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그녀’의 실사판인 줄... 과몰입 유발한 X들의 진심(‘환승연애2’)
다시 시작된 ‘환승연애2’, 첫 공개부터 과몰입 유발한 비결
[엔터미디어=정덕현] “술은 절대 세 잔 이상 먹이면 안 되고요. 아무나 패거든요. 그리고 카페 가면 콜라나 주스 마시지 말고, 커피 드세요. 가끔 때리면 안 아파도 아픈 척 하거나 아파도 안 아픈 척 하는 거 좋아해요...”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견우(차태현)가 그녀(전지현)와 헤어지면서 던지는 이 명대사가 순간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2>에서 재현됐다.
‘내 X를 소개합니다’로 전달된 미션. 헤어진 전 연인이 쓴 ‘나의 X 소개서’를 돌아가면서 읽는 시간이 그것이다. 아마도 실제 이 글을 직접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그렇게 소용돌이 칠 줄은 몰랐을 게다. 하지만 막상 헤어졌던 전 연인이 자신을 소개하며 쓴 글들에서 그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저는 지연이가 우울에 빠진 모습을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취하지 않아도 항상 하이텐션을 유지하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입니다... 소주와 육회를 좋아하고 투팍의 노래를 즐겨 듣습니다. 이런 지연이의 모습을 귀여워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전 남자친구가 자신에 대해 써준 소개서에서 지연은 특히 소주, 육회, 투팍 같은 자신의 사소한 취향들을 잘 기억해주고 있는 부분에 특히 고마운 마음을 느꼈다.
등장부터 바이크를 타고 와 요리도 척척 하는 남다른 아우라를 보여준 태이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계획적이고 항상 바쁘게 사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X가 쓴 말이 마음을 건드렸다. 늘 웃고 즐겁게만 지내서 잘 몰랐는데 “생각이 역시 깊은 친구”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는 것.
“자신보다는 남을 챙기는 것에 더 익숙”하고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 돌보는 것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X가 써준 소개서를 읽던 이현은 “이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분은 이현이를 가장 우선시하고 그녀의 존재를 당연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이현은 X가 자신의 소중함을 모르고 앞으로도 평생 모를 거라고 생각해서 헤어진 거였는데, 그 소개서의 마지막 문장은 X가 그걸 깨달았다는 게 느껴져서였다.
“지수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사랑했던 연인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 얼마나 아플 수 있는지 알려준 고마운 사람입니다. 지수는 늘 사랑스럽고 귀여운 표정으로 주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가끔은 파워풀한 힙합 춤을 춰서 반전의 매력을 주기도 합니다. 지수가 가끔 나 얼마큼 사랑해 라는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창의적이고 센스 있는 답변을 미리 준비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2회 만에 X연인이었던 사이가 밝혀진 지수와 원빈이 서로가 쓴 소개서를 읽어주는 대목은 진짜 <엽기적인 그녀>가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그 소개서에서 지수는 첫 문장이 진심이라는 게 느껴져 눈물이 났다고 했고, ‘사랑했던’이라는 과거형을 되새기며 이제 진짜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수의 X인 원빈은 지수가 “나 얼마큼 사랑해”라고 물었을 때 “우주만큼 사랑한다”고 했다고 했다.
“원빈이의 첫인상은 차가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댕댕이 같은 매력이 넘치고 의외로 애교가 많은 귀여운 사람입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원빈이는 사귀는 내내 항상 집까지 데려다 주고 늘 여자친구를 위해서 맞춰주는 헌신적인 남자친구였습니다. 제가 한 연애 중에 가장 행복했고 고마웠던 연애라 감히 말할 수 있어요. 원빈이가 이제 주기만 하는 사랑보다는 넘치게 받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원빈의 X였던 지수가 쓴 소개서에도 원빈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앞날을 축복하는 말들이 빼곡이 채워져 있었다. 원빈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연거푸 “아이고”를 외치며 눈물을 찍어냈고 겨우겨우 소개서를 끝까지 읽었다. 이를 보는 다른 참가자들도 또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출연자들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환승연애2>가 마련한 이런 광경들은 이 연애 리얼리티가 가진 색깔을 다시금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환승’이라 에둘러 표현했지만 헤어진 연인이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생겨나는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먼저 떠오르는 건 자신의 눈앞에서 전 연인이 다른 사람을 만날 때 흔들리는 그 감정 같은 자극이지만, 실상 <환승연애2>는 시즌1이 그랬던 것처럼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 같은 시선을 방향성으로 제시한다.
다시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그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또 헤어지고 나서 남았던 후회들이나 자신의 잘못 때문에 혹여나 만들어졌을 상처를 뒤늦게나마 보듬는 시간을 갖는 것. 이것이 <환승연애2>가 가진 독특한 방향성이다. 그래서 자극보다는 설렘이, 갈등보다는 먹먹한 감동이 이 연애 리얼리티를 채워준다. 첫 주 2회가 공개된 것뿐이지만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는 비결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