에서 좌절한 고승탁에게 던진 차영민의 이 말에는 이 드라마가 진짜 하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드라마가 심지어 귀신이 의사에 빙의해 위급한 환자를 살린다는 판타지 설정까지 가져온 건, 그만큼 생명을 살리고픈 간절함이 환자나 환자 가족은 물론이고 의사에게도 절실하다는 걸 드러내기 위함이다. 테스로 불리며 고스트가 되어 오랫동안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오주명 교수(성동일)는 자신이 저승으로 떠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눈앞에서 꺼져가는 생명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의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네들 신을 믿나? 설령 안 믿는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 간절히 신을 부르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지. 그럴 때 쓰라고 우리 같은 의사가 있는 거야. 그럴 때 의사가 환자를 외면하면 어떻게 되겠나? 귀신이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산 사람이 제 노릇을 잘 해줘야지.” 살아있을 때 오주명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게 그렇게 말한 바 있다. 신을 부를 정도로 간절한 순간, 의사가 최선을 다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한 대목이다.
그가 결국 귀신이 되어서도 의사인 차영민에게 빙의해 환자를 살리게 된 건 그런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주명 교수의 빙의로 인한 말 그대로의 ‘신들린’ 의술에도 불구하고 차영민은 어떻게 빙의 없이 ‘황금손’으로까지 불리는 외과의가 되었을까. 그가 오주명 교수에게 밝힌 엄청난 노력과 연습을 통해 그런 의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귀신을 경쟁상대로 세울 만큼’ 저 스스로 서고 싶은 갈망 때문이었다.
“고승탁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승부욕에 불타는 전사 같다고. 맞는 말입니다. 꼭 이기고 싶었거든요. 제 몸에 들어온 귀신을. 누군지도 모르는 그래서 가서 따질 수도 없는 그 존재가 제 평생의 경쟁상대였습니다. 내가 더 잘해야 다시 제 몸에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요. 고승탁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내가 자신의 몸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게 나를 이기기 위해 그러라고 주어진 시간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녀석 잘 만들어보라고.”
차영민의 이 대사는 <고스트 닥터>가 가져온 귀신 빙의 설정 판타지에 담긴 은유가 무엇인가를 잘 드러낸다. 의사는 환자를 살리고픈 절실함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심지어 신이 들린 듯한 기적 같은 일까지 욕망하게 되지만, 결국 사람을 살리는 건 의사 즉 산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절실함이 만든 연습과 노력으로 차영민이 빙의 없이도 황금손이 됐듯이, 고승탁도 똑같은 길을 선택한다.
차영민과 고승탁이 마치 평행이론처럼 똑같이 노력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고스트 닥터>가 끄집어낸 건 의사라는 생명을 다루는 이들의 자세와 그 숭고함이다. 그들이 ‘황금손’ 같은 명의가 된 건 돈과 명예 같은 겉치레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픈 절실함에서 비롯되는 거라는 것. 이것이 <고스트 닥터>의 빙의 판타지에 담겨진 메시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