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 원맨쇼가 아깝다(‘미남당’)
‘미남당’, 배우들의 코믹 연기 배틀은 흥미롭지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KBS 월화드라마 <미남당>은 프로파일러 출신 가짜 박수무당 남한준(서인국)의 활극이다. 남한준은 전 강력반 형사 공수철(곽시양)과 전 국정원 해커 남혜준(강미나)과 함께 가짜 점쟁이로 활약한다. 그런데 강력반 팀장 한재희(오연서)가 뺑소니 사건의 신고자인 남한준과 만나면서 이들의 인연이 다시 시작된다.
웹툰 원작의 <미남당>은 설정 자체는 만화로도 드라마라도 맛깔나게 뽑을 만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카페 미남당의 공간 역시 만화적이지만 재밌게 풀 만한 여지가 있다.
여기에 박수무당 남한준을 연기하는 배우 서인국 역시 본인의 가장 잘 녹아들 수 있는 종류의 캐릭터와 만났다. 남한준은 OCN <38사기동대>와 MBC <쇼핑왕루이>, tvN <고교처세왕>의 주인공 캐릭터를 미묘하게 조합해낸 맛이 있다. 형사와 어울리는 날카로운 매력이 있는 동시에 철부지 남동생 같은 귀여운 면도 있는 것이다. 당연히 서인국은 남한준의 코믹한 면모부터 진중한 면모, 귀여운 매력부터 남자다운 매력까지 두루 만들어낼 줄 안다. 사실 남한준이 이야기 속에 매력을 드러냈다기보다, 서인국의 원맨쇼로 재미를 창출해 낸 것 같지만.
여주인공 한재희를 연기하는 오연서 역시 민폐 캐릭터의 틀에 갇힌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리기 위해 열연하는 중이다. 오연서는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 SBS <돌아와요 아저씨>부터 넷플릭스 <이 구역의 미친X>까지 다양한 코믹 연기로 믿고 보는 여주인공 중 하나이다. 더구나 오연서는 시원시원한 액션의 움직임이 매력적인 배우다. 하지만 정작 <미남당>의 한재희는 오연서의 생동감 있는 연기가 몇몇 코믹한 장면과 액션 장면을 위해 소비되는 것 같아 아쉽다.
배우 곽시양 역시 <미남당>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다. 느끼한 미남 같던 이 배우는 <미남당>의 강력반 형사 공수철을 통해 구수한 코미디 연기에 물이 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남당>은 배우들의 원맨쇼에서 느껴지는 코믹까지가 전부다. 그 외에는 <미남당>에서 딱히 흥미를 끌 만한 힘이 없다. 이런 불안감은 <미남당> 1회에서부터 느껴졌다. 웬만하면 재미있는 1회지만 <미남당>은 무언가 김빠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미남당과 남한준의 설정은 흥미롭지만, 수사물의 사건 전개가 뭔가 익숙한 패턴을 활용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중반을 넘어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수사물의 설정을 반복하는 데다, 긴장감까지 떨어져서 딱히 궁금해서 보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보다는 서인국, 오연서, 곽시양을 비롯한 배우들의 코믹 배틀이 웃겨서 보게 된다. 물론 그 코믹한 장면마저 너무 유치해지는 감이 있어서 뭔가 ‘항마력’을 잃고 자포자기한 기분으로 씁쓸하게 웃게 되는 순간들마저 있지만. 결국 가볍게 보기에도 지루한 드라마로 흘러가고 있다.
<미남당>은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웹툰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만 기댔을 때 얼마나 동력이 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는 한다. <미남당>은 코믹물과 오컬트물과 수사물이 뒤섞인 드라마지만, 좀 더 수사물에 어울리는 긴장감을 드라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그럴듯하게 만들어냈어야 했다. 지금은 그저 수사물의 맛을 내기 위해 사악한 재벌가의 남자와 살인사건을 끌고 들어온 것이 전부다. 결국 서인국의 원맨쇼와 오연서의 액션과 곽시양의 변신이 잠시 눈길을 끈들 지루한 수사극의 전개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