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기다린 보람이란 이런 것, 폭발적 반응 일으킨 ‘모범택시2’
다시 달리는 ‘모범택시2’, 이러니 벌써 시즌3도 기대하게 되네 ‘모범택시2’, 고구마 현실에 날리는 시원한 사이다 느와르
[엔터미디어=정덕현] ‘모범택시’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년만이다. 시청자들은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첫 회부터 반색했다. “재밌다”, “기다렸다”는 반응들이 쏟아진다. 첫 시청률이 간단하게 두 자릿수를 넘겨 12.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시즌1의 성공이 만든 기대감에 그간의 기다림 그리고 기대한대로 첫 회부터 몰아친 시원시원한 전개가 이런 결과의 요인이다.
돌아온 김도기(이제훈)는 등장부터 강렬했다. 교도소에서 체지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근육질의 몸으로 더벅머리 가발을 쓴 채 잠입한 그는, 불법 동영상 공유방을 운영하고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게 될 거라며 반성의 기미는 1도 없는 성범죄자들을 탈옥수로 만들었다. 이송 중 차량을 전복시키고 그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재운 후, 경찰에 신고해 탈옥수로 체포되게 한 것.
이 오프닝 시퀀스에서 그 성범죄자들이 하는 말들은 <모범택시2>가 왜 다시 달리기 시작했는가에 대한 근거를 말해준다. 감방에서도 불법 동영상 구독자를 모집하고 집행유예 기간에도 바지사장 내세워 해외서버를 통해 사업을 재개할 걸 구상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를 받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미 우릴 다 잊었거든.”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나와 버젓이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키는 그런 현실을 이 오프닝 시퀀스는 보여준다. 거기에는 이런 사안들이 나올 때마다 들끓던 민심이 금세 잊고 가라앉는 세태도 한 몫을 차지한다. 그러니 이 고구마 현실에 김도기 같은 다크 히어로가 등장해 저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사이다 느와르에 열광할밖에. 게다가 이 판타지 드라마는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흐려져 가던 결코 잊어서는 안 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게 해준다.
오프닝 시퀀스 이후에 첫 사건으로 등장하는 건, 취업 사기다. 절박한 청년들을 해외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여 감금 폭행하며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만들게 하는 조직이 그 범죄집단이다. 빚을 갚기 위해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라고 속여 그 회사에 들어간 아들 이동재(조지안)를 찾는 애끓는 아버지(최원)의 절절한 마음이 먼저 전해졌다. 10개월을 찾아다니다 결국 아들로부터 온 유서를 보고 절망해 자살하려던 아버지는 다리 위에서 ‘무지개 모범택시’ 명함을 발견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사건을 의뢰한다.
팀이 해체되어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으로 돌아갔지만, 모두 무지개운수에서 했던 일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사건은 다시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다. 여전히 무지개운수에서 장대표(김의성)와 함께 이 일을 해온 김도기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그 회사에 위장취업을 하고 결국 그들에게 붙잡혀 무차별 구타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이제 무지개 모범택시 팀이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실종된 청년을 구출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모범택시2>는 물론 허구지만, 여기 등장하는 사건들은 어딘가 현실에서 실제 벌어졌던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1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와 허구로 리메이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닝 시퀀스에 들어간 사건은 바로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첫 번째 사건 역시 2015년 벌어졌던 ‘파타야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20대 남성이 고수익 알바를 제안 받고 태국으로 떠났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즉 <모범택시>가 시즌2로 돌아왔고 또 시즌1으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원시원한 사이다를 안긴다는 뜻은 그간 우리네 현실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씁쓸한 현실이지만, 이처럼 공적 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허구를 더해서나마 보고 싶은 <모범택시>의 사이다를 기대하게 되는 것. 시즌2가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시즌3까지 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벌써 나오는 건 워낙 고구마 가득한 현실을 방증하는 일일 게다. <모범택시2>가 등장과 함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 역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