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지옥2’를 순한 맛 취급? 1년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변함없는 ‘솔로지옥2’, 변한 건 연애 리얼리티 세상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2>가 돌아왔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방영되며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연애 리얼리티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년 만에 돌아온 <솔로지옥2>는 어딘가 순한 느낌이다. 시즌1만 해도 한국판 <투핫>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매운 느낌을 줬던 <솔로지옥>. 1년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물론 <솔로지옥2>는 시즌1과 비교해 변한 게 없다. 지옥도와 천국도를 오가는 그 콘셉트도 같다. 또 첫 만남에 한 사람씩 등장해 어색하지만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그 장면도 시즌1과 크게 다르지 않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들을 은근히 과시하고 드러내는 연출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건 출연자들인데, 하나 같이 선남선녀들이고, 남을 배려하는 심성이나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든다는 점에서 역시 시즌1의 궤를 거의 이어받고 있다.
벌써부터 저마다의 매력을 가진 출연자들이 시선을 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조융재는 여성 출연자들의 몰표를 받았고, 선 굵은 외모에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듬직한 모습의 신동우 역시 여성 출연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직은 서먹해하지만 활동적인 성격을 가진 듯한 이나딘이나 의외로 털털한 매력을 보여주는 박세정, 귀여운 공감러 이소이 같은 여성 출연자들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이미 시즌1에서부터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던 이 무인도의 풍광이 마음을 잡아끈다. 지옥도라고는 하지만 저런 곳에 저런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상상만으로도 설렘을 주는 그런 공간이다. 그러니 이들이 기회를 얻어 마음이 가는 사람과 함께 가게 될 럭셔리한 천국도가 더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이미 첫 번째 천국도행 커플이 탄생된 만큼 다음 주 방영될 3회에서 보여줄 그 곳의 광경이 궁금해진다.
이처럼 <솔로지옥2>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이라기보다는 설렘이 더 강한 순한 맛이 느껴지는 건 그 1년 간 쏟아져 나온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 때문이다. <솔로지옥>의 성공에 자극받아 OTT들이 쏟아낸 연애 리얼리티들은 그간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에서는 내놓기 어려웠던 수위까지 수용했다. 헤어진 커플들의 연애(환승연애)는 이제 익숙할 정도로 많아졌고 남녀가 동침하는 콘셉트(에덴)의 연애 리얼리티도 나왔다. 성소수자들은 물론이고(메리퀴어), 중대한 비밀을 숨긴 채 관계를 맺어가는(핑크라이) 프로그램도 시도됐다.
최근 웨이브에서 오리지널로 방영되고 있는 <좋아하면 울리는> 같은 연애 리얼리티를 보면 현재 이 형식이 얼마나 소재와 수위에 있어서 과감해지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드라마화되기도 했던 원작 웹툰을 실사 연애 리얼리티 버전으로 만든 <좋아하면 울리는>은 일정 반경 안에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하트가 켜지는 앱을 직접 개발해 프로그램에 활용했다. 흥미로운 건 이 앱은 남녀를 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출연자 중에는 양성에 모두 매력을 느끼는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연애 리얼리티가 지난 1년 사이 얼마나 과감해졌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돌아온 <솔로지옥2>는 어딘가 순한 맛이면서 ‘정통’ 연애 리얼리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건 이제 첫 만남을 갖고 조금씩 관계가 생기기 시작하는 2회까지만 공개됐기 때문에 향후에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예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워낙 수위도 소재도 높아지고 갖가지 기상천외한 설정들이 등장하고 있는 지난 연애 리얼리티의 홍수 속에서 보면 <솔로지옥2>는 오히려 그 담백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봇물 터지듯 쏠림현상을 보인 연애 리얼리티 시대가 만들어낸 색다른 착시현상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