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는 국대다’, 이 널뛰는 시청률 그래프를 어찌할꼬

‘국대는 국대다’, 대세 스포츠예능으로 확실히 자리 잡으려면

2022-03-07     김교석 칼럼니스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떠들썩하진 않지만 무척 강하게 자리 잡은 주말 예능이 있다. MBN 새 예능 <국대는 국대다>는 토요일 9시대의 격전지에서 최고 5.8%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2월에 시작해 지금까지의 성적은 최근 들어 우후죽순 늘어난 스포츠예능의 성과가 딱히 없는 와중에 홀로 훌륭하다.

런칭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지난 5일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3월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평판에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성도 좋다. 스포츠예능의 전성시대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예시이자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재편된 TV 콘텐츠의 전략과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왕년의 국가대표 레전드가 현역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진지하게 맞붙는다. 단 하나의 승부수다. 탁구의 현정화는 국내 톱랭커인 국가대표 서효원 선수와 맞붙어 승리했고, 왕년의 천하장사 이만기는 태백장사 허선행과 맞붙어 석패했다. 두 레전드 모두 무려 30여 년 만에 복귀해 펼친 경기다보니 전성기를 함께했던 시청자들에겐 추억 소환은 물론 함께 세월을 보낸 입장에서 몰입할 수 있는 공감의 정서가 쌓였다. 다음 주인공으로 나선 펜싱의 남현희 선수는 엄마라는 정체성을 더욱 내세운다. “은퇴 후 엄마로만 사는 동료들과 펜싱칼을 다시 잡고 싶다”며 마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처럼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던 2005년 세계펜싱선수권 ‘금메달’ 주역들을 직접 섭외했다.

어느덧 세 번째 시합을 앞두고 있는 <국대는 국대다>가 흥미로운 점은 스포츠예능 붐에 편승하는 것을 넘어서 중장년층을 1차 타켓으로 삼아 가족 콘텐츠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실제로 통했다는 점이다. 이만기의 한판 승부는 무려 6%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과거의 영광을 복기하는 레트로 콘텐츠인 동시에 타깃인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격언을 직접 목도하게 하며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감동과 위로의 프로젝트인 셈이다. 물론 이만기가 한라급과 금강급을 건너뛰고 무려 20kg 차이나 나는 태백급과 대결을 펼친다는 점, 현정화는 전성기에서 살짝 내려온 상성상 유리한 수비형의 서효원 선수와 맞붙는 등 나름의 핸디캡을 통해 현실을 고려한 벨런스 조정을 하지만 진정성만큼은 진짜다.

단 문제는 이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구성이 서사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쟁 프로그램에 동계 올림픽 스타들이 출연한 영향이 크다곤 하나, 시청률이 전주보다 무려 4%p나 곤두박질 친 것은 엄청난 타격이자 이변이다. 이번 경우가 워낙 극적이긴 했으나 시합을 할 때와 시합을 준비하는 분량의 시청률 편차는 평균적으로도 상당히 컸다. 스튜디오에서 검증이란 이름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예능적 구성들과 이벤트성 훈련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다양한 크기의 탁구채를 사용해 우스꽝스런 게임을 하고, 스매싱을 통해 작은 목표를 타격하고, 던져 올린 오렌지와 사과를 펜싱칼로 단번에 찌르고, 김동현과 배성제와 고무장갑 펜싱을 펼치는 등등의 예능 차원의 볼거리와 한 달여의 특훈을 스케치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메이커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MC들과 함께하는 이벤트성 이색 훈련 등은 기대를 쌓아올리는 빌드업이 아니라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방송분량을 위한 사족처럼 느껴진다.

이는 널뛰는 시청률 그래프로도 드러난다. 전현무, 배성재의 만남에다 김동연, 홍현희, 김민아까지 화려한 위용을 갖춘 만큼 두루두루 활용하기 위함이겠지만 소위 신선한 조합이 주는 재미라든지, 승부를 더욱 돋워주는 역할은 다소 아쉽다. 오히려 이런 예능적 구성을 대폭 축소하고 <골때녀>처럼 보다 본격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궁금증이 남는다.

<국대는 국대다>가 다른 스포츠예능과 달리 MC진이 직접 플레이를 하는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야기가 느려지고 무거워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경기와 별개로 비싼 출연료를 받는 MC진이 활약할 무대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반복되는 구성을 보면서 이런 장치가 승부의 진정성과 감동을 얼마나 확장하고, 재미를 더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 든다. 오늘날 스포츠예능이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이유이며, <국대는 국대다>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도 진성성의 추구라는 점을 돌아봤을 때 버라이어티한 예능 구성을 얼마나 가볍게 만들 수 있을지가 널뛰는 시청률을 극복하고 대세 스포츠 예능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