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하던 우리 ‘스맨파’가 달라졌어요
뮤즈들이 ‘스맨파’에게 준 건 영감만이 아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저는 원래 배틀 나갈 때도 이기려고 나가지 않거든요. 그 순간을 진짜 즐기려고 나가는데...” 최종 탈락자를 가리는 탈락 배틀 5라운드 리더 배틀에서 뱅크투브라더스의 리더 제이락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상대 팀인 원밀리언의 리더 백구영도 먼저 상대를 추켜세웠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뱅크투브라더스. 너무 멋있는 제이락 진짜 너무 잘하고...” 사실상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 전체 댄서들 중 최영준 다음으로 맏형인 백구영의 그런 존중 가득한 말에 제이락은 엄지를 치켜세우고 손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스맨파>의 공기가 사뭇 달라졌다. 초반 댄스배틀에서 저지로 참여한 우영이 “소싸움, 닭싸움, 개싸움 보는 거 같아”라고 말했던 때를 떠올려보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이제 점점 파이널로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스맨파>의 치열했던 크루들 간의 전쟁 같은 대결구도는 이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날 리더 배틀에서도 대결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지만, 막상 끝나고 나자 상대 리더에 대한 존중이 가득했다. 제이락이 댄스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할 때 백구영이 마치 듀엣을 하듯 함께 맞춰 추는 훈훈한 광경이 연출됐다. 끝나고 나서는 팀원들도 상대 팀 리더에게 리스펙 엄지척을 보였다.
여러모로 초반에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마치 당장이라도 싸움이 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게 사실이다. 상대팀을 디스하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때론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위댐보이즈 인규는 그래서 이 과정에서 <스맨파>의 공식 빌런(?)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메인 댄스를 두고 벌였던 대결에서는 여전히 감정의 골이 깊이 파인 관계들의 자극을 보여주긴 했지만, 압도적인 스케일의 메가 크루 미션이 시작되고 첫 번째 탈락 크루가 생겨나면서 조금씩 이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스맨파>의 분위기도 배틀에서 무대로 옮겨갔다.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군무를 보여줬던 메가 크루 미션은 초반에 너무 자극적이어서 보기 힘들어 떠난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으로 앉게 만들었다. 유튜브에 소개된 댄스 영상들이 화제가 됐고, 그걸 본 시청자들은 그 무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의 과정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저스트절크의 메가크루 영상은 이러한 변화를 이끈 일등공신이 됐다.
비의 신곡 ‘Domestic’ 안무 창작 미션은 시청자들이 <스맨파>에 기대한 게 무엇인가를 다시금 분명히 알려줬다. <스맨파>의 뮤즈라 소개되며 등장한 비와 함께 각각의 크루들이 그 신곡 안무를 만들고 그 채택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춤의 ‘협업’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무대의 맛이 펼쳐졌다. 이기기 위해 싸우는 배틀만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가 주는 짜릿함이 보이기 시작한 것.
이어진 ‘뮤즈 오브 스맨파’에서는 여성 댄서들이 참여함으로써 남성들만의 춤의 부족한 영역을 채워줬고 결국 소름 돋는 무대의 연속을 보여줬다. 모니카가 참여해 뱅크투브라더스의 칼군무가 만들어지고, 아이키가 들어오자 위댐보이즈와 함께 재기발랄한 레옹 콘셉트가 무대에서 펼쳐졌다. 댄스 스포츠팀이 함께 해 완성한 원밀리언의 무대나, 왁킹 여성 댄서들이 들어와 제 물 만난 듯 펄펄 나는 무대를 선사한 어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저스트절크와 현대무용 최수진이 만들어낸 무대는 한 편의 예술작품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춤이란 대결과 경쟁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때 빛을 발한다는 것을 <스맨파>는 보여줬다. 특히 미션에 참여한 뮤즈들은 <스맨파>가 어떻게 춤을 통해 타인들과 어우러지는가를 보여줬다. 춤에 영감을 주기 위해 참여한 뮤즈들이지만 그들이 준 건 영감만이 아니었다. 함께 만들어내는 무대의 즐거움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