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철원으로... 깜짝카메라보다 흥미로운 ‘신병캠프’의 이것
‘신병캠프’, 캐릭터쇼와 리얼리티쇼의 결합으로 스핀오프도 살릴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발리 포상 휴가를 보내준다는 소식에 반색했던 출연자들이 도착한 곳은 철원의 신병캠프다. 발리 여행을 위해 배낭을 싸고 미리 그곳의 현지음식을 먹어보기도 하던 설렘은 철원의 칼바람 앞에 무너진다. ENA 드라마 <신병>의 스핀오프 예능 <신병캠프>는 그렇게 깜짝카메라로 문을 열었다.
사실 이런 전개는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그 많은 이른바 ‘몰래카메라’ 예능들이 무수히 해왔던 콘셉트이고, 특히 엉뚱하게도 군부대로 데려가는 콘셉트 역시 그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숱하게 보여줬던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골탕을 먹이는 이런 방식의 카메라는 심지어 보기에 불편한 지점들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버스에서 조교들의 닦달에 서둘러 내려 긴장하기 시작하는 출연자들 앞에 특급 중대장으로 장동민이 나타나면서 <신병캠프>는 의외의 재미요소를 꺼내기 시작한다. 장동민 특유의 그것이 리얼인지 아니면 하나의 캐릭터쇼인지 알 수 없는 멘트들에 ‘신병들’이 ‘웃참’에 실패하며 킥킥 웃어댄다. 절대 진짜 신병교육대라면 불가할 그런 상황들이다.
갑자기 “목소리 작아서 까먹었잖아? 성윤모!”라며 장동민이 김현규를 콕 집어 드라마 <신병>에서의 캐릭터로 부르는 대목은 리얼에서 갑자기 드라마 <신병> 속으로 출연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김현규가 드라마 <신병> 캐릭터 성윤모와는 다른 본래 목소리로 “이병 성윤모!”라고 하자 그게 아니라는 듯 “성윤모!”라고 다시 부르고 그러자 김현규는 알아차렸다는 듯, 드라마 속 성윤모가 되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성윤모...”라고 복창한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것처럼 <신병캠프>는 실제로 유격훈련이나 제식훈련을 받고 캠프에서 4박5일 간의 신병 생활을 하는 리얼리티쇼의 틀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는 슬쩍 슬쩍 이 리얼리티를 무너뜨리는 캐릭터쇼가 고개를 들이민다. 그럴 때마다 웃음이 터지지만, 이곳은 다름 아닌 신병캠프다. 그래서 웃겨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오히려 더 웃음을 만든다.
신체검사에서도 장동민의 이렇게 리얼과 캐릭터쇼를 넘나드는 개그가 이어진다. 드라마 <신병> 속 사단장 아들 군수저 김민호가 등장하자 갑자기 상냥한 얼굴로 “아버지 잘 계시지-”라고 묻고, 김현규에게는 <신병>에서 화제가 됐던 ‘롤리폴리’말고 다른 춤을 춰보라고 시킨다. 게다가 남태우가 “예비신랑”이라고 밝히며 “몸이 귀할 때”라고 하자 갑자기 축의금을 보내는 순발력을 보여준다.
이것은 마치 장동민이 과거 <렛츠고 시간탐험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리얼과 캐릭터를 넘나들며 그 경계를 허무는 지점에서 빵빵 터트렸던 그 개그의 ‘신병캠프’ 버전처럼 보인다. 그러니 발리에서 철원으로 오게 된 상황에 실망하고 당황했던 출연자들도 조금씩 이 상황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발리의 설렘은 사라졌지만, 슬슬 자신을 내려놓게 되고 나름 재미있고 또 의미도 있는(드라마를 좋아해주신 시청자들을 위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에 조금씩 빠져든다.
실제 신병교육대를 떠올리게 하는 리얼한 상황과, 그와는 상반되게 드라마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쇼의 결합은 <신병캠프>가 갖고 있는 웃음의 색다른 결을 느끼게 해준다. 게다가 이건 도입일 뿐이다. 향후 벌어질 일들은 놀랍게도 너무나 거창하다. <강철부대>, <가짜사나이>, <푸른거탑> 같은 그간 군대 소재 예능 프로그램들의 주역들이 등장해 이들 <신병캠프> 출연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것.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의 면면이 더해졌지만 거기서도 리얼과 캐릭터쇼를 넘나들며 만들어질 웃음은 여전히 기대되는 바가 크다.
최근 들어 성공한 드라마들이 스핀오프로서 예능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시도가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악명 높았던 3인방을 연기한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이 시골 폐가를 수리해 지인들을 초대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던 <해치지 않아> 같은 예능이 그렇다. 이러한 스핀오프는 당연히 드라마 속 캐릭터를 슬쩍 슬쩍 꺼내 실제와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웃음을 만들기 마련이다.
<신병캠프>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신병>의 스핀오프로서 그 캐릭터가 실제 현실을 넘나들면서 긴장과 이완을 통해 코믹한 상황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신병 교육대라는 설정이 그 강도를 한껏 높여 놓았고, 여기에 <강철부대>, <가짜사나이>, <푸른거탑> 같은 또 다른 군대 소재 프로그램들과의 이종결합이 일종의 세계관의 결합처럼 흥미로운 새로운 상황들을 예상케 한다. 깜짝카메라로 문을 열었지만, 그것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리얼리티와 캐릭터, 그리고 서로 다른 세계관의 경계를 넘는데서 생겨나는 신박한 웃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