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채종협의 스포츠 로맨스, 더 상큼한 가속이 필요해(‘너가속’)
‘너가속’, 너무 다른 박주현과 채종협이 맞춰갈 스포츠와 멜로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 운동에 목숨 좀 걸지 말자. 나 기권.” 같은 배드민턴 복식조의 동료가 부상을 입었지만 포기하지 말고 뛰라는 감독과 버텨낼 수 있다는 동료에게 박태준(채종협)은 그렇게 말하며 경기를 포기한다. 부상을 감수하고 뛴다면 영영 선수생활을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제아무리 경기가 중요하다지만 박태준은 그것보다는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다.
“내가 왜 돌아왔냐고? 제대로 끝장 내지 못했으니까. 떠나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할 일 미루고 노는 것처럼 단 하루도 마음 편하지 않았으니까. 배드민턴 선수니까.” 과거 뇌물 사건으로 은퇴 후 어촌에서 지내다 다시 돌아온 박태양(박주현)은 그 일로 도망치듯 떠났지만 내내 배드민턴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는 살기위해서라도 배드민턴으로 끝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KBS 수목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이하 너가속)>는 박태준과 박태양이 다시 만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런데 열두 살 때 우연히 인연을 맺었던 두 사람은 현재 배드민턴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박태준은 이제 배드민턴이 직업이 되었다. 대단한 승부나 꿈 같은 것이 아니라 현실이 된 것. 그래서 그는 기권을 선언한 책임을 지고 선선히 팀을 떠난다.
하지만 박태양은 박태준과 달리 배드민턴에 목숨을 걸고 있다. 과거에 도망치듯 배드민턴을 떠났던 그 사건으로부터 그는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정면승부를 하려 한다. 뇌물 사건으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새로 들어간 유니스 팀원들에게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경기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드민턴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은 바로 그렇게 다르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박태준은 배드민턴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99%지만 나머지 1%로 박태양과 함께 운동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다. 그래서 그가 있는 유니스 팀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팀에 합류한 박태준은 그 누구도 혼합 복식을 하려하지 않는 박태양과 팀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박태준과 박태양의 조합은 그래서 배드민턴이라는 스포츠의 영역과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멜로의 영역이 겹쳐지는 부분이다. 스포츠에 있어서 적절한 거리를 두는 박태준과 너무나 열정적인 박태양은 멜로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관계의 케미는 운동 실력만큼 심리나 멘탈이 중요한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도 서로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사실 스포츠, 스물다섯, 청춘멜로 같은 소재들은 최근 방영됐던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도 다뤄졌던 익숙한 것들이다. 하지만 <너가속>은 보다 직접적으로 배드민턴이라는 스포츠의 세계와 박태양과 박태준의 멜로를 엮어내고 있다. 같은 복식조의 선수로서 합을 맞춰가는 과정과 두 사람이 풋풋한 사랑을 해나가는 과정을 동시에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첫 방 시청률은 1.9%(닐슨 코리아). 저조한 편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건 그 작품의 의도나 방향성은 나쁘지 않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좀더 보강된 상큼 발랄한 에피소드들이 아쉽기 때문이다. 팀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들만큼, 이를 헤쳐 나가는 박태양과 박태준 그리고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로맨스의 밀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굉장한 메시지는 아니라도 시청자들이 한 시간 동안 스포츠와 멜로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